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크로소프트가 공개한 마요라나 프로세서 이미지. 마이크로소프트 제공
현재 컴퓨터로는 계산할 수 없는 문제를 풀 수 있다. 인공지능(AI)의 학습 속도가 획기적으로 빨라진다. 신약·신물질 개발이 손쉬워진다. 군사 통신망을 도청할 수 없도록 암호화할 수 있다.
양자컴퓨터가 ‘게임 체인저’로 불려온 이유다. 양자컴퓨터가 가져올 꿈 같은 미래이지만, 양자컴퓨터 칩의 불안정성 탓에 상용화에는 수십년이 걸릴 것으로 예상돼 왔다. 엔비디아를 이끄는 젠슨 황도 올해 초 “쓸만한 양자컴퓨터를 만나려면 30년은 더 기다려야 한다”고 말한 바 있다. 그러나 미국 마이크로소프트(MS)가 “수년 안에 양자 컴퓨터 시대가 실현될 수 있을 것”이라는 전망과 함께 첫 양자 컴퓨터 칩을 공개했다.
19일(현지시간) 마이크로소프트가 공개한 양자컴퓨터 칩 ‘마요라나 1’(Majorana 1)의 크기는 일단 손바닥만하다. 양자컴퓨터의 정보처리 단위인 큐비트(qubit)가 8개 구현됐다고 한다. 0과 1로 구성된 ‘비트’가 계산 단위인 일반 컴퓨터와 달리, 양자컴퓨터는 0과 1의 상태를 동시에 갖는 큐비트가 정보처리 단위다. 양자컴퓨터가 일반 컴퓨터로 불가능한 많은 양의 정보를 순식간에 처리할 수 있는 이유라고 한다. 앞서 2019년 구글이 내놓은 양자컴퓨터 칩 ‘윌로우칩’을 장착한 컴퓨터는 슈퍼컴퓨터가 100자년(10의 24제곱년) 걸려야 풀 수 있는 문제를 5분 안에 풀었다.
문제는 상용화 시점이다. 칩의 안정성을 충분히 확보하는 데 기술적 어려움이 크다. 구글의 칩이 상용화되지 않은 까닭이기도 하다. 무엇보다 극저온 상태를 유지해야 하는 데다가, 외부 환경에 민감해 계산 오류가 쉽게 발생한다. 마이크로소프트는 새로운 기술로 이런 약점을 보완했다고 주장한다. 이 회사는 이 기술을 ‘위상 큐비트’라고 부른다.
이 기술은 ‘토포컨덕터’라는 초전도 물질 개발이 핵심이다. 토포컨덕터는 반도체 재료인 인듐비소(InAs)와 초전도체인 알루미늄을 원자 단위에서 결합해 안정적으로 초전도성을 갖는다. 이 회사는 이 물질을 통해 외부 환경으로부터 양자 정보를 효과적으로 보호하는 ‘마요라나 입자’를 만들어내는 데 성공했다고 주장한다. 구글 등의 방식보다 칩의 안정성이 높다는 뜻이다. 이 회사는 이 칩에서 구현한 기술 정보 일부를 국제학술지 ‘네이처’에 이날 공개됐다.
마이크로소프트는 이 기술로 큐비트를 100만개까지 확장할 수 있다고 말한다. 회사 쪽은 “큐비트 100만개 이상을 구현해야 양자컴퓨터도 상용화할 수 있을 것”이라며 “수년 내 상용화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이 회사의 체탄 나약 퀀텀하드웨어 부사장은 “100만 큐비트 규모로 확장 가능한 양자컴퓨터는 단순한 기술적 성취가 아니라 전세계가 직면한 복잡한 문제를 해결할 열쇠”라고 말했다.
일부에선 마이크로소프트가 공개한 기술이 완전하지 않다는 반응도 나온다. 논문에 공개된 내용이 위상 큐비트의 구현법일 뿐, 실제로 큐비트 연산에서 나온 데이터는 없다는 점도 지적됐다. 메릴랜드 대학의 양자 물리학 교수인 산카르 다스 사르마는 ‘엠아이티(MIT) 테크놀로지 리뷰’ 등과의 인터뷰에서 “거대한 공학적 성공이지만, 상업용 양자컴퓨터로 이어질 것으로 단정하기 전에 훨씬 더 많은 개선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용수 한국과학기술연구원 양자기술연구단장은 “이번 마이크로소프트의 양자컴퓨팅칩은 새로운 접근 방식이라는 점에서 의미는 있다. 지금은 학계의 검증이 필요한 단계”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