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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망률 급상승 폐렴
폐렴 환자의 발병 전(왼쪽)과 발병 후의 X선 사진. 서울성모병원 제공


젊고 건강할 때는 치료를 받으면 쉽게 이겨낼 수 있지만 나이가 들수록 이야기가 달라진다. 국내 사망원인 중 세 번째를 차지하는 폐렴은 특히 노인에게 두려운 질환이다. 현대 의학의 아버지라 불리는 캐나다의 의사 윌리엄 오슬러는 폐렴을 두고 “인류를 죽이는 질환의 대장”이자 “노년기의 특별한 적”이라 표현하기도 했다. 게다가 올겨울엔 독감(인플루엔자) 유행이 유례없이 강력해 개학 시기를 맞아 한 차례 더 밀어닥칠 것으로 예상된다. 독감의 대표적인 합병증이기도 한 폐렴에 대해 노인뿐 아니라 영유아와 어린이, 기저질환이 있는 환자까지 각별히 주의해야 할 상황이다.

폐렴은 국내에서 암, 심장질환과 함께 3대 사망원인으로 꼽힌다. 2023년 통계청 사망원인통계를 보면 폐렴 사망자 수는 2만9422명, 사망률은 10만명당 57.5명을 기록했다. 이미 여러 해 전에 뇌졸중으로 대표되는 뇌혈관질환(2만4194명)보다 많아졌고 2위인 심장질환과 불과 3700여명 차이다. 폐렴 사망률의 급격한 상승세는 고령화에 따라 노인 인구가 늘어난 결과다. 2003년 10대 사망원인에 포함되지도 않았던 폐렴은 2013년 사망률이 10만명당 21.4명을 기록하며 6위가 됐고, 다시 10년 동안 사망률이 약 2.7배 올랐다.

폐렴이란 이름 그대로 폐에 세균이나 바이러스가 침투해 염증을 일으켜 발생한다. 폐렴을 유발하는 대표적인 세균인 폐렴구균은 평소에도 코와 목의 점막에 상주하지만 인체의 면역력이 약해지면 폐를 비롯해 뇌, 혈관, 귀까지 침투해 폐렴이나 수막염 등을 일으킨다. 독감이나 감기에 걸린 환자가 폐렴에 걸리기 쉬운 이유도 면역력 때문이다. 독감·감기 바이러스가 기관지와 폐점막을 손상시켜 폐의 방어 작용이 약해지면 그 틈을 타 폐렴구균이 폐로 쉽게 침투하면서 세균성 폐렴이 발생한다.

폐렴 초기 증상은 발열과 오한, 기침, 가래 등으로 감기와 매우 비슷하다. 흔한 증상인 만큼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는 경우가 많아 초기 치료 시기를 놓치는 사례가 많다. 하지만 폐렴이 심각하게 진행되면 1분당 호흡 횟수가 20회를 초과하는 호흡곤란 등의 증상이 나타난다. 민진수 가톨릭대 서울성모병원 호흡기내과 교수는 “폐렴구균에 의한 폐렴일 때 가래의 색깔이 적갈색으로 진하게 바뀌는 경우도 있다”며 “폐가 손상되면 산소 교환 기능이 저하되어 혈액 속 산소 농도가 떨어지고 입술이 푸른빛으로 변하는 ‘청색증’이 나타나기도 하는데, 이 정도가 되면 생명이 위험할 수 있으므로 반드시 병원을 찾아야 한다”고 설명했다.

암·심장질환 이어 사망원인 3위

최근 10년간 사망률 2.7배로 뛰어


독감 감염 후 합병증으로 발생 땐

중증으로 이어지는 경우 많아 위험


50세 이후부터 유병률 증가 추세

백신 접종이 가장 ‘효과적 예방법’


노인은 특징적인 초기 증상이 나타나지 않았는데 폐렴이 발생한 경우도 있어 치료 적기를 놓치기 쉽다. 이유 없이 기운이 없고 식욕이 떨어지거나 자꾸 졸리는 증상이 나타나는 노인은 폐렴이 아닌지 의심해 볼 필요가 있다. 독감 감염 후 증상이 낫지 않고 폐렴 합병증이 온 경우라면 더 위험하다. 폐 기능과 면역력이 크게 떨어져 있기 때문에 한 번 폐렴에 걸리면 중증으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다. 최천웅 강동경희대병원 호흡기알레르기내과 교수는 “요즘 독감이 유행하는데, 면역력이 약한 어르신들은 합병증으로 2차 폐렴이 발생하기 쉽다”며 “폐렴이 발생하면 인플루엔자만 있을 때보다 치료도 어렵고 사망률도 급격히 올라가 매우 위험하다”고 설명했다.

