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 2월 24일 새벽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은 전 세계의 충격을 안겨주었다. 지금까지 전쟁이 이어지면서 수많은 인명과 재산 피해가 발생하고 있다. 전쟁 전부터 러시아뿐만 아니라 서방의 정부 기관과 군사 전문가들은 러시아가 전쟁 개시 후 2~3일 안에 손쉽게 우크라이나의 항복을 받아내고 승리할 것으로 전망했다. 하지만 모두의 예상과는 다르게 우크라이나는 2년이 넘도록 굴복하지 않고 처절하게 저항하고 있다.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에서 고전하고 있는 이유에는 여러 가지 원인이 있겠지만 무엇보다 더 우세하다고 여겨졌던 러시아 공군의 실망스러운 작전 수행을 빼놓을 수 없다. 러시아는 2015년 8월 1일부로 공군 및 우주방어군 그리고 방공군을 통합하여 항공우주군을 창설하였다. 이는 2008년 조지아 전쟁에서 얻은 교훈과 2011년부터 본격적으로 추진한 군사력 현대화의 결실이었다. 러시아 공군은 2000여 대의 전투기, 폭격기, 수송기 및 헬기 등을 보유하여 미군 다음으로 강력한 공군력을 자랑하는 세계 2위의 군사력 강국이다.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러시아 공군의 작전 목표는 전략적 공격을 통해 우크라이나 군사력에 전략적 마비를 추구하는 것이었다. 즉 우크라이나의 손과 발을 묶고 눈과 귀를 멀게 하는 것으로 이는 우크라이나의 젤렌스키 정권 제거라는 전략 목표를 위한 것이었다.
러시아 공군은 전쟁 이전에 파악한 우크라이나 주요 군사시설에 대한 표적화를 완료하였고 지대지, 함대지 미사일 자산과 통합하여 동시다발적인 공중 공격을 하였다. 하지만 우크라이나에 파괴되지 않은 방공망과 소규모로 적시에 출격하는 전투기로 인해 러시아 항공기가 여러 대 격추되면서 러시아군에 문제가 있음을 보여주었다. 현재 러시아 공군은 공군력의 60% 이상을 우크라이나 전쟁에 투입하고 있다. 러시아 공군은 초기의 실수를 극복하고 빠르게 작전 계획과 절차를 재점검하고 있으며 민간 및 군사시설에 대한 구분 없이 무차별적으로 비정밀무장을 투하하여 소모전과 황폐화 전략을 통해 우크라이나의 저항 의지 분쇄에 주력하고 있다.
이번 전쟁에서는 우크라이나 공군의 현명한 대처가 빛을 발하였는데 우크라이나 공군은 전쟁의 주요 방공자산 및 항공기를 분산 배치하고 위장과 기만을 통해 초기 타격에서 피해를 최소화하였다. 또한 고속도로 등의 비상활주로를 적극적으로 활용하였고 긴급 출격한 우크라이나 전투기는 적극적으로 공대공 임무를 수행하거나 이동식 방공망과 긴밀히 협력하여 러시아 항공기를 방공망 유효 사거리로 유인하여 격추하였다. 러시아 공군의 실망스러운 작전 수행의 원인은 크게 전투 교리의 한계와 작전 기획의 부실, 교육 및 훈련 부족과 무기체계의 성능 저하 및 정밀유도무기 부족 세 가지로 구분할 수 있다. 첫 번째로 교리의 한계와 기회의 부실 측면을 살펴보면 러시아 공군의 역할은 서방 공군의 역할과 상이하여 모든 영역에서의 공중 우의 확보를 요구하지 않는다. 단지 러시아 지상군이 적의 공군에게 피해 받지 않도록 국지적인 공중 우의 확보에만 주력하고 있다. 지상군 위주의 구소련 전투 교리에 대한 집착으로 공군은 지상군의 공중 포대로서 화력을 지원하는 임무에 종속되어 있는 실정이다. 또한 대규모 항공작전을 수행한 경험이 없으므로 이에 대한 전투 기획 능력이 부족한 실정이다.
두 번째는 교육과 훈련의 부족 측면이다. 러시아 공군 전투기 조종사의 연간 비행시간은 100시간 미만으로 서방 조종사의 반밖에 안 된다. 러시아는 최신 기종 도입에 열을 올리지만 이를 조종할 숙련된 조종사가 부족한 형편이다. 훈련의 경우 러시아 공군에는 미 공군의 레드플래그와 같은 대규모 공군 훈련은 없다. 단순한 환경에서 항법 훈련과 비정밀무장 투하 훈련을 주로 한다. 세 번째는 무기체계의 성능 저하 및 정밀유도무장 부족 측면이다. 냉전 시대 러시아의 항공 기술력은 미국과 쌍벽을 이루며 세계 최고 수준의 전투기를 생산했다. 하지만 구소련 붕괴 이후 항공기 개발에 대한 선진 기술은 더디게 되었고 특히 최첨단 기술이 적용된 서방의 항공기에 비해 많은 부분에서 뒤처지게 되었다. 미국이 F-22와 F-35의 스텔스 항공기를 실전 배치하고 항공 산업계의 후발주자인 중국도 자체 개발한 J-20 스텔스기를 실전 배치했지만 러시아가 개발 중인 스텔스 항공기 SU-57은 아직도 시험비행 중이며 그 능력 또한 미국의 스텔스기에 못 미치는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러시아 공군이 안고 있는 문제점은 하루아침에 형성된 것이 아니다. 항공우주력은 그 특성상 조종사의 양성, 항공 무기체계 개발, 항공기 도입 등 짧게는 수년에서 길게는 수십 년이 걸리는 일이다.
우리는 러시아 공군을 반면교사 삼아 우리의 항공우주력을 다시 한번 살펴봐야 한다. 우리의 전투준비태세, 대규모 항공작전을 위한 기획 능력, 지상군과의 긴밀한 협력체제, 조종사 양성 및 유출 방지를 위한 정책, 실전적인 대규모 공군 및 해외 연합훈련, 첨단 무기체계의 도입과 기존 무기체계의 성능 업그레이드, 정찰 공격형 무인항공기 도입, 미사일방어체계 강화 등 미래의 항공우주력은 향후 한반도 및 주변국 안보 환경을 고려하여 면밀히 검토되어야 한다.
김홍유 경희대 교수(한국방위산업협회 정책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