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신 헨드릭스. AFP연합뉴스
[서울경제]
이맘(이슬람 성직자) 가운데 세계 최초로 커밍아웃한 것으로 알려진 남아프리카공화국의 무슬림이 무장 괴한의 총에 맞아 세상을 떠났다.
18일(현지시간) 현지 경찰 등에 따르면 동성애자 이맘인 무신 헨드릭스(57)는 지난 15일 남부 이스턴케이프주 게베하(옛 포트엘리자베스)에서 2명의 남성에게 피살당했다. 경찰은 얼굴을 가린 용의자 2명이 픽업트럭으로 그가 탄 차를 막아선 뒤 여러 차례 총격을 가했다고 설명했다. 헨드릭스는 현장에서 숨졌고, 용의자들은 범행 직후 도주했다.
경찰은 범행 동기를 밝히지 않았지만 이슬람에서 동성애가 엄하게 금지된다는 점에 있어 현지 성소수자 단체는 혐오범죄일 가능성을 제기하고 있다. 헨드릭스가 케이프타운에서 동성애자와 다른 소외된 무슬림을 위한 모스크를 운영해 표적이 됐다는 것이다. 습격 당시에도 성소수자 커플의 결혼식 주례를 위해 게베하를 방문했다가 변을 당한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은 용의자들이 헨드릭스의 차량을 노리고 의도적으로 접근한 정황을 포착해 증오범죄일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고 수사할 방침이다.
1967년 6월 케이프타운의 무슬림 가정에서 태어난 헨드릭스는 1996년 커밍아웃한 뒤 이맘으로 활동해 왔다. 그는 생전 케이프타운에서 동성애자 등 소외된 무슬림들을 위한 피난처인 모스크를 운영했다. 또 퀴어 퍼레이드 등 각종 성소수자 권리 옹호 활동에도 적극 참여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헨드릭스의 사망 소식에 국제게이레즈비언협회(ILGA)는 "헨드릭스는 동성애자로 커밍아웃한 세계 최초의 이맘"이라며 "그는 남아공과 전 세계의 수많은 사람이 신앙과 화해하기 위한 여정에서 그들을 지지했다"고 추모했다. 그러면서 현지 당국에 증오범죄로 의심되는 이번 사건을 철저히 조사할 것을 촉구했다고 AP통신은 전했다.
남아공은 아파르헤이트(흑백인종차별정책) 종식 이후 1994년 채택한 헌법에서 성적 지향을 이유로 한 차별 금지를 명시한 최초의 국가다. 아프리카에서 유일하게 2006년 동성 결혼을 합법화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