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광훈 유니버스]
<1> '전광훈 그룹' 지배 구조 해부
FIU "이상 거래" 수사 의뢰 사실 드러나
"배임 등 혐의 입증 어려워"… 내사 종결
'사업 허용' '당회장 위임' 정관 철벽 방패
이복현 "선교카드 문제 있는지 점검 중"
<1> '전광훈 그룹' 지배 구조 해부
FIU "이상 거래" 수사 의뢰 사실 드러나
"배임 등 혐의 입증 어려워"… 내사 종결
'사업 허용' '당회장 위임' 정관 철벽 방패
이복현 "선교카드 문제 있는지 점검 중"
편집자주
매주 광화문에서 음모론을 설파하던 전광훈 사랑제일교회 원로목사가 탄핵 정국 이후 극우 정치의 정점에 섰다. 한국일보는 이른바 '애국시민'들의 헌금을 종잣돈 삼아 언론부터 쇼핑·금융·통신까지 문어발식으로 사업을 확장하고 있는 '전광훈 유니버스'의 실태를 파헤쳤다.서부지법 폭동의 배후라는 의혹을 받는 전광훈 사랑제일교회 목사가 5일 서울 여의도 자유통일당 당사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내란 선동 혐의를 전면 부인했다. 강예진 기자
"교회에서 행사할 때, 일부러 수백만 원짜리 플라잉 스피커 등 필요 이상으로 비싼 자재를 사요. 왜? 어차피 교인들이 돈을 주니까."
전광훈 사랑제일교회 원로목사 측근이었던 내부자는 18일 한국일보에 이런 사실을 전했다. 플라잉 스피커는 크레인에 대형 스피커를 매단 장치로 대규모 집회에서 사용되는데 의도적으로 '퓨리턴'의 비싼 제품을 구입한단 얘기다. 이 회사는 전 목사가 주최하는 광화문 집회 등의 설비 운영을 도맡는 음향설비 업체다. 사랑제일교회 장로 김모(55)씨가 대표이사, 김 대표의 아내이자 사랑제일교회 사무장 박모(50)씨가 사내이사다.
이 회사로 들어가는 교회 자금의 출처는 신도들의 헌금으로 추정된다. 전 목사는 본보에 "매달 10억 원 정도가 헌금으로 들어온다"며 "퓨리턴에는 (스피커 등을 설치하면) 그 대가를 지불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자유일보에는 (월)5억 원을 지원한다"고 덧붙였다. 자유일보는 전 목사의 딸 전한나씨와 아들 전에녹씨가 번갈아 대표로 있었던 극우 성향 일간지다.
퓨리턴과 자유일보 외에도 사랑제일교회와 밀접한 관계에 있는 회사와 단체는 더 있다. 리더스프로덕션(유튜브), 더피엔엘(알뜰폰), 광화문온(쇼핑몰), 한국교회선교은행(선교카드), 대한민국바로세우기국민운동본부(시민단체) 등이다. 이들 역시 사랑제일교회 핵심 간부들이 대표이사나 사내이사, 감사 등으로 경영에 깊숙이 관여하고 있다.
대한민국바로세우기국민운동본부 등이 주최한 윤석열 대통령 탄핵반대 국민대회가 15일 서울 광화문 사거리 일대에서 열린 가운데, 알뜰폰(퍼스트모바일) 홍보 부스가 집회장소 인근에 설치돼 있다. 홍인기 기자
'무적 방패'된 교회 정관
윤석열 대통령 탄핵반대 국민대회가 15일 서울 광화문 사거리 일대에서 열린 가운데 봉사자들이 헌금 주머니와 조끼를 챙기고 있다. 이들 대부분은 자유마을, 대한민국바로세우기국민운동본부 소속 회원들이다. 문지수 기자
한국일보 취재 결과 금융당국과 수사기관도 사랑제일교회를 둘러싼 금전 거래가 미심쩍다고 보고 조사에 나선 적이 있다. 금융정보분석원(FIU)은 2023년 교회 법인계좌의 이상자금 거래 정황을 포착해 수사를 의뢰했다. 고액현금거래보고제도(CTR)에 따라 한 금융회사에서 동일인 명의로 1거래일 동안 1,000만 원 이상의 현금이 입·출금되면, 거래자 신원과 금액이 FIU에 자동 보고된다. 교회에서 단기간에 고액의 현금이 오간 걸 FIU가 수상하게 여긴 것이다.
수사기관도 입건 전 조사(내사)에 착수했다. 수사팀은 당시 교회 담임목사(대표)였던 정모씨와 재정 담당 장로 김모씨를 소환했다. 그러나 업무상배임 혐의 적용이 어렵다고 보고 내사 종결했다. 가장 큰 이유는 교회가 정관에 따른 절차를 지켰다고 봤기 때문이다.
한국일보가 입수한 사랑제일교회 정관엔 '언론을 통한 선교사업' '사회사업' '대한민국을 공산주의 및 주사파로부터 보호하기 위한 사업' 등 12개의 목적 사업이 적혀 있다. '인사와 재정은 당회의 결정에 따라 당회장에게 위임하고 그 결과에 대해 책임을 묻지 않는다'고도 적시됐다. 당회는 일반 기업으로 따지면 이사회와 같은 최고 의결기구다. 대표목사가 당회장을 맡고, 당회장이 지명하는 목회자와 사무장들로 구성된다. 당회는 필요한 사안을 공동회의(등록 교인 전체가 참석하는 일종의 주주총회)로 넘길 수도 있다. 사랑제일교회에선 현재 이모(39)씨가 당회장이다. 이씨는 전 목사의 최측근이자 수행비서로 알려진 남모(64)씨의 사위다.
