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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수피 | 운동 칼럼니스트 <헬스의 정석> 시리즈 저자

다이어트, 운동 등을 설명하는 콘텐츠에서 흔히 접하는 제목 중에 ‘이 운동은 XX 부위 살을 빼줍니다’라는 내용이 있다. 흔히 ‘스폿 리덕션(Spot Reduction)’이라 부르는 것으로, 특정 부위를 운동해 그곳의 체지방을 줄인다는 의미다. 그런데 이게 과연 사실일까?

스폿 리덕션은 워낙 흔히 듣는 데다 언뜻 사실일 것도 같다. 운동을 하면 에너지를 써야 하고 바로 옆에 쌓인 체지방을 가져다 쓰는 건 당연해 보인다. 수십년 전까지는 상당수 전문가조차 이를 사실로 여겼고, 커뮤니티나 방송 등에서도 흔히 접하는 문구였다. 그러니 현실에서도 다리운동을 하면 다리가 가늘어지고, 복근운동을 하면 배가 들어간다고 여기는 사람들이 많은 게 당연하다.

그런데 결론부터 말하면 이건 사실이 아니다. 몸의 어디를 운동하건 체지방은 전신의 체지방 세포에서 나온다. 그렇게 나온 지방은 혈액을 타고 회전초밥집 컨베이어처럼 온몸을 도는데, 운동하는 부위에서 그걸 집어 쓴다. 쓰이지 않은 지방은 다시 몸 어딘가의 체지방 세포로 돌아간다. 즉 다리운동을 하건, 팔운동을 하건 그때 태운 지방은 뱃살, 얼굴, 엉덩이, 팔 등등 온몸에서 모여든 것들이다.

우리 몸의 체지방은 크게 보아 피부 밑에 분포된 피하지방과 뱃속의 내장지방이 있다. 즉 팔다리나 엉덩이의 군살, 등살 등은 피하지방의 작품이고, 뱃살은 복부 피하지방과 내장지방의 합작품이다. 건강으로 보면 내장지방의 악영향이 크고, 미용으로는 피하지방이 문제가 된다.

이때 지방을 내놓는 비율은 조금씩 차이가 나는데, 운동으로 에너지가 필요할 때는 내장지방을 많이 내놓고 굶어서 살이 빠질 때는 피하지방에서 조금 더 빠진다고 알려져 있다. 한편 피하지방 중 팔, 다리, 엉덩이 등에서 어디가 더 많이 빠지는지의 비율은 거의 선천적으로 결정될 뿐, 어디를 운동하건 딱히 차이는 없다. 2013년의 한 실험은 이를 적나라하게 보여주는데, 남녀 11명에게 한쪽 다리만 근력운동을 시켰다. 한 사람의 양쪽 다리니까 식사나 유전적 요인은 동일할 테고, 스폿 리덕션이 사실이라면 운동한 쪽 다리가 더 가늘어졌어야 하지만 결과는 양쪽 다리 피하지방에선 아무 차이가 없고 뜬금없이 뱃살만 빠졌다.

그러니 뱃살을 빼겠다고 운동을 하는 건 좋지만 팔을 가늘게 하겠다고 팔 운동을 하는 건 오답이다. 전신의 군살(체지방)이 줄면 그곳도 덩달아 가늘어질 수 있을 뿐이다. 특정 부위 피하지방을 빼는 ‘검증된’ 수단은 지방흡입술 같은 의학적인 방법뿐이다. 최근에는 극한의 고반복 근력운동과 유산소운동을 연속 실시하는 변칙적인 운동에서 가능성을 발견했다는 연구도 등장했지만 어차피 일반인이 실시하기는 거의 불가능하다.

그렇다면 운동은 몸의 굵기에 어떤 영향을 미칠까? 굵기를 이루는 건 체지방과 근육이다. 체지방은 골라서 태울 수 없지만 근육은 한 곳만 기를 수 있다. 팔 운동을 하면 팔 근육이 단련되고, 엉덩이 운동을 하면 엉덩이 근육이 단련된다. 복부나 엉덩이처럼 근육만으로 버티는 부분은 형태가 잡히고, 팔 뒤쪽처럼 힘없이 덜렁거리는 소위 ‘물살’은 탄력이 생기며 실제 굵기와 무관하게 늘씬해진 느낌을 주기도 한다. 사실 요즘은 성별 불문하고 적당히 근육과 탄력이 잡힌 팔다리를 선호한다.

운동한 부위의 살이 빠진다고 사람들이 착각하고, 심지어 확신을 갖게 되는 이유도 탄력 때문인데, 그건 체지방이 빠져서가 아니고 근육이 단련되어서다. 그러니 원인은 잘못 알았을지 몰라도 결과적으로는 아주 잘못된 길을 간 것까지는 아니다.

수피 | 운동 칼럼니스트 <헬스의 정석> 시리즈 저자

경향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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