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인텔 부활, 미 반도체 패권 장악의 필요조건
TSMC·인텔 동맹 불가피…삼성전자엔 악재
세계 최대 파운드리(반도체 수탁생산) 업체인 대만 TSMC / AP 연합뉴스


[주간경향] 반도체 산업의 주도권을 되찾기 위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압박 수위가 높아지고 있다. 미국 행정부가 세계 최대 파운드리(반도체 수탁생산) 업체인 대만 TSMC에 인텔 파운드리사업부 인수를 제안한 것으로 알려져 국내 반도체 업계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TSMC의 인수합병(M&A) 가능성에 인텔의 주가는 지난 2월 18일(현지시간) 16% 폭등하며 5년 만에 가장 큰 상승 폭을 기록했다. 이런 시나리오가 현실화할 경우 파운드리 부문의 실적 개선이 절실한 삼성전자는 TSMC에 밀려 입지가 더 좁아질 수 있다.

다만 시장에서는 인수·합병이 독점 문제 등으로 쉽지 않은 만큼 다른 방법의 절충안이 나올 것으로 본다. 미국의 ‘인텔 살리기’는 바이든 정부 때부터 반도체 패권 장악을 위해 지속해왔던 것으로, 트럼프 행정부 2기에서는 더 강력한 조치가 이어질 전망이다. 실제로 미국은 관세 부과 대상국과 대상 제품을 구체적으로 밝히지는 않았지만, 오는 3월부터 반도체에 25% 이상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예고했다.

미국 행정부는 자국 대표 반도체 기업인 인텔을 살리기 위해 매각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재정 적자로 독자 생존이 불투명한 인텔을 분리 매각 후 경쟁력을 높여 반도체 산업의 주도권을 회복하려는 의도다. 국내외 증권가에서는 TSMC가 미국에 첨단 패키징 공장을 더 짓거나, 합작법인을 만들어 인텔 파운드리 지분을 인수하거나, TSMC가 미국 고객사에 따낸 수주를 인텔에 넘기는 방안 등이 거론된다.

시장에서는 TSMC가 인텔 파운드리 사업부 지분 일부를 인수하는 안이 유력하게 거론된다. 연합보 등 대만 매체는 TSMC가 인텔의 파운드리 서비스(IFS) 부문 주식 20%를 인수할 가능성이 있다고 지난 2월 17일 보도했다. 연합보는 “TSMC가 트럼프 2기 행정부 요청에 따라 분사 예정인 인텔의 IFS 관련 주식 지분 인수를 고려하고 있다”며 “주식 인수 관련 방법과 금액 등 구체적인 세부 사항은 결정된 것이 없다”고 전했다. 전날에는 월스트리트저널과 블룸버그통신 등이 인텔의 파운드리 사업은 대만 TSMC에, 반도체 설계 부문은 미국 브로드컴에 매각하는 방안이 검토되고 있다고 잇따라 보도했다.

세계 반도체 역사와 궤를 함께하며 미국 반도체 역사를 상징하는 인텔이 분리 매각설에 휩싸이는 수모를 겪고 있다. 2010년대 초반까지 세계 반도체 시장을 석권했지만 모바일 중심 변화와 AI 반도체 칩 제조업체들과의 경쟁에서 계속 밀린 결과다. 매각설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작년 3분기부터 스마트폰 칩 제조업체 퀄컴 등을 시작으로 여러 회사가 물밑에서 인텔 인수를 타진하고 있다는 소식이 나왔다.

