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우에다 가즈오 일본은행 총재가 1월 24일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발언하는 모습. 사진 로이터=연합뉴스


일본은행이 지난 1월 금융정책결정회의에서 기준금리를 연 0.25%에서 연 0.5%로 인상했다. 일본은행의 금리인상은 작년 3월 마이너스 금리 해제 이후 세 번째다. 기준금리가 연 0.5%가 된 것은 리먼브러더스 파산 사태 이전인 2007년 2월~2008년 10월 이후 처음이다. 일본에선 1995년 9월 이후 기준금리가 연 0.5%를 넘은 적이 없다.

당초 시장에서는 엔캐리트레이드 청산 우려가 제기됐지만 별다른 충격이 없었다. 일본은행이 앞서 잇달아 금리인상 가능성을 내비치며 시장에 신호를 줬기 때문이다. 작년과 달리 미·일 금리 차가 급격히 줄어들지 않을 것이란 관측도 많다. 우에다 가즈오 총재는 기자회견에서 앞으로 계속 금리를 인상할 방침을 표명했다.
제대로 된 임금 인상 기대
우에다 총재는 기자회견에서 금리인상 이유에 대해 “작년에 이어 제대로 된 임금 인상이 예상된다고 판단했다”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취임 후에도 금융자본시장은 전체적으로 안정돼 있다”고 설명했다.

일본은행은 2024년도 소비자물가지수(CPI) 상승률 전망치를 전년 대비 2.7%로 제시하며 기존 전망치인 2.5%에서 상향 조정했다. 2025년도 전망치는 2.4%, 2026년도 전망치는 2.0%를 제시하며 각각 기존 대비 0.5%포인트, 0.1%포인트 올렸다.

우에다 총재는 물가상승률 전망치 상향 조정 요인 중 하나로 ‘엔화 약세에 따른 수입물가 상승’을 언급했다. 그는 “과거에 비해 환율 변동이 물가에 영향을 미치기 쉬운 측면이 있다”고 지적했다.

이번 금리인상 후에도 완화적 금융환경이 지속될 것이라는 인식도 나타냈다. 물가 변동을 고려한 실질금리는 “큰 폭의 마이너스이고 극히 낮은 수준”이라는 것이다. 경제 및 물가 전망이 실현될 확률이 높아지면 “계속해서 금리를 인상하고 금융완화 정도를 조정할 것이라는 기본적인 생각에는 변함이 없다”고 강조했다.

우에다 총재는 경기를 뜨겁게도 식히지도 않는 중립금리에 대해선 “연 1~2.5% 정도에 분포돼 있다”고 언급했다. 금리를 연 0.5%로 인상해도 “중립금리는 아직 상당한 거리가 있다”며 인상 목표가 아직 멀다는 것을 시사했다.
다음 금리인상은 언제
향후 금리인상 속도에 대해 일본은행 내부에서는 ‘6개월에 한 번 정도일 것’이라는 의견이 있다. 추가 인상 땐 연 0.75%에 도달하는데 이는 일본이 지난 30년간 경험하지 못한 영역이다.

다음 인상 시기에 대한 견해는 엇갈린다. 우선 6~7월이란 의견이 있는데 엔화 약세에 따른 인플레이션에 대응할 수밖에 없다는 관측이다. 9월 인상 시나리오도 있다. 연 0.75%는 30년 동안 도달한 적이 없는 만큼 더 신중한 검토가 필요하기 때문이란 분석이다.

향후 금리인상 시기를 판단하는 데 큰 영향을 미치는 요인은 환율 동향과 일본 국내외 정치 상황이다. 일본과 미국의 금리 차는 점차 축소되고 있지만 엔화 약세 기조는 변하지 않고 있다. 엔·달러 환율은 여전히 달러당 150엔대로 높은 수준이다.

일본에선 오는 7월 상원인 참의원 선거도 예정돼 있다. 6월에는 전초전이라고 할 수 있는 도쿄도 의원 선거가 있다. 정치 정세가 불안정해질 가능성이 있다. 일본은행이 쉽게 움직이지 못할 수도 있다는 분석이다.

