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20일 오후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에서 열린 탄핵심판 10차 변론에 출석해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헌법재판소가 20일 윤석열 대통령 탄핵심판 마지막 변론기일을 오는 25일로 잡았다. 전례를 보면 최종 변론 약 2주 뒤인 다음 달 10일 무렵 헌재가 윤 대통령 파면 여부를 판단해 밝힐 것으로 예상된다. 윤 대통령 탄핵이 이뤄지면 곧바로 21대 대통령선거를 향한 시계가 가동된다. 탄핵 60일 이내인 올해 5월 초·중순에 대선이 치러진다.
헌재는 이날 윤 대통령 탄핵심판 10차 변론을 마치며 “2월25일 오후 2시에 양측 대리인 종합변론과 당사자(윤 대통령) 최종 의견 진술 절차를 진행하겠다”고 밝혔다. 헌재는 국회 측과 윤 대통령 측에 최종 변론 시간으로 각각 2시간씩 주고, 피청구인인 윤 대통령의 최종 진술은 시간제한 없이 부여하겠다고 밝혔다.
탄핵심판 절차 시작부터 고의로 서류 송달을 거부하고 무더기 증인을 신청하는 등 시간 끌기로 일관한 윤 대통령 측은 헌재가 이날 변론 종결을 예고하자 부정선거 의혹을 검증해야 한다며 반발했다. 윤 대통령 측 도태우 변호사는 헌재가 중앙선거관리위원회(선관위) 서버 감정 신청, 투표관리관·사무관 증인 신청, 투표자명부에 따른 실제 투표자 수 일치 여부 검증 신청을 모두 기각했다면서 “이 사건의 주요 쟁점과 관련된 필수적 증거 조사 신청에 대한 부분”이라고 주장했다. 문형배 헌재소장 권한대행은 “내일(21일) (재판관) 평의 때 논의해 보겠다”고 했지만, 헌재가 이미 최종 변론 날짜까지 잡은 터라 수용 가능성은 희박하다. 윤 대통령 측은 대리인단 전원 사퇴로 헌재에 항의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지만 윤 대통령이 탄핵 결정 전 자진하야할 수 있다는 전망은 부인했다.
오는 25일 최종 변론까지 마무리되면 재판관 평의와 선고만 남게 된다. 재판관들은 평의를 통해 인용·기각 의견을 모은다. 주심인 정형식 재판관이 다수의견을 담아 초안을 작성하고 견해가 다른 소수의견까지 모아 결정문을 확정한 뒤 선고한다.
이렇게 평의를 거쳐 헌재 입장을 정하는 기간이 2주가량 걸린다. 노무현 전 대통령은 최종 변론으로부터 14일, 박근혜 전 대통령은 11일 뒤 파면 여부가 결정됐다. 전례에 따르면 오는 3월10일 안팎에 윤 대통령 파면 여부가 결정된다는 계산이 나온다. 국회의 탄핵소추안 가결 및 헌재 접수가 이뤄진 지난해 12월14일부터 약 90일 만에 헌재 결정이 나오는 것이다. 이는 91일이 걸린 박 전 대통령 사례와 유사하다.
현재 재판관 8인 가운데 6명 이상이 탄핵 인용 의견을 내면 윤 대통령은 파면된다. 5인 이하가 인용 의견을 내 탄핵소추안이 기각되면 윤 대통령은 즉시 대통령직에 복귀한다.
파면 결정이 나면 이후 60일 안에 조기대선을 치러야 한다. 5월 초중순에 대선이 치러진다는 계산이 나온다. 이날 윤 대통령 탄핵 일정이 윤곽을 드러내면서 여야는 곧장 대선 국면으로 진입할 것으로 보인다. 조기대선 언급을 피했던 국민의힘 대선 주자들도 본격적인 경선 준비에 돌입할 것으로 예상된다.
헌재는 이날까지 총 16명을 증인으로 채택해 총 17번 신문했다. 증인으로 출석한 이는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과 여인형·이진우·곽종근 전 사령관 등 군 관계자, 조지호 경찰청장, 김봉식 전 서울경찰청장 등 경찰 관계자, 조태용 국가정보원장, 홍장원 전 국정원 1차장 등 정보기관 관계자, 신원식 국가안보실장 등 대통령실 관계자, 한덕수 국무총리, 이상민 전 행정안전부 장관 등 내각 인사, 김용빈 선관위 사무총장 등이다.
국회 측과 윤 대통령 측, 재판관들은 이들에게 비상계엄 선포 절차·포고령 내용·국회와 선관위 장악 시도·정치인 체포 시도 등이 있었는지, 이러한 행위들이 헌법과 법률에 어긋나는지를 따졌다. 이날 증인으로 출석한 한 총리는 비상계엄 선포 전 국무회의의 절차적 문제를, 홍 전 차장은 윤 대통령의 정치인 등 주요인사 체포 지시 사실을 각각 증언했다. 헌법기관인 국회 활동 정지 내용을 담은 포고령, 윤 대통령으로부터 국회의 계엄 해제 요구 결의안 통과 저지 지시를 받았다는 여러 증언만으로도 헌법 위반의 중대성은 충분히 입증된다는 게 다수 법조계 인사의 견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