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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의힘 의원들이 17일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앞에서 윤석열 대통령 최소한 방어권 보장 촉구 및 불공정성 규탄과 관련해 헌법재판소 사무처장을 면담하기에 앞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뉴스1

40명가량의 국민의힘 의원은 지난 17일 오후 헌법재판소를 항의 방문했다. 탄핵 심판 중인 윤석열 대통령의 방어권 보장을 촉구하고, 헌재의 불공정성을 규탄하기 위해서였다. 김기현 의원은 “헌재가 대통령의 증인 신문 참여라는 헌법적 기본권을 박탈했다”고 주장했고, 나경원 의원은 “헌재가 국정 마비에 사실상 동조하지 않았나 하는 생각마저 든다”고 했다.

이날 항의 방문에 참석한 의원 상당수는 지난달 윤 대통령의 체포를 막기 위해 서울 한남동 대통령 관저를 지키는 등 윤 대통령 탄핵 반대에 앞장서는 ‘반탄파’ 인사들이다. 이들 앞에서 탄핵 인용을 전제로 하는 ‘조기 대선’ 언급은 사실상 금기로 통한다.

하지만 이튿날인 18일 라디오 인터뷰에 나선 친한동훈계 핵심 인사 신지호 전 의원은 “지금 조기 대선이 겉으로는 금기시돼 있지만 솔직히 말씀드리면 낮에는 조기 대선의 ‘조’ 자도 꺼내지 않다가 저녁에 모이면 거의 대부분 조기 대선 이야기를 한다”고 꼬집었다. 그러곤 “주간하고 야간하고 다른데 주간에는 플랜A(탄핵 기각)고, 야간에는 플랜B(조기 대선 승리)”라고 덧붙였다.

신 전 의원의 발언은 대표적인 ‘탄핵 찬성파(찬탄파)’인 한동훈 전 대표의 정치 재개 소식을 반탄파가 잇따라 직격하자 반박하는 과정에서 나왔다. 하지만 낮에는 탄핵에 반대하고 밤에는 조기 대선을 준비하는 ‘주반야대(晝反夜大)’ 현상은 최근 여권에서 일상적인 풍경이 됐다.

실제 복수의 국민의힘 관계자에 따르면 윤 대통령 탄핵 심판 결론이 임박하면서 여권에서도 물밑 움직임이 분주해졌다. 전날 헌재 항의 방문에 참석한 한 의원은 “반탄파 대선 후보로 5선 국회의원 3인방인 김기현·나경원·윤상현 의원을 주목해야 한다”고 귀띔했다.

윤석열 대통령이 13일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에서 열린 탄핵심판 8차 변론에 출석해 있다. 뉴스1

이유는 이렇다. 오세훈 서울시장과 한동훈 전 대표, 유승민 전 의원, 안철수 의원 등 찬탄파는 대선 후보군이 즐비한 반면, 반탄파의 경우 김문수 고용노동부 장관과 홍준표 대구시장 등 상대적으로 숫자가 적어 누구든 당심을 결집하면 드라마를 쓸 수 있다는 것이다. 이 의원은 “탄핵 반대 목소리를 키울수록 외려 자신의 이름을 지지층에 각인시키는 효과를 낼 수 있을 것”이라며 “반탄파 입장에선 탄핵 반대라는 명분과 지지층에 사랑을 받는 실리를 동시에 챙길 수 있지 않느냐”고 반문했다. 같은 이유로 지난 8일 동대구역 집회에서 애국가를 부른 이철우 경북지사 등 여권 소속 광역단체장과 윤 대통령 탄핵 반대 목소리를 키우고 있는 원희룡 전 국토교통부 장관도 잠재 후보군으로 꼽힌다.

이렇게 주목받는 상당수 반탄파 인사들의 공통점은 아이러니하게도 친윤(친윤석열)계에서 멀어졌거나, 다소 거리를 두던 이른바 ‘멀윤’이란 점이다. 하지만 이들은 12·3 비상계엄 사태 이후 탄핵 정국에서 외려 윤 대통령을 적극 돕는 모습을 보였다. 수사기관의 윤 대통령 체포 경쟁이 벌어졌을 땐 새벽부터 관저로 달려갔고, 구치소에 있는 윤 대통령 접견을 다녀왔다. 여권에선 “서운한 감정을 잊고 대통령을 지킨다”는 긍정 평가가 나왔다.

