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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지난 5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트럼프 2.0 시대 핵심 수출기업의 고민을 듣는다’란 주제로 열린 토론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김경호 선임기자 [email protected]

더불어민주당의 이념 정체성을 ‘중도보수’로 규정한 이재명 민주당 대표의 발언이 정치권 안팎에 파문을 낳고 있다. ‘오랜 정치적 오해를 바로잡는 솔직한 자기 고백’이란 반응도 있지만, 분배 정의와 노동 존중 등 진보적 가치를 지향해온 당 정체성과 어긋난다는 비판이 거세다. 당의 정체성에 대한 ‘재규정’이 토론과 숙의 없이 당대표에 의해 돌출적으로 이뤄지는 것을 두고선 정당의 민주적 기풍을 훼손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이 대표는 19일 국회에서 취재진을 만나 “민주당은 성장을 중시하는 중도보수 정당”이라며 “우리(민주당)는 원래 진보정당이 아니다. 진보정당은 정의당, 민주노동당 이런 쪽이 맡고 있는 것”이라고 했다. 전날 한 유튜브 채널에서 한 발언을 재확인한 것이다. ‘민주당은 중도보수정당’이란 이 대표의 언급은 전날 유튜브 생중계에서 반도체 분야 주 52시간 예외 허용 검토, 상속세 공제 한도 상향 등 최근의 ‘우클릭’ 행보를 겨냥한 비판에 대해 “(보수화된 것이 아니라) 중도보수라는 원래 자리에 있는 것”이라고 반박하는 과정에서 나왔다.

이 대표의 발언에 김부겸 전 국무총리 등 비이재명계 일부 인사가 “비민주적이고 몰역사적”이라고 공개비판했지만, 의원들 반응은 조심스럽다. 이날 비공개 최고위원회의에서도 이 문제와 관련해선 아무런 언급이 없었다고 한다. 그러나 수면 아래에서는 당대표의 ‘급변침’을 우려하는 분위기가 읽힌다. 의원들의 텔레그램 단톡방에서는 “(중도보수라는 이념 지향을 내걸고) 서민과 중산층을 대변한다는 당 강령을 어떻게 실현할 수 있겠나” “발언이 나온 현실적 맥락에서 봐야 한다”는 의견이 엇갈리는 가운데, 친이재명계 의원들 사이에서도 “진보, 중도, 합리적 보수까지 아우르는 국민정당이라고 하면 어떤가? 진보 지향을 포기하는 것처럼 들릴 수 있다”는 우려를 내놓고 있다.

진보당과 정의당 등 진보정당의 반응에선 ‘수긍’과 ‘우려’가 공존했다. 홍성규 진보당 수석대변인은 “(진보를 참칭하지 말라는 지적을 받고도) 정정하지 않았던 ‘진보’라는 이름을 스스로 벗어던지려는 게 ‘우클릭의 정당화 시도’라면 우려스럽다. 광장의 사회대개혁 요구와도 엇갈릴 수밖에 없다”고 했다. 권영국 정의당 대표는 “원래부터 (중도)보수였던 민주당이 늦게라도 실체를 인정한 만큼 오인되고 왜곡된 정치 구도를 바로잡는 계기가 돼야 한다”면서도 “다만 이 대표의 선언은 노동자와 서민, 사회적 약자를 위한 정치에서 멀어지겠다는 의미 같아 우려스럽다”고 했다.

진보학계의 반응도 다르지 않았다. 신진욱 중앙대 사회학과 교수는 “민주당은 그동안 민주주의와 인권, 복지국가, 남북평화를 추구해온 전통이 있고, 이는 진보부터 보수까지 아우를 수 있는 보편적 가치다. 문제는 이 대표가 이를 중도보수로 우경적으로 협애화한 것”이라며 “극우의 토양이 되는 것이 기성 정치에 대한 실망과 환멸인데, 이런 식의 정략적인 우클릭 제스처는 매우 우려스럽다”고 했다. 장석준 출판연구집단 산현재 기획위원은 “보수언론의 프레임 씌우기와 민주당의 진보파, 사회운동 흡수 전략 탓에 민주당이 ‘진보’로 오인돼왔던 것을 민주당이 스스로 바로잡는 바람직한 자기 인식”이라면서도 “다만 이것이 국민의힘의 극우화, 민주당의 보수정당 선언으로만 그치면 결국 한국 정치 전체는 더 오른쪽으로 가는 결과로 나타날 것”이라고 우려했다.

한겨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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