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일 안암동 고려대학교 서울캠퍼스에서 윤석열 대통령 탄핵 찬성 집회가 열리고 있다. 이준헌 기자
연세대학교, 서울대학교에 이어 고려대학교에서도 21일 윤석열 대통령 탄핵 찬성·반대 집회가 동시에 열렀다. 윤 대통령 지지자들과 이에 반대하는 시민 등이 집회에 동참하면서 교내에 큰 혼란이 벌어졌다.
이날 서울 성북구 고려대 안암캠퍼스에서는 교문을 사이에 두고 탄핵 찬성을 주장하는 이들과 탄핵을 반대하는 이들이 서로를 향해 구호를 외쳤다. 탄핵 찬성 측이 “윤석열을 탄핵하라” “민주광장 지켜내자”를 외치자 탄핵 반대 측에서는 “공산당” “빨갱이들 나가라” 등을 외쳤다.
탄핵 찬성 집회가 먼저 열렸다. 고려대 안암캠퍼스 민주광장에는 고려대 동문이 붙인 “극우에 맞서 행동하는 후배들이 자랑스럽습니다” 등의 현수막이 붙었다. 탄핵 찬성 집회를 주도한 고려대 대학원생 오수진씨는 “지난해 12월 8년 만에 열린 고려대 학생총회에서 2400명이 넘는 학생들이 비상계엄 규탄과 윤석열 퇴진 요구를 가결시켰다”며 “그런데도 계엄을 옹호하는 자들은 그저 ‘에브리타임(학내 온라인 커뮤니티)에 게시글이 많다’ 같은 쓸데 없는 척도로 자신들이 다수라고 한다”고 말했다.
‘고려대 탄핵 반대 시국선언’이 예정된 21일 고려대학교 안암캠퍼스 정문 앞에 윤석열 대통령 지지자들이 모여있다. 이준헌 기자
뒤이어 고려대 안암캠퍼스 정문 앞에서는 탄핵 반대 시국선언이 열렸다. 10여명의 고려대 재학생들도 학과 점퍼를 입고 참여했다. 이들은 “반국가세력에 의해 절체절명의 갈림길에 서 있다”며 “공산 세력의 내정 간섭 상황, 이 모든 것들은 국가 전복 시도”라고 말했다. 이들이 발언하자 태극기와 성조기, ‘Stop the steal’ ‘윤석열 복귀’ 손팻말 등을 든 이들이 환호했다.
고려대에서 탄핵 반대 집회가 열린다는 소식이 온라인 커뮤니티·사회관계망서비스(SNS) 등을 통해 퍼지며 외부인들도 모여들었다. 이날 온라인커뮤니티 디시인사이드 미국정치 갤러리에서는 “시간이 얼마 없다 고려대 시국선언 나와달라” “외부인도 고려대 와도 된다” 등의 게시물이 올라왔다. 촛불행동 등 탄핵 찬성 측 단체들도 참여했다.
앞서 지난 17일 서울대 관악캠퍼스에서도 윤 대통령 탄핵 찬반 집회가 동시에 열렸다. 당시 극우 유튜버와 윤 대통령 지지자 등이 외부에서 들어오며 학내가 소란스러워졌다.
최근 연세대와 서울대에 이어 고려대까지 이어진 대학 내 탄핵 반대 집회는 보수 성향 대학생 단체 ‘자유수호대학연대’가 주도하는 것으로 보인다. 자유수호대학연대는 한양대 학생인 김준희 대표가 지난달 16일 학내 커뮤니티에 탄핵 반대 성명문을 내자고 촉구하는 글을 올리면서 설립됐다. 지난 20일 김 대표는 기자와 통화하며 “탄핵 반대 뜻을 함께하는 점조직처럼 각 대학의 단체 대화방을 만들어 시국선언 등을 준비하고 있다”며 “적극적인 학생 90명 정도가 참여하고 있다”고 말했다.
반대 시위가 이어지면서 대학 내 탄핵 반대 목소리가 ‘과대 대표’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날 집회에 참여한 고려대 4학년 김정아씨(23)는 “현실에서는 학생총회에 3000명의 학생들이 모여 윤 대통령 탄핵에 뜻을 함께했는데, 왜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극우 사상에 물든 목소리가 많이 올라오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고려대 재학생 김석규씨(22)는 “사실 극우세력이 위협이 될 만큼 조직화하지는 않은 것 같다. 에브리타임에서도 몇 명이 상주하며 글을 올리는 듯하다”며 “학내 게시판만 봐도 탄핵 찬성 대자보는 자주 보는데 반대쪽 대자보는 본 적이 없다. 실제로 활동하는지도 모르겠다”라고 말했다.
자유수호대학연대는 앞으로 건국대, 서울시립대, 숭실대, 이화여대, 한국외대 등에서도 탄핵 반대 집회가 열릴 것이라 예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