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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모호연



길을 걸을 때마다 버려진 가구들을 관찰한다. 대형 폐기물 스티커가 붙은 가구들은 쓰레기장으로 실려 가 모조리 태워질 운명인데, 그 생각을 하면 속이 탄다. 철물들은 수명이 한참 남았건만 어째서 망가진 판재들과 함께 화형을 당해야 하는가.

나는 버려진 가구들의 경첩과 손잡이 따위를 장신구만큼 탐내고 수집한다. 옷봉, 서랍 레일, 바퀴, 힌지(경첩), 다보…. 재개발 구역 골목마다 굴러다니는 꺾쇠와 와셔…. 철물의 종류와 쓰임새를 두루 알면 그들이 쓰레기장으로 향하도록 내버려둘 수가 없다.

철물 중에서도 집에 가장 많이 쓰이는 것은 경첩이다. 전통적인 경첩은 대칭형의 금속판들이 중심축을 기준으로 맞물려 돌아가는 구조다. 경첩은 그것이 견뎌야 하는 무게에 따라 크기가 확연히 달라진다. 작은 수납함에는 손톱만 한 경첩을 쓰지만, 방문 경첩은 축의 길이만 해도 한 뼘이고, 문짝 하나에 3개까지 설치한다. 관리 방법은 단순하다. 움직임이 뻑뻑하거나 불쾌한 소리가 나면 방청윤활제 ‘WD-40’을 뿌리고 흘러내린 것은 닦아낸다. 기분 전환을 위해 페인트를 칠하더라도 경첩은 제외한다. 틈에 스민 페인트가 경첩을 둔하게 만들뿐더러, 녹이 생겼을 때 칠과 엉겨서 깨끗이 닦아내기 어렵다.

한편 주방 수납장은 하루에도 수십번 여닫기 때문에 경첩에 강력한 스프링을 넣어 문이 저절로 닫히도록 발전했다. 이것을 ‘싱크경첩’이라 부른다(사진). 싱크경첩은 문 쪽에 둥글게 홈을 파서(boring) 심듯이 설치한다. 힘의 작용점을 바꾸어서 원목이 아니라도 스프링의 힘을 감당할 수 있다. 경첩을 달 때 문 쪽에는 접시머리 나사를 박고, 안쪽에는 풀림 방지 기능이 있는, 일명 ‘싱크나사’를 박으면 한층 든든하다. 경첩의 축을 따라 두 개의 조절나사가 있는데 십자드라이버로 돌려주면 문의 높이와 간격을 각각 조절할 수 있다. 경첩의 레벨은 모든 경첩을 조금씩 조절하면서 끈기 있게 각도를 맞춰나간다.

문이 ‘쾅’ 닫히는 게 스트레스라면 완충 장치인 스무버(1000원 내외)를 달아보시라. 스무버는 초소형 유압장치로, 문이 서서히 닫히도록 도와준다.

작은 소음에도 깜짝깜짝 놀라는 나 같은 사람에게는 필수 아이템이다. 못을 박아 고정하는 스무버는 튼튼한 대신 설치가 귀찮고, 경첩에 끼우는 스무버는 자주 망가지지만, 맨손으로도 설치할 수 있다. 선택은 각자의 몫이다. 아예 댐퍼경첩(스무버가 내장된 경첩)을 반반 섞어 다는 것도 방법이다.

이처럼 보이지 않는 곳에서 활약하는 크고 작은 부품들이 우리 일상을 지탱하고 있다. 눈에 들어오는 모든 것에서 쓸모를 찾다 보면 필연적으로 ‘쓰레기 수집가’가 된다. 망가진 가구의 손잡이와 경첩을 떼어내면서, 우리는 똑같은 생각을 하게 될 것이다. “이건 정말 쓰레기가 아니라고요!”*

*<그건 쓰레기가 아니라고요>(홍수열 저, 슬로비 출판) - 도서명에서 차용


▲모호연
물건을 쉽게 버리지 못하는 사람. 일상 속 자원순환의 방법을 연구하며, 우산수리팀 ‘호우호우’에서 우산을 고친다. 책 <반려물건> <반려공구>를 썼다.

경향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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