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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어사전 > 후후월드 ※[후후월드]는 세계적 이슈가 되는 사건에서 주목해야 할 인물을 파헤쳐 보는 중앙일보 국제부의 온라인 연재물입니다.

" 환상적인 남자(fantastic guy)다.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그의 '절친' 무함마드 빈 살만(39) 사우디아라비아 왕세자를 이렇게 부른다. 빈 살만은 트럼프 대통령의 취임과 동시에 '통큰' 투자를 선물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취임 후 해외 정상 중 처음으로 빈 살만과 통화했는데, 왕세자는 6000억 달러(약 863조원) 규모의 대미 투자를 약속했다.

그는 막대한 부를 기반으로 우크라이나와 가자지구를 둘러싼 두 개의 전쟁에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우크라이나 종전을 논의하기 위한 장소로 사우디를 택하면서 왕세자의 존재감은 더욱 커졌다.

17일(현지시간) 무함마드 빈 살만 사우디아라비아 왕세자가 리야드에서 마코 루비오 미국 국무장관과 만났다. AFP=연합뉴스


트럼프·푸틴 사이 '미스터 에브리싱'
빈 살만은 사우디의 실질적인 지도자다. 아버지 살만(89) 국왕이 지난 2022년 빈 살만에게 총리직을 맡기면서 실권을 쥐었다. 마음만 먹으면 '무엇이든 할 수 있다'는 의미의 '미스터 에브리싱(Mr. everything)'이란 별명도 가졌다.

외신들은 트럼프와 푸틴, 두 '스트롱맨(강권 지도자)'을 한자리에 앉혀 놓는 데엔 빈 살만의 역할이 크다고 봤다. 빈 살만은 이미 푸틴과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을 각각 만나며 중재자로서 활동해왔다. 최근 미국과 러시아의 수감자 교환에서도 그의 이름이 언급됐는데, 스티브 위트코프 미 중동특사는 "(빈 살만은) 트럼프와 매우 돈독한 우정을 맺었고 비밀리에 그를 격려하고 올바른 결과를 찾으려 노력했으며, 정말 도움이 됐다"고 말했다.

트럼프는 지난 1기 때도 첫 해외 방문지로 사우디를 택했을 만큼 인연이 각별하다. 지난 1월 22일 취임식 직후에도 외국 정상 중에선 처음으로 빈 살만 왕세자와 통화했다. 이번에 푸틴과의 만남이 성사되면 트럼프는 두 번의 임기 동안 첫 해외 순방을 사우디에서 한 유일한 미국 대통령이 된다. 역대 미국 대통령들은 주로 이웃 캐나다나 멕시코를 방문했었다.

CNN은 "트럼프 대통령이 우크라이나 전쟁을 종식하기 위한 노력으로 오랜 동맹인 빈 살만 왕세자에 기대고 있다"며 "(빈 살만이) 중재에 성공하면 트럼프와의 관계가 더욱 돈독해질 수 있다"고 봤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왼쪽)이 지난 2019년 6월 28일 일본 오사카에서 열린 G20 정상회담에서 사진 촬영 중 무함마드 빈 살만 사우디아라비아 왕세자와 대화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빈 살만은 반대파를 숙청한 '독재자'라는 비판을 받는다는 점에서 푸틴과 비슷하다는 평가도 받는다. 우크라이나 전쟁 발발 후에도 서방의 러시아 제재에 동참하지 않았고 주요 산유국 모임(OPEC+)에서 러시아와 긴밀히 협력했다. 푸틴은 2023년 사우디를 찾아 브릭스(BRICS) 가입을 권유하며 적극 구애하기도 했다.

미·러가 우크라 종전협상 회담 장소로 사우디를 선택한 건 개인적 친분 때문만은 아니다. 여기엔 세 국가 간의 특별한 역학 관계가 작용했다. CNN에 따르면 세르비아, 스위스 등 유럽 국가들도 미·러 정상회담을 주최하겠다고 나섰지만, 러시아는 우크라이나를 지지한 유럽에서 회의가 열리면 불리하다고 판단했다고 한다.

이밖에 튀르키예와 아랍에미리트(UAE)도 후보로 거론됐지만, 최종적으로 사우디가 선정된 배경엔 빈 살만의 영향이 컸다는 분석이다. 사우디가 푸틴 대통령에게 영장을 발부한 국제형사재판소의 회원국이 아니라는 점도 작용했을 것으로 보인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오른쪽)과 모하메드 빈 살만 사우디 왕세자가 지난 2018년 11월 30일 아르헨티나 부에노스아이레스에서 열린 G20 정상회담에서 대화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빅딜' 원하는 트럼프, 사우디와 통했다
사실 트럼프와 빈 살만의 관계는 철저히 전략적이다. 두 사람이 처음부터 사이가 좋았던 건 아니다. 트럼프는 2016년 첫 대선에 출마했을 당시만 해도 사우디에 비판적이었는데, 취임 후 태도를 확 바꿨다. 이는 트럼프 특유의 '거래적인 성격' 때문이란 분석이 뒤따른다.

사우디를 둘러싼 부정적인 인식에도 거부할 수 없는 재정 지원으로 트럼프의 생각을 돌려놨다는 얘기다. 트럼프가 재선에 실패한 후에도 둘의 관계는 이어졌다. 빈 살만은 트럼프 기업에 투자와 건설 거래를 계속했고, 트럼프의 사위인 재러드 쿠슈너의 사모펀드에도 20억 달러(약 2조원)를 투자했다.

이번 미·러 고위급 회담도 양측의 이해관계가 맞물리며 추진됐다. CNN은 "트럼프가 2018년 워싱턴포스트(WP) 칼럼니스트 자말 카슈끄지 암살 사건 이후 고립된 아랍 국가에 힘을 실어주려는 했다"며 "우크라이나 종전 협상에 더 직접적인 관련이 있는 유럽 동맹국을 약화시키려는 의도이기도 하다"고 전했다.

빈 살만도 이번 회담을 발판으로 사우디의 국제적 위상을 키울 속셈이다. 전문가 사이에선 "이번에 미·러 회담을 주최하는 것도 단순히 장소를 내주는 것에 그치지 않고, 국제적 영향력을 키우는 무대로 활용하려는 취지"라는 관측이 나온다.

트럼프 대통령이 19일 미국 마이애미 비치에서 열린 미래투자이니셔티브(FII) 행사에서 연설하고 있다. AP=연합뉴스
WP는 "트럼프의 가자지구 인수 구상에 있어서 사우디의 지원을 확보하는 것이 핵심"이라고 짚었다. 앞서 트럼프는 가자 주민들을 주변 아랍국들로 이주시키고, 가자를 휴양지로 만들겠다는 계획을 내놨다. 마코 루비오 미 국무장관은 러시아와의 회담에 앞서 빈 살만에게 직접 가자 재건과 관련한 협력을 강조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중동의 맹주인 사우디가 가자지구와 관련해 트럼프의 편을 들기는 어려울 것이란 관측이 많다. 트럼프는 지난 19일 미국 마이애미에서 열린 사우디 국부펀드 행사에서 투자자들에게 직접 연설했는데, 중동의 반발을 의식한 듯 자신의 가자 구상에 대해선 언급하지 않았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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