일반적으로 폐렴은 흉부 X선 촬영으로 진단할 수 있다. 염증 모양이나 범위, 합병증을 자세히 확인하려면 컴퓨터단층(CT) 검사를 시행하기도 한다. 폐렴을 일으킨 원인균을 찾기 위한 객담 배양검사와 혈청 검사를 진행하기도 하지만 원인균을 확인하기까지 3일 이상의 기간이 필요하다는 한계가 있다. 원인균에 따라 그에 맞는 항생제를 골라 쓰면 좋은데, 우선 가장 가능성이 높은 원인균부터 치료하는 ‘경험적 항생제 요법’으로 시작하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항생제를 비롯해 수분과 영양을 충분히 공급하며 휴식을 취하게 하면 건강한 성인은 1~2주 안에 증상이 호전될 수 있다. 반면 면역력이 낮은 어린이나 고령자, 당뇨병·천식·만성폐쇄성폐질환 등 기저질환을 앓고 있는 경우엔 폐렴이 쉽게 낫지 않고 생명까지 위협할 가능성이 있다.

폐렴이 무서운 이유는 이처럼 면역력이 약화된 환자에게 여러 종류의 합병증 위험까지 함께 높이기 때문이다. 특히 미생물 감염으로 주요 장기에 장애를 유발하는 패혈증이 발병할 수 있으며 이로 인한 패혈성 쇼크까지 일어나면 생명이 더욱 위태로워진다. 폐의 부분적 합병증인 기흉, 폐농양 등이 동반되기도 한다. 민진수 교수는 “폐렴이 심하게 진행돼 호흡부전에 빠져 중환자실에서 인공호흡기 치료를 받거나, 패혈증으로 혈압이 떨어져 치명적인 쇼크에 이르기도 한다”며 “다발성 장기부전이 오면 생명이 위험할 수 있다”고 말했다.

예방을 위해선 평상시 면역력을 유지할 수 있는 생활습관을 지키고 감염원을 피할 수 있게 개인위생을 철저히 하는 것이 좋다. 손을 자주 깨끗이 씻고, 충분한 수면과 영양가 높은 식단을 챙기면 도움이 된다. 그리고 노인과 만성질환자 같은 폐렴 고위험군엔 폐렴구균 예방백신을 접종하는 것이 가장 효과 좋은 예방법이다. 최근 통계에 따르면 50세 이후부터 폐렴 유병률이 늘고 있으므로 50세가 넘으면 백신을 접종하는 것이 좋다. 국내에선 지금까지 밝혀진 90여종의 원인균 중 폐렴을 가장 잘 일으키는 폐렴구균 23종(PPSV23)에 대한 백신을 65세 이상 고령자에게 무료로 접종할 수 있게 지원한다. 하지만 폐렴이 원인인 사망자 중 65세 이상 노인이 94%에 달하는데도 이 연령층의 폐렴구균 백신 접종률은 23%에 불과한 형편이다.

백신을 접종하면 폐렴구균에 감염됐을 때 나타나는 치명적인 합병증에 대해 65세 이상 노인은 약 75%, 당뇨병·심혈관계질환·호흡기질환 등의 만성질환자는 65~84%까지 예방하는 효과가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최천웅 교수는 “폐렴구균 백신은 1회 접종만으로도 효과가 나타난다”며 “폐렴이 백신으로 100% 예방되지는 않지만 중증으로 발전하는 것을 막아 주므로 65세 이상 노인이나 만성질환자는 폐렴구균 백신을 꼭 접종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경향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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