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회부되는 상위 순위 점령… 국힘, 거센 요구에 진퇴양난
국회 국민동의청원이 윤석열 대통령 탄핵 정국에서 강성 보수층에 점령됐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윤 대통령을 지지·옹호하는 이른바 ‘아스팔트 우파’의 주장이 담긴 청원이 줄지어 국회 상임위원회 회부 기준을 달성한 상위 목록에 오르는 상황이다. ‘부정선거 투표 방지’ ‘중국인 특혜 근절 요청’ ‘헌법재판관 탄핵’ 등이 대표적이다.
이를 두고 여당이 강성 지지자들의 전방위 압박에 포위된 장면을 단적으로 보여준다는 평가가 나온다. 여권 내에서는 강성 우파와 동일시되거나 이들에게 일방적으로 끌려가는 이미지가 굳어지면 조기 대선 국면에서 ‘중도층 확장’에 타격을 입을 수 있다는 우려도 커지고 있다.
20일 국민동의청원 홈페이지를 보면 청원 1~3위는 문형배·이미선·정계선 헌법재판관에 대한 탄핵 청원이 올라 있다. 모두 진보 성향으로 분류되는 재판관들이다. 4위는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의원직 제명 청원이다. 해당 청원들의 동의자 수는 모두 10만명을 넘겼다. 국민동의청원은 30일간 5만명 이상 동의를 받으면 소관 상임위에 회부돼 심사 절차를 거치게 된다.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를 해체하라는 청원은 7만3000여명의 동의를 얻었다. ‘중국인 혐오’와 직간접적으로 연관된 청원도 상위권에 포진됐다. ‘국내 체류 중국인을 포함한 외국인의 특혜 근절에 관한 청원’을 올린 청원인 A씨는 “국내에 체류하고 있는 중국인 포함 외국인에게 자국민보다 월등한 특혜를 주고 있다”며 “이를 박탈·제한·수정·근절해 대한민국 재정을 충실히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청원은 이날까지 6만5000명 이상의 동의를 얻었다.
부정선거 의혹과 관련해서는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실태에 대한 국정조사에 관한 청원(5만여명), 선거시스템 공개검증에 관한 청원(5만여명), ‘형상기억종이’ 진위에 대한 철저한 조사특위 설치에 관한 청원(4만5000여명) 등이 올라와 있다.
국민의힘 지도부의 고심은 깊어지고 있다. 강성 보수층 요구를 액면 그대로 수용할 수도, 못 본 척 외면할 수도 없는 딜레마 때문이다. 한 지도부 인사는 통화에서 “욕설 문자나 협박부터 각종 조언에 정책 제안까지 서로 상충하는 온갖 요구사항이 쇄도하고 있다”며 “‘뜨거운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요구한다면 ‘아포가토’라도 만들어서 대접해야 하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다른 여권 핵심 관계자는 “사실 답이 없는 고민일 수밖에 없다”면서도 “욕을 먹더라도 여권 분열만은 피해야 한다는 게 지도부의 최우선 방침”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