여권에선 오해도 잇따르고 있다. 최근 한 여권 정치인은 국민의힘 중진 A의원을 보자 달려와 “오세훈 서울시장을 돕기로 하셨느냐”고 물었다고 한다. 화들짝 놀란 A의원은 “무슨 말도 안 되는 소리냐”고 대꾸했다. 사연을 들어보니 이랬다.

며칠 전 A의원은 누군가의 초대로 수백명이 참여한 단체 채팅방에 들어가게 됐다. 그런 식으로 초대되는 방이 한두개가 아니다 보니 신경을 쓰지 않고 있었는데, 알고 보니 그 단체방이 오 시장의 외곽 지원 조직이란 평가를 받는 채팅방이었다. 이에 반탄파인 A의원이 탄핵 찬성 입장을 밝혔던 오 시장을 돕는다는 소문이 퍼진 것이다. A의원은 “나는 그렇게 가볍게 움직일 사람이 아니다”고 손사래를 쳤다.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가 윤석열 대통령 2차 체포영장 집행에 나선 15일 오전 서울 용산구 한남동 대통령 관저 앞에 김기현 의원(가운데)을 비롯한 국민의힘 의원들이 입장을 밝히고 있다. 뉴스1

계엄 이후 혹시라도 오해를 살 수 있는 말이 새어나갈까 봐 예정된 약속도 대거 취소했던 것과 달리, 최근엔 의원 사이의 지역·계파별 식사도 활발해졌다. 식사 자리 최대 화두는 단연 조기 대선이다. 최근 일부 영남 의원 만찬에 참석한 중진 의원은 “참석자 전부 탄핵에 반대한 의원들이었지만, 만약을 위한 대선 준비에 나서야 한다는 데는 이견이 없었다”고 전했다. 다만 서로 누굴 도울 것인지는 의원끼리도 섣불리 입 밖에 내지 못하는 분위기라고 한다.

국민의힘 보좌진이 모인 자리에서도 대화 주제는 하나로 귀결된다. 영남 의원의 보좌관은 “만일 대선을 치르게 되면 이번엔 준비 기간이 매우 짧다”며 “보좌진끼리 모이면 이미 비밀리에 캠프가 꾸려진 곳이 있는지, 누구에게 줄을 대야 나중에 소외되지 않고 캠프에 안착할 수 있는지 등의 얘기를 하고 있다”고 했다.

여의도 동향에 주목하며 레이더를 돌리고 있는 건 용산 대통령실도 마찬가지다. 윤 대통령을 적극 옹호하는 행정관은 “탄핵에 앞장서는 여당 사람들이 너무 싫다”면서도 “그래도 만약 탄핵이 되면 누가 이재명(더불어민주당 대표)과 가장 싸워볼만하냐”고 물었다. 큰 틀에서는 대통령실 역시 ‘반(反)이재명 전선’의 한 축인 셈이다.

이미 여권 유력 대선 후보군은 조심스럽게 사실상 공개 행보를 시작했다. 윤 대통령 탄핵안 통과의 책임을 지고 물러났던 한 전 대표는 사퇴 두 달 만에 다시 기지개를 켠다. 이달 말 『국민이 먼저입니다』를 출간하고 본격 활동을 시작한다. 홍준표 대구시장과 관련해선 “복수의 영남 의원이 나서 30~40명의 의원을 우군으로 규합했다”는 얘기가 돈다. 지난 12일 국회에서 서울시가 주최한 개헌 토론회에 오세훈 서울시장이 참석하자 계파 불문 50명에 가까운 여당 의원이 몰리기도 했다.

비공식 경선 레이스는 사실상 시작됐지만 국민의힘 의원들은 신중한 태도를 취하고 있다. 영남 의원은 “누가 가장 유력한지 조금 더 살펴봐야 하는 상황에서 누구 사람이라고 찍힐 필요는 없지 않느냐”고 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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