트럼프 등에 올라탄 인텔, 재기 시도

인텔은 2021년 ‘반도체 왕국’을 재건하겠다며 파운드리 사업 재진출을 선언하며, TSMC·삼성전자와 첨단 공정 선점을 위한 경쟁에 나섰다. 하지만 실적 부진과 대규모 구조조정을 거치며 사실상 파운드리 사업에서 백기를 들었다. 이에 따라 TSMC가 인텔을 인수하는 방식은 쉽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당장 TSMC 주주 중 70% 이상인 외국인 주주들이 수조원의 적자를 내는 인텔 인수에 반대할 수밖에 없다. 또 시장 점유율 독점 문제에 직면해 주요국 규제 당국의 승인을 받기도 쉽지 않다. 반도체 업계는 기술 협력 형태로 이뤄질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있다. 최병덕 성균관대 반도체시스템공학과 교수는 “미국이 계속 압박을 한다면 기술 제휴를 통한 위탁운영이 가능할 것으로 본다”며 “미국은 인텔을 살리면서 첨단 공정 기술을 확보하고, TSMC는 부족한 생산 여력을 확충할 수 있는 계기를 만들 수 있다”고 말했다.

미국에게 인텔은 포기하기 어려운 기업이다. 미국이 목표하는 대로 반도체 설계부터 생산까지 할 수 있는 종합반도체업체(IDM)로, 인텔의 부활이 미국 반도체 패권 장악의 필요조건이 되기 때문이다. 대만 국적의 반도체 및 대만경제 전문가인 왕수봉 아주대 경영학과 교수는 “투자를 늘리거나 미국 내 공장을 더 많이 짓는 등 어떤 식으로든 미국이 원하는 정치적 제스처에 따라 TSMC가 모양새를 만들어 갈 것”이라며 “다만 관세 등의 변수가 많아 미국과 대만 정부가 서로 절충할 수 있는 구체적인 안이 나오기까지는 오랜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왕 교수는 “아직 세부안이 나오진 않았지만, 관세 부과는 결국 미국 기업인 고객사에 전가될 가능성이 높다”며 “관세 부과는 상대 국가를 협상 테이블로 끌어들이기 위한 수단 중 하나로, 관세 압박은 시작에 불과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미국 텍사스주 테일러시에 건설 중인 삼성전자 반도체 공장 전경 / 삼성전자 제공


이와 별개로 TSMC의 주요 고객사인 빅테크 기업들이 미국에 있고, 대만의 수출에서 미국 비중이 큰 만큼 트럼프 행정부의 자국 우선주의 방향에 TSMC가 상당 부분 동참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대만은 AI 붐으로 지난해 대미 수출이 전년 대비 83% 증가, 역대 최대 규모인 1114억달러(약 160조원)를 기록했다. 이에 따라 TSMC는 최근 이사회를 열고 미국 내 첫 번째 첨단 패키징 공장 건설 등 트럼프 대통령의 반도체 정책에 대한 투자 등을 핵심 안건으로 논의했다. 대만 언론사인 중국시보는 지난 2월 19일 “TSMC가 인텔과의 협력에 불응할 경우 미국 당국이 ‘반독점 조사’ 카드를 사용할 가능성이 있다”며 “미국이 말하려는 메시지가 대만보다 심각하게 낙후한 미국의 첨단 제조 공정을 강화하는 것인 만큼, 계획대로 진행되지 않으면 TSMC에 대한 압박에 나설 것”이라고 전했다.

한국, 관세 폭탄·보조금 축소 외통수

문제는 한국이다. 어떤 형태로든 대만 TSMC와 미국 인텔의 협업이 진행된다면 TSMC 추격에 애를 먹는 삼성전자 파운드리 사업에는 악재가 될 수 있다. 최병덕 교수는 “양사 간 협업은 TSMC 생산능력이 확대되는 것으로 삼성전자는 대형 고객사 확보가 더 어려워지고 시장 점유율이 낮아질 수 있다”며 “삼성전자가 첨단공정의 품질과 수율(양품 비율)을 개선하지 못하면 TSMC에 더 많은 일감이 몰릴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지난해 3분기 기준 파운드리 점유율은 TSMC가 65%로 압도적 1위를 차지했다. 삼성이 9.3%, 중국 SMIC가 6%로 삼성의 뒤를 바짝 쫓고 있다.

