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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북도가 추진하는 'K보듬 6000' 1호인 경북 경산시 하양우미린에코포레아파트 1층에서 조현일 경산시장(뒷줄 왼쪽 세 번째)과 돌봄시설 관계자들이 아이들과 함께 기념촬영하고 있다. 사진 경산시
경북 경산시에 살고 있는 강모(40·여)씨는 첫째 아이가 초등학교 축구선수다. 평일에는 네 살 난 둘째를 어린이집에 맡길 수 있지만 주말에는 어쩔 수 없이 둘째를 땡볕인 운동장에서 6시간 이상 돌봐야 해 여간 힘들 것이 아니었다.

하지만 지난해 10월 아파트 1층 상가에 ‘K보듬 6000’ 시설이 문을 열면서 걱정을 덜게 됐다. 주말에는 둘째를 K보듬 6000 지정 시설에 무료로 맡겨둘 수 있게 됐다. 엄마는 마음 놓고 첫째를 응원할 수 있고, 둘째 아이도 쾌적한 실내에서 친구들과 놀수 있게 돼 일석이조였다.



전국 첫 돌봄모델, 부담 완화 큰몫

‘저출생과 전쟁’을 선포한 경북도가 전국에서 처음으로 내놓은 핵심 돌봄 대책인 ‘K보듬 6000’이 운영 넉 달여를 맞이하면서 지역 학부모들의 일상도 훨씬 나아졌다. ‘한 아이를 키우려면 온 마을이 필요하다’는 아프리카 나이지리아 속담이 아파트 거주 환경에 실현된 뒤의 변화다.

‘K보듬 6000’은 공동체가 아이를 안전하게 함께 돌볼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하는 정책이다. K는 경북에서 만든 돌봄 모델을 대한민국(Korea)으로 확산한다는 의미이고 보듬은 상대방을 따뜻하게 품에 안아 보호하고 배려하는 행동, 6000은 ‘육아 천국’의 축약어다. 결국 1년 365일 24시간 아이를 보호하고 감싼다는 뜻이다.

경북도가 추진하는 'K보듬 6000'을 그린 그림. 사진 경북도

지난해 하반기 문을 연 K보듬 6000 1호점의 경우 접근성이 좋은 아파트 1층에 있다. 영유아 돌봄 시설인 시립하양에코어린이집, 초등 돌봄 시설인 에코포레마을돌봄터, 공동육아 나눔터, 독서와 휴식을 위한 에듀센터, 재능 나눔 프로그램을 상시 운영하는 체육관, 어린이 안전 놀이터가 함께 들어섰다.



자정까지 무료 운영…원어민 수업도

K보듬 6000을 이용하고자 하는 부모는 K보듬 6000 지정 시설에 전화를 걸어 신청하면 된다. 자녀가 영유아에서 초등학교 6학년 사이의 연령이라면 무료로 이용이 가능하다. 경북도에 따르면 평균적으로 각 시설마다 주간 30명, 평일 야간 5명, 주말과 공휴일 10명 정도 시설을 이용하고 있다. 지난해 7월부터 11월까지 야간과 주말·공휴일에만 1만6680명이 시설을 이용했다.

경북도 관계자는 “현재는 해당 시설에 직접 전화를 걸어 예약을 해야 하고 인원이 꽉 찼을 경우 이용이 불가능할 수도 있다”면서 “불편을 줄이기 위해 각 시설 이용 현황을 보여주는 시스템을 만들고 통합 콜센터도 개설해 운영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이들 시설은 오전 7시 30분부터 자정까지 운영되며 돌봄 전문가가 아이를 돌보고 놀아준다. 부모·조부모·경로당 어르신이 육아에 도움을 주고 자율방범대·의용소방대는 센터 주변 안전 순찰, 자원봉사자는 재능 나눔 특화 프로그램을 제공한다. 원어민 교사를 상시 배치해 체육·과학 등 특색 있는 프로그램도 운영한다.

K보듬 6000은 지난해 포항·안동·구미·경산·예천·김천·성주 등 7개 시·군 53곳에서 운영을 시작했다. 올해에는 11개 시·군 69곳으로 확대할 예정이다. 총 사업비는 경북도와 각 시·군이 94억6000만원을 투입한다.



“안심하고 아이 맡길 수 있어 감사”

K보듬 6000 시설이 활성화되면서 강씨처럼 한숨 돌린 학부모들도 늘어났다. 최근 일을 시작하면서 맞벌이 부부가 된 A씨는 야간 근무를 나갈 때는 친정이나 시댁에 아이를 맡겨야 했는데, 양가 모두 시간이 안 될 때는 난감할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이제 야간 근무가 있는 날이면 아이를 K보듬 6000 시설에 맡길 수 있다.
경북도가 추진하는 'K보듬 6000' 1호인 경북 경산시 하양우미린에코포레아파트 1층에 각종 돌봄시설이 들어서 있다. 사진 경산시

최근 꽃집을 창업한 B씨도 어린이집 자리를 구하지 못해 아이를 데리고 인테리어 공사 현장을 다녔다. 창업 후에도 아이를 꽃집에 데리고 있으면서 일을 해야 하나 걱정이 컸는데 K보듬 6000이 있다는 걸 알고 안심했다. B씨는 “일하는 동안 선생님들이 아이를 돌봐주고 원어민 영어 수업까지 받을 수 있어 감사하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K보듬 6000에서는 대학생들이 멘토로 참여해 아이들과 형제자매처럼 교감하는 프로그램도 운영 중이다. 대학생들이 아이들에게 직접 짜장라면을 끓여 주거나 간식을 나누는 등 가족처럼 지내면서 모범적인 돌봄 문화를 만들어가고 있다는 평가다.

엄태현 경북도 저출생극복본부장은 “K보듬 6000은 단순한 돌봄을 넘어 부모들이 안심하고 경제활동을 할 수 있도록 돕는 든든한 육아 지원군으로 자리 잡고 있다”며 “앞으로 보다 많은 가정이 도움을 받을 수 있도록 지원을 확대하고 아이들이 더욱 안전하게 보호받을 수 있도록 돌봄 시스템을 강화하겠다”고 말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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