일본은행이 주목하고 있는 트럼프 대통령의 경제정책과 그 영향도 완전히 파악된 것은 아니다. 우에다 총재는 “(트럼프 행정부의) 출발은 대체로 예상 범위 내에 머물러 있다”면서도 “앞으로 어떤 정책이 나올지 알 수 없다는 불확실성은 남아 있다”고 지적했다.
가계는 플러스, 기업은 마이너스
일본은행 금리인상에 따라 미쓰비시UFJ은행, 미쓰이스미토모은행, 미즈호은행 등 3대 메가뱅크는 보통예금 금리를 연 0.1%에서 연 0.2%로 올렸다. 3대 은행의 보통예금 금리가 연 0.2%가 되는 것은 2008년 11월 이후 17년 만이다.

미쓰비시UFJ은행과 미쓰이스미토모은행은 주택담보대출 이용자 대부분에 적용되는 변동금리 지표인 단기 프라임 레이트도 연 1.625%에서 연 1.875%로 인상한다. 그럼에도 전체 가계 수지에는 플러스가 될 것이란 분석이다. 야마토종합연구소 추산에 따르면 이번 금리인상에 따라 가계 전체 이자 수입에서 이자 부담을 빼면 0.2조 엔 플러스다.

기업 부문은 금리인상에 따른 이자 수입에서 이자 부담을 빼면 0.7조 엔 마이너스로 추산된다. 기업들은 고정금리로 자금을 조달해 금리인상 영향을 억제하거나 회사채 만기 연장 및 분산 등 대책을 서두르고 있다.

기업들이 투자를 중단하는 것은 아니다. 인력 부족, 디지털화 등 변화에 대응하기 위한 투자는 더 이상 미룰 수 없다. 작년 12월 일본은행 조사에 따르면 2024년도 설비투자 계획은 전년 대비 9.7% 늘며 3년 연속 10% 안팎 증가를 예상하고 있다. 배경에는 일본 기업이 버블 붕괴와 리먼 쇼크를 겪으며 쌓아 놓은 내부 유보가 있다.
금리인상에도 엔저 왜?
이번에 금리를 인상하기 전 일본은행 내부에선 금리를 올리지 않으면 엔저가 가속할 수 있다는 위기감이 있었다. 지난해 7월 엔·달러 환율은 달러당 160엔대까지 치솟으며 엔화 가치가 37년 6개월 만에 가장 낮은 수준으로 떨어졌다. 이후에도 달러당 150엔대 수준의 엔저가 지속되고 있다.

구조적 엔 매도 압력이 계속되는 것이 엔저의 배경으로 지목된다. 일본 무역수지는 지난해까지 4년 연속 수출이 수입을 밑도는 적자를 기록했다. 해외에서 번 돈보다 더 많은 돈이 해외로 유출되고 있다. 새 소액투자비과세제도(NISA)를 이용한 해외 자산에 대한 투자가 계속되는 것도 엔저의 요인으로 지목된다.

엔화 약세는 일본 기업의 수출에 도움이 되는 측면이 있지만 수입 물가를 올려 물가상승으로도 이어진다. 최근 긍정적인 측면은 희미해지고 눈에 띄는 것은 부정적인 측면이다. 재무성이 발표한 2024년 수출물량지수는 102.9로 전년 대비 2.6% 감소해 3년 연속 하락했다. 오히려 엔화 약세가 요인으로 작용하는 에너지 및 원자재 가격 상승은 가계를 압박하고 기업 경영의 발목을 잡고 있다.

엔저 장기화로 일본 가계 포트폴리오도 크게 변화하고 있다. 미즈호은행에 따르면 가계의 외화 표시 투자신탁 등 외화성 자산은 지난해 9월 말 기준 98조5000억 엔으로 불어났다. 5년간 70%가 급증한 것이다. 문제는 엔·달러 환율이 달러당 150엔에서 120엔으로 하락할 경우 주가가 움직이지 않아도 수조엔 단위로 평가손실이 불어날 수 있다는 점이다.
국채 등급 하향 위기
“이대로라면 일본 국채 등급이 하향 조정될 수 있다.” 일본 재무성 내부에선 이런 위기감을 드러낸다.