단기적으로는 미국의 화살이 TSMC를 향하고 있지만, 불똥이 삼성전자 등 국내 기업으로도 언제든 튈 수 있다. 미국이 삼성전자를 향해 투자 확대를 재차 촉구하거나, 인텔 파운드리 운영 동참을 요구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2월 19일 플로리다 마러라고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관세 관련 질문에 “반도체와 의약품은 25%나 그 이상에서 시작할 것”이라며 “앞으로 더 인상될 수 있다”고 했다. 그는 “외국 기업들이 미국에 공장을 두면 관세가 없다. 우리는 그들에게 약간의 기회를 주고 싶다”고 말해 관세 위협의 목적이 미국 현지 생산 확대에 있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사실상 미국에 공장을 짓거나 투자를 늘리라는 요구지만,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모두 뾰족한 대안이 없는 상황이다. 게다가 지난 2월 14일에는 트럼프 행정부가 반도체 보조금 계약을 맺은 기업을 상대로 계약 조건을 변경할 수 있다고 밝혀, 양사 모두 받기로 한 보조금을 제대로 받을 수 있을지조차 불투명하다. 업계에서는 앞으로도 미국이 관세와 보조금을 통해 생산 기지 건설을 유인하는 카드로 활용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경향신문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46062 음식 삼키는 게 고역? 쉰 목?…이 병 의심을 랭크뉴스 2025.02.22
46061 전국 곳곳서 ‘尹 탄핵’ 찬반 집회… 최종변론 앞두고 결집 랭크뉴스 2025.02.22
46060 日 시마네현, 또 ‘다케시마의 날’ 행사 개최…“일본 영토” 억지 주장 되풀이 랭크뉴스 2025.02.22
46059 트럼프 측근들 '나치식 경례' 논란…머스크 이어 옛 책사도 했다 랭크뉴스 2025.02.22
46058 “집이 춥다” 아파트 안에서 불 피운 50대 구속 랭크뉴스 2025.02.22
46057 "자기 전 스마트폰 1시간 더 봤는데…근시라고요?" 발병 위험 21%씩 높아져 랭크뉴스 2025.02.22
46056 금보다 값진 명상 뒤 최고의 치앙마이 커피 한 잔, 극락이네 랭크뉴스 2025.02.22
46055 ‘윤석열 탄핵’ 인용되면 5월 중순 ‘장미 대선’ 유력 랭크뉴스 2025.02.22
46054 與 "공수처, 중앙지법서 尹영장신청 시작하고 왜 서부로 옮겼나" 랭크뉴스 2025.02.22
46053 이재명, 與에 "1천억 자산가 상속세를 100억이나 깎아줘야 하나" 랭크뉴스 2025.02.22
46052 정부, 日 '다케시마의 날' 도발에 강력 항의 "즉각 폐지 촉구" 랭크뉴스 2025.02.22
46051 피규어 만들다 '펑'…용인 아파트 22층서 폭발 사고, 40대 사망 랭크뉴스 2025.02.22
46050 '얼죽신' '얼죽재' 다 있다…서울 아파트 매매 52% 폭증한 이곳 랭크뉴스 2025.02.22
46049 오세훈 “절박 심경 서울시 조기 추경…긴급 지원 강화” 랭크뉴스 2025.02.22
46048 바이비트 해킹으로 2조원대 이더리움 도난… “北 라자루스 소행 추정” 랭크뉴스 2025.02.22
46047 ‘나는 반딧불’ 황가람 "147일 노숙, 슬프지 않은 이유는...“ 랭크뉴스 2025.02.22
46046 尹탄핵 헌재 최종변론 앞둔 마지막 주말…전국서 찬반 집회 랭크뉴스 2025.02.22
46045 日, 어김없이 '다케시마의 날' 행사…외교부 "즉각 폐지 엄중 촉구" 랭크뉴스 2025.02.22
46044 외교부, 일본 ‘다케시마의 날’ 행사에 항의…“즉각 폐지 촉구” 랭크뉴스 2025.02.22
46043 [크랩] “세금 18억 아껴줌”…비버는 왜 댐 짓기에 진심일까? 랭크뉴스 2025.02.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