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덕수 국무총리가 20일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에서 열린 윤석열 대통령 탄핵 심판 10차 변론에 증인으로 출석해 발언하고 있다. 헌법재판소 제공
한덕수 국무총리는 12·3 비상계엄 당시 윤석열 대통령으로부터 계엄 이틀 뒤 열리는 행사에 대신 참석해 달라는 말을 들었다고 밝혔다. 비상계엄이 반나절이면 해제될 것이라고 말했다는 윤 대통령 측 주장에도 해당 발언을 들은 적이 없다고 말했다.
한 총리는 20일 오후 헌법재판소에서 열린 윤 대통령 탄핵심판 10차 변론에 출석해 계엄 선포 직후 윤 대통령으로부터 지시받은 게 있느냐는 질문에 “특별한 지시 사항은 없었다”고 답했다. 다만 “일상적 의전, 예를 들어 이틀 뒤에 무역협회의 ‘무역의날’ 행사가 있었다. 거기에 대신 좀 참석해 달라거나, 그런 말을 들은 것 같다”고 말했다.
한 총리가 언급한 행사는 한국무역협회가 주관하는 행사로, 특별한 사정이 없는 경우 현직 대통령이 참석해 축사를 했다. 윤 대통령도 2022년과 2023년에 모두 참석한 바 있다.
한 총리는 ‘비상계엄이 반나절이면 해제될 것이라고 윤 대통령이 말한 적 있느냐’는 질문에도 “들은 적이 없다”고 말했다. 앞서 윤 대통령은 지난달 23일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을 직접 신문하며 “어차피 계엄이란 게 길어야 하루 이상 유지되기도 어렵고 그러니까”라고 말한 게 기억나느냐고 물었다. 윤 대통령 측 조대현 변호사도 같은 날 “비상계엄은 처음부터 반나절이었고 국민들에게 경각심을 호소하기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
한 총리는 또 윤 대통령이 계엄을 선포하려 하자 국무위원들이 “모두 걱정하고 만류한 것으로 기억한다”고 말했다. ‘찬성하는 국무위원도 있었다’는 김 전 장관 증언에 대해서는 “제 기억에는 전혀 그렇지 않다”고 반박했다.
계엄 선포 당시 국정이 마비될 정도로 급박한 비상사태가 있었느냐는 국회 측 황영민 변호사 질문에는 “그 상황에 대해 아는 바가 없다”고 말했다. 또 국회가 계엄 해제 요구안을 의결한 뒤인 새벽 2시30분쯤 윤 대통령에게 자신이 해제를 건의했고, 윤 대통령이 “해제 국무회의를 하라”고 말했다고 증언했다.
대통령 대리인단은 한 총리에게 총리로 재직하면서 겪은 국정 운영의 어려움에 대해 주로 질의했다.
한 총리는 야당의 잇따른 탄핵소추로 의결할 수 있는 국무위원이 16명으로 줄어든 데 대해 “두 사람만 일이 있어서 ‘아웃’되면 국무회의가 없어지는 것”이라며 “엄청 심각한 일이고 대행 시절 정치권에도 몇 번 말씀드렸다”고 말했다.
또 야당의 법안 반대와 예산 삭감 등을 지적하는 질문에는 “정치권이 뭔가 앞장서서 하지 않으면 분명 우리나라의 미래는 없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