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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 특수본, 여인형 전 방첩사령관 진술 확보
지난해 10~11월 김용현·군사령관 등 모임에서
내란 우두머리 혐의로 구속된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달 23일 오후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에서 열린 탄핵 심판 4차 변론기일에 출석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해 10~11월,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과 주요 군사령관 등이 모인 자리에서 ‘현재 사법체계에선 이재명 같은 사람을 어떻게 할 수 없다’며 비상대권 필요성을 주장한 것으로 18일 확인됐다. 비상계엄의 목적이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를 비롯한 ‘정적’을 제거하기 위한 시도라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

검찰 비상계엄 특별수사본부(본부장 박세현 고검장)는 지난해 여인형 전 방첩사령관을 조사하면서 비상계엄 당시 체포 대상자들에 대한 윤 대통령의 비판적인 언급이 있었다는 취지의 진술을 확보했다. 여 전 사령관은 “2024년 10~11월 무렵 윤 대통령이 ‘현재의 사법체계, 형사소송법, 방탄 국회, 재판 지연 상황에서는 이재명 대표 같은 사람을 어떻게 할 수 없다. 비상대권을 통해 조치해야 한다’고 했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진다. 2022년 대선 뒤 검찰이 이 대표 수사에 대대적으로 나서 무더기 기소가 실현되고, 이 대표가 5개의 재판을 받고 있지만 법원의 확정 판결을 이른 시일 안에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비상계엄이라는 방식으로 이 대표를 체포하고 처벌하려고 한 것으로 보인다.

이 대표뿐 아니라 비상계엄 당시 체포 명단에 올랐던 인물들은 대부분 윤 대통령이 부정적으로 평가했던 인물들이다. 여 전 사령관은 검찰에서 체포 명단에 오른 이들을 윤 대통령이 평소에 어떻게 평가했는지도 진술했다. 우원식 국회의장을 두고서 윤 대통령은 “국회의장은 원래 당적이 없는데 민주당에 편파적으로 국회를 운영”한다고 지적했다고 한다. 김명수 전 대법원장에 대해선 “재판이 지연되고 유전무죄 같은 사법체계를 만든 사람”이라고 했고, 이학영 국회부의장은 “젊었을 때 회장 집 쳐들어가서 처벌받은 전과가 있는 사람이 어떻게 국회의원을 하냐”고 말했다. 이 부의장은 1979년 남조선민족해방전선준비위(남민전) 활동 당시 투쟁 자금을 마련한다는 이유로 최원석 전 동아건설 회장 집에 침입해 옥살이를 한 전력이 있다.

박근혜 정부 때 대구고검에 좌천돼 있던 윤 대통령에게 총선 출마를 권유했을 정도로 가까웠던 양정철 전 민주연구원장에 대해 윤 대통령은 “부정선거 관련해 부정적으로 언급”했다며 배척했다. 조해주 전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상임위원도 부정선거와 연관해 비판했다고 한다. 김민석 더불어민주당 의원을 두고선 “이재명 대표와 가깝고, 나에 대한 정치적 공격을 많이 했다. 종북주사파 핵심”이라고 평가했고 또 김 의원의 형인 김민웅 촛불행동 대표도 “김 의원과 유사한 이유로 싫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진다. 방송인 김어준씨는 “여론조사기관을 운영하며 여론을 조작”했다고 평가한 것으로 알려졌다. 양경수 민주노총 위원장에 대해선 “민주노총 간첩단 사건과 관련해 부정적으로 언급”했다.

윤 대통령은 지난해 여름 무렵에도 이른바 ‘품평회’를 이어갔다고 한다. 여 전 사령관은 당시 경호처장인 김용현 전 장관과 함께 정보사령부 간첩 사건 수사보고를 위해 서울 한남동 대통령 관저를 찾았는데, 이 자리에서 윤 대통령은 정치인과 민주노총 관계자, 내란 선동 혐의로 유죄 판결을 받은 이석기 전 통합진보당 의원을 부정적으로 언급한 것으로 전해졌다.

여 전 사령관은 검찰 조사에서 “이재명·조국·한동훈에 대해서는 (윤 대통령이) 왜 부정적인지 아실 것”이라며 구체적인 이유는 진술하지 않았다고 한다. 이렇게 윤 대통령이 부정적으로 언급한 이들은 대부분 비상계엄 때 체포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체포 명단 작성이 윤 대통령의 의중에서 비롯된 것이라는 점을 증명하는 정황이다.


이들에 대한 체포는 14개팀 2조로 나뉘어 이뤄질 계획이었다. 방첩사 간부들의 검찰 진술을 종합하면, 1조는 이재명·우원식·한동훈 등의 체포를 맡았다. 2조는 조국·김어준·김민웅 등이 대상이었다. 1조의 첫 대상은 이 대표였다. 이날 방첩사를 떠나 국회로 처음 출발한 것도 이 대표 체포조였다. 2조의 첫 체포 대상은 조국 전 조국혁신당 대표였다.

국회의원들이 계엄 해제 요구 결의안 의결을 위해 국회 본회의장에 모여들 무렵 김용현 전 장관은 여 전 사령관에게 이 대표와 우원식 의장, 한동훈 당시 국민의힘 대표를 우선 체포하라는 지시를 내렸다고 한다. 실제 지난해 12월4일 0시41분께 국회로 출동한 방첩사 요원들의 단체대화방에는 “기존 부여된 구금인원 전면 취소. 모든 팀은 이재명·우원식·한동훈을 체포하여 구금시설, 수방사로 이동한다”라는 명령이 올라왔다. 하지만 비상계엄 소식을 전해들은 시민들이 국회를 지켰고 국회의원들이 벽을 넘어 국회 본회의장에 집결하면서 주요 인사 체포 시도는 무산됐다.

이처럼 사전에 체포 명단이 작성되고 이들을 실제로 잡으려고 군까지 출동했지만 내란 세력은 이를 극구 부인하고 있다. 김 전 장관은 지난달 23일 윤 대통령의 탄핵 재판에서 “윤 대통령에게 정치인 체포 지시를 받은 적이 없다”며 “포고령 위반 우려 대상자를 몇명 불러주며 ‘동정을 살피라’고 여 전 사령관에게 지시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한겨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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