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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일 러시아 모스크바의 거리에서 뉴스 가판대에 놓인 신문들. 신문들은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간의 최근 전화 통화를 표지기사로 다루고 있다. 모스크바/로이터 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8일(현지시각) 우크라이나 전쟁의 책임을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대통령에게 돌리는 듯한 발언을 해 논란이 일고 있다. 대통령 선거를 실시해 젤렌스키 대통령을 교체할 가능성을 열어둬야 한다고도 주장했다. 모두 러시아의 주장과 맥을 같이 하는 발언들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플로리다 마러라고에서 기자들과 만나 “젤렌스키는 전쟁을 시작하지 말았어야 했다”며 “우크라이나가 3년 동안 전쟁을 지속했지만, 끝내지 못했다. (젤렌스키 정부는) 처음부터 협상을 통해 전쟁을 피할 수 있었다”고 주장했다. 우크라이나가 러시아의 요구를 수용하지 않았기 때문에 전쟁이 벌어졌다는 러시아 쪽 주장과 비슷한 발언이다.

우크라이나에 대선 실시도 요구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우크라이나에서는 오랫동안 선거가 없었고, 현재 계엄령이 유지되고 있다”며 “젤렌스키의 지지율이 4%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발언 직후 키이우 인디펜던트는 키이우국제사회학연구소의 최신 여론조사 결과를 인용해 반박했다. 연구소가 지난해 12월 우크라이나 국민 2000명을 대상으로 시행한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젤렌스키 대통령 국정 지지율은 52%였다.

우크라이나 대선 실시는 러시아의 오래된 요구사항이다. 우크라이나는 지난해 4월 대선을 예정하고 있었으나, 2022년 러시아의 전면 침공 이후 계엄령이 선포되면서 선거가 연기됐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2023년 “현재 선거를 치르면 정치적 분열이 초래될 것이며, 우리는 국방에 집중해야 한다”고 밝힌 바 있다. 러시아는 젤렌스키 대통령을 축출한 뒤 우크라이나에 친러·친푸틴 정권을 수립하는 방안을 모색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트럼프 대통령은 “우크라이나가 협상 테이블에 앉기를 원한다면 국민의 의견이 반영돼야 한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이날 발언은 사우디아라비아에서 열린 미국과 러시아 간 비공개 협상 직후 나왔다. 이 협상에는 우크라이나가 초대되지 않았다. 이에 대해 젤렌스키 대통령은 강한 불만을 표출했고,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은 젤렌스키 대통령의 불만을 반박하는 과정에서 나왔다.

트럼프 대통령은 ‘러시아가 평화 협정 체결을 위해 우크라이나의 대선을 원한다는 얘기가 있다'는 질의에 답하며 “이는 러시아가 제기한 것만이 아니라 나와 다른 나라들도 하는 얘기”라며 우크라이나가 대선을 치러야 한다는 뜻을 거듭 확인했다. 앞서 영국 일간 텔레그래프는 리야드에서 열린 미·러 회담에서 양국이 평화협정 최종 합의 전 우크라이나에서 선거가 치러져야 한다는 데 동의했다고 보도한 바 있다.

트럼프 대통령의 이러한 행보를 두고 공화당 내에서도 반발이 나온다. 공화당 소속 로저 위커 상원의원(미시시피)은 “푸틴은 전범이며, 종신형을 받아야 할 인물”이라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푸틴 대통령과 이달 말까지 만날 가능성이 크다고 밝히며 “우크라이나는 평화를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그의 발언이 우크라이나에 대한 지지보다는 러시아의 입장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흐르는 것을 두고 우크라이나와 유럽연합(EU) 쪽에서는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한겨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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