<사랑제일교회 정관>제4조 (사업)
본 교회는 제3조의 목적을 달성하기 위하여 다음과 같이 목적 사업을 행한다.
1. 국내 외 종교 사업
2. 언론(신문, 방송매체, 유튜브)을 통한 선교사업
3. 교육 및 장학사업- 교회 부설 인재개발 관련 사업
5. 사회사업
6. 노인의료복지 사업
7. 북한 복음회 및 인권보호를 위한 지원사업
8. 한국교회 및 기도원의 재개발, 재건축, 부도 및 경매로부터 보호사업
9. 세계기독청건립사업을 통한 세계복음화 사업
10. 대한민국을 공산주의 및 주사파로부터 보호하기 위한 사업
11. 신앙자유와 예배자유를 보호하기 위한 사업
12. 당회결의에 따른 한국교회 공익과 복음사업에 기여하는 사업
...(중략)...
사. 인사 및 재정
본교회의 인사와 재정은 당회의 결정에 따라 당회장에게 위임하고 그 집행결과에 대하여 책임을 묻지 않는다.
전문가들도 사랑제일교회가 정관에 따라 당회나 공동회의를 거쳤다면 자금 사용을 문제 삼기 어렵다고 했다. 김영근 한국교회세무재정연합 회계사는 "출연 재산인 헌금은 종교 목적 외로 사용될 경우 법적으로 문제 될 수 있다"면서도 "교회 헌금이 목적 외로 사용되려면 정관에 적힌 사업이어야 하고, 교회 내부 회의체에서 적법한 절차를 거쳐 승인되면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이헌주 교회재정건강성운동 사무국장도 "정관의 법적 구속력과 실효성이 굉장히 크다"고 했다. 소재열 한국교회법연구소장 역시 "우리나라는 교회의 자기결정권과 독립성을 보장한다"며 "상위(교단) 정관과 개별 교회 정관이 충돌해도 교회 정관이 우선한다는 판례도 있다"고 강조했다.
전 목사도 이런 사실을 잘 알고 있다. 그는 한국일보에 "정관은 교회에서 헌법과 같은 것"이라며 "정관을 갖고 재판하면 다 무혐의가 난다"고 자신했다. "우리 정관에 따르면 기자들에게 돈을 줘도 된다"는 상식 밖의 얘기도 했다.
사랑제일교회 의사 결정 과정이 형식적 정당성만 갖췄다는 지적도 있다. 다수의 교회 내부자들은 "당회는 '거수기'나 다름없고, 전 목사 열혈 지지층인 교인들이 모인 공동회의에서도 이견을 표하긴 쉽지 않다"며 "회의체는 있으나마나"라고 털어놨다.
세무조사도 사각지대?
11일 서울 중구 한국일보 본사에서 전광훈 목사에게 피해를 입은 피해자들이 인터뷰하고 있다. 정다빈 기자
사랑제일교회는 과세당국 감시망에서도 벗어나 있다. 공익법인은 해마다 회계결산 서류를 국세청에 제출하고 공시해야 하지만 종교법인만 예외적으로 이런 의무가 없다. 종교법인들이 마음먹고 회계를 '깜깜이'로 운영하면 국세청도 잡아낼 방법이 없는 셈이다. 이 때문인지 전광훈 목사 측은 "세무조사를 받은 적이 없고, 합법적인 경영이며 떳떳하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자금 운영이 투명하지 못하다는 비판이 제기되자 일부 종교법인들은 재정 운용 자료를 공개한다는 내부 규정을 만들기도 했다. 감사위원을 둬 '사업 및 예산 집행'에 대해 감사를 거치는 곳도 적지 않다. 그러나 사랑제일교회 정관엔 이 같은 외부 감시에 관한 내용이 없었다.
한편,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이날 전광훈 목사가 NH농협은행과 제휴해 만든 선교카드와 관련해 "카드 모집 절차 등 위법 행위가 있는지 점검 중"이라고 밝혔다. 전 목사는 그동안 수수료의 0.2∼0.5%가 자신이 설립할 '선교은행'에 들어간다며 가입을 독려해 왔다. 일명 '전광훈 선교카드'는 2004년 사랑제일교회 장로인 조모씨가 대표로 있는 청교도콜센터가 농협카드와 제휴해 만든 신용·체크카드다. 전 목사는 한국일보 통화에서 "(청교도콜센터 통신사업권) 그거 따내는 데 몇십억 원이 들었다"며 "굉장히 까다로운데 우리 딸이 그걸 해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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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① <1>'전광훈 그룹' 지배 구조 해부
- • "교회 정관은 헌법"… 금융당국·수사기관도 전광훈 교회에 두 손 들었다
(www.hankookilbo.com/News/Read/A2025021701300001712) - • 당신이 낸 '애국 헌금'… '전광훈 유니버스' 배 불린다
(www.hankookilbo.com/News/Read/A2025021513560004190) - • 전광훈 "한 달에 헌금만 10억… 작년 광화문 집회에 1000억 지원"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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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교회 정관은 헌법"… 금융당국·수사기관도 전광훈 교회에 두 손 들었다
- ② <2>'애국 가스라이팅'과 절대 순종
- ③ <3> 광장 동원력, 비주류가 실세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