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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13년 국세청 국정감사에 출석한 전재국씨. 연합뉴스


전두환씨의 장남 전재국씨(66)가 설립한 출판 도소매업체 ‘북플러스’가 유동성 위기에 휩싸였다. 북플러스는 교보문고, 웅진북센, 한국출판협동조합에 이어 국내 4대 도서 도매업체다. 12·3 비상계엄 사태 이후 출판 시장 전체가 얼어붙고 있는 상황에서 거대 도매업체의 파산 가능성이 알려지며 출판계의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다.

19일 한국출판인회의에 따르면 조정행 북플러스 대표는 지난 14일과 18일 서울 마포구 동교로 한국출판인회의에서 열린 설명회를 통해 최대 주주 A씨의 회사 주거래통장 압류로 현금 흐름이 악화해 정상적인 거래처 지불이 불가능한 상황이라고 밝혔다.

출판인회의에 따르면 북플러스 유동성 위기는 지난주 중후반 갑자기 불거지기 시작했다. 지난 13일 만기도래한 1억원의 어음은 결제해 부도를 면했으나 20일 돌아오는 어음부터 오는 4월 말까지 도래하는 만기 어음 규모는 118건, 약 4억5000만원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졌다. 만기가 돌아오는 어음을 제때 변제하지 못한다면, 최악의 경우 중소 출판사들이 자금을 회수하지 못해 연쇄 부도로 이어질 수도 있다. 북플러스와 거래하는 출판사는 줄잡아 600여곳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졌다.

북플러스는 설명회에서 부채 대비 자산이 많아 위험 요인은 적다고 설명했다. 북플러스의 자산 규모는 약 189억 5000만원으로, 부채(156억 600만원)보다 33억 4000만원 많다. 북플러스는 도서 정리로 미지급 채권이 발생할 경우 자회사 ‘더북센터’를 매각해 부채를 충당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도진호 한국출판인회의 유통정책위원장은 “전체 어음 규모가 크지 않아 일정대로 변제만 한다면 파산까지는 가지 않을 것이라 본다”면서도 “자금 유동성 문제는 한 번 불거지면 연쇄 타격이 있을 수 있다는 점이 문제”라고 말했다.

북플러스의 경우 주주간 갈등 문제가 돌발 채무로 발생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북플러스는 전재국씨가 1998년 설립했으나 지분매각을 단행하면서 2019년 A씨가 최대 주주가 됐다. 우호 지분을 합치면 전씨의 지분율이 더 높지만, 회사의 여러 권리를 둘러싸고 A씨와 전씨간 소송이 잇따르는 등 양측이 대립해 왔다. 2023년 감사보고서 자료를 기준으로 A씨의 지분율은 32.43%, 리브로 26.07%, 전재국 19.71%다. 전재국 씨는 서점 리브로의 최대 주주이기도 하다.

출판 업계는 지난해 10월10일 한강 작가의 노벨문학상 수상으로 출판 시장이 반짝 호황을 맞았으나 지난해 12월 비상계엄 사태 이후 관심도가 급격히 줄어든 상황에서 수급 문제까지 발생하면 출판 업계 전체가 어려워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통계청 국가통계포털(KOSIS)에 한강 작가의 노벨문학상 수상 소식이 전해진 지난해 10월 서적 출판업 생산은 1년 전보다 2.8% 증가했다. 노벨문학상 수상 발표 직후 도서 구매가 급증한 영향으로 풀이됐다.

그러나 관심은 오래가지 않았다. 지난해 11월 서적 출판업 생산은 1년 전보다 11.1% 줄었는데, 이는 2023년 1월 기록한 -11.9% 이후 1년 10개월 만에 최대폭이다. 12월에도 하락세를 이어갔다. 비상계엄 등 국정 위기가 발생하며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탄핵심판 및 내란죄 수사에 관심도가 모아지며 출판물에 대한 관심이 줄어든 탓으로 풀이된다.

도 위원장은 “계엄령 사태 이후 출판계가 완전히 얼어붙은 상황인데, 북플러스 사태까지 발생해 암담하다”며 “돌발 채무 가능성 등 상황을 긴밀이 살펴보겠다”고 말했다.

경향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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