작년 12월 성립된 2024년도 추가경정예산은 13조9000억 엔 규모인데 새로 6조7000억 엔의 국채를 추가 발행해 재원의 50%를 충당한다. 이번 추경예산은 코로나 사태 전인 2019년도 추경예산의 4배 이상 규모다.

문제는 기준금리가 연 0.5%에 도달하면서 일본 정부가 저금리로 국채를 발행해 자금을 조달하는 방식이 점차 통하지 않게 될 것이란 점이다. “지난 20년간 정부의 국채 이자 지급액은 연간 7조~8조 엔 정도로 낮은 수준이었는데 앞으로 주의해야 할 필요가 생겼다”는 게 재무성 내부 목소리다.

재무성 추산에 따르면 물가상승률이 2%로 추이하는 등 성장이 지속될 경우 정부의 국채 이자 지급액은 2028년도에 16조1000억 엔에 달한다. 올해 예산안보다 50% 증가한 수준이다. 특히 일본 정부의 국내총생산(GDP) 대비 부채 비율은 세계적으로 높아 이대로라면 향후 국채 등급이 하향 조정되더라도 이상하지 않다는 지적이 나온다.

도쿄=김일규 한국경제 특파원

한경비즈니스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45536 나경원, 이번엔 ‘한동훈 비상계엄 원인제공론’ “책임 있다” 랭크뉴스 2025.02.21
45535 [단독] ‘트럼프 측근’ 잭 넌 하원의원 “고려아연 적대적 M&A, 미국에 위협” 랭크뉴스 2025.02.21
45534 경찰 “尹대통령 ‘체포영장 집행 방해’ 혐의로 입건” 랭크뉴스 2025.02.21
45533 [2보] 경찰, 尹 특수공무집행방해 입건…체포저지 문자메시지 확보 랭크뉴스 2025.02.21
45532 中이 장악했던 유조선… 올 들어 韓 조선 잇단 수주 랭크뉴스 2025.02.21
45531 '캡틴아메리카' 복장 尹지지자 경찰서 난입시도…현행범 체포 랭크뉴스 2025.02.21
45530 홍준표 "선거철 다가올 것 같으니 온갖 쓰레기들 준동" 랭크뉴스 2025.02.21
45529 [속보] 공수처, ‘계엄 모의’ 혐의 국방정보본부장 사무실·주거지 압수수색 랭크뉴스 2025.02.21
45528 임종석 "민주당, 중도 보수 정당 아냐…대표가 함부로 못바꿔" 랭크뉴스 2025.02.21
45527 ‘국방장군’ 말고 ‘국방장관’이 필요하다 랭크뉴스 2025.02.21
45526 "올해 한국 성장률 1.0%까지 추락"…최악 전망 나왔다 랭크뉴스 2025.02.21
45525 [2보] 공수처, 국방정보본부장 사무실 압수수색…비상계엄 관련 랭크뉴스 2025.02.21
45524 “넷플릭스 싸게 보려다가” OTT 등 계정공유 플랫폼 피해 급증 랭크뉴스 2025.02.21
45523 아마존, 분기 매출 월마트 추월하며 미국 기업 1위 올라 랭크뉴스 2025.02.21
45522 "휴대전화 기름 붓고 태우라"‥증거 인멸 꾀했다 랭크뉴스 2025.02.21
45521 [1보] 공수처, 국방정보본부장 사무실 압수수색…비상계엄 관련 랭크뉴스 2025.02.21
45520 윤석열 쪽, 암 투병 조지호에 “섬망 증세 없었냐” 랭크뉴스 2025.02.21
45519 박지원 “윤석열·이재명 동시청산 이낙연 주장은 정신나간 얘기” 랭크뉴스 2025.02.21
45518 “제발 가자”…도로 위 돼지 때문에 경찰관 진땀 [잇슈 키워드] 랭크뉴스 2025.02.21
45517 "한반도 표범·호랑이 왜 사라졌나" 대기업 나와 시베리아 간 이 남자 랭크뉴스 2025.02.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