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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회 “가학적으로 수사했지!”...주 5일 검사실 숙식한 초임 검사 한동훈


" 야, 이게 누구야? 석열아! " " 어? 정호야! 정말 반갑다. " 2002년의 어느 날 수원구치소. 두 변호사가 우연히 조우했다. 한쪽은 검찰을 떠난 지 얼마 안 된 윤석열 ‘초보’ 변호사였고, 다른 쪽은 그의 서울대 법대 동기인 이정호 변호사였다.
윤석열 대통령은 한때 대한변호사협회 회원이었다. 2002년초 옷을 벗고 검찰은 떠난 그는 법무법인 태평양 소속으로 변호사 활동을 했다. 뉴스1

이 변호사는 사법시험에 합격한 뒤 곧바로 개업해 활동하던 베테랑 변호사였다. 수원에 변호사 사무실을 두고 경기 지역을 주무대 삼아 일하던 그는 수원구치소를 제집 드나들 듯했다. 윤 변호사는 그곳에 수감돼 있던 형사피고인을 접견하기 위해 왔다가 우연히 옛 친구와 조우했다.

윤 변호사의 표정은 밝았다. 두 사람은 옛 추억과 살아가는 이야기를 나누느라 시간 가는 줄 몰랐다. 그러다가 서서히 윤 변호사의 얼굴에 그늘이 지기 시작했다. 그가 심각한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

" 정호야. 너는 변호사 일이 어때? " " 변호사? 좋아. 재미도 있고, 열심히 하고 있어. "
친구의 답변을 들은 윤 변호사가 한숨을 내쉬었다.
" 그래? 좋겠다. 나는 잘 안 맞는 것 같아. " " 왜? " 이 변호사의 반문에 윤 변호사가 목소리를 키웠다.
" 도대체 파렴치범들을 왜 내가 도와줘야 하지? 게다가 잘못을 저질러 놓고 반성도 안 하는 사람들이 태반인데, 왜 내가 그 사람들을 도와줘야 하느냐고! "
윤 대통령 당선 직후 이 변호사가 MBN 특집 방송에 출연해 전해준 일화다. 그랬다. 변호사는 윤 대통령에게 맞지 않는 옷이었다. 의뢰인들에게 “그런 짓 하면 안 되잖아요”라고 호통쳤다는 일화 역시 미수, 기수를 떠나 범죄자라는 호칭이 붙은 이들에 대한 그의 생래적 거부감을 반영한다. 과감하게 사표를 제출하고 검찰청을 박차고 나갔던 그는 결단의 보람을 느끼지 못하고 그렇게 하루하루 힘들게 지내고 있었다.

그 무렵 그가 아쉬움을 남긴 채 떠나야 했던 서울지검(현 서울중앙지검)에서는 갓 부임한 초임 검사가 열심히 수사를 배우고 있었다. 한동훈이었다.



초임 검사 한동훈, 서울지검 형사9부에 배치받다
" 한 검사, 오늘은 집에 가는 날인가, 안 가는 날인가? " " 하하하. 형님. 오늘은 안 가는 날입니다. "
한동훈 전 국민의힘 대표에게도 초임 검사 시절은 있었다. 그러나 그의 초임 시절은 윤석열 대통령의 그것과는 사뭇 달랐다. 윤 대통령이 지방에서 시작해 피나는 노력 끝에 한 계단 한 계단 중앙까지 올라온 흙수저형, 대기만성형 검사였다면 한 검사는 첫 직장 생활을 서울에서 시작한 전형적 엘리트 검사였다.

어쩌면 그 정도의 소개만으로는 부족할 수도 있다. 내로라하는 유명 검사 중에서도 그만큼 화려한 초년병 시절을 보낸 이는 없었다. 1차 SK 수사, 불법 대선자금 수사, 현대차 비자금 수사, 론스타 수사 등 어지간한 특수통도 일생에 한 번 할까 말까 한 초대형 사건들을 그는 모두 경험했다. 그것도 검사가 된 지 만 6년 안에 말이다.

한 전 대표의 최측근들은 정반대로 말할 수도 있겠다. 그가 초임 시절부터 뛰어난 능력을 발휘해 여기저기 불려 다닌 것이라고 말이다. 그것 역시 말이 안 되는 건 아니다. 후술하겠지만 그에게 선배들이 데려다 쓸 수밖에 없는 특장점이 있었던 것 역시 사실이었다.

그는 대학교 4학년 때인 1995년 일찌감치 사법시험에 합격했다. 사시 37회이자 사법연수원 27기. 사시 9수생 윤 대통령과는 이 지점에서도 차이를 보인다. ‘소년 급제’한 터라 연수원 시절 6반 A조 총무를 맡았다. 나이 어린 막내들이 맡는 직책이었다.

한동훈 전 국민의힘 대표가 당권 도전에 나섰던 2024년7월 공개한 젊은 시절 사진. 연합뉴스
이원석 전 검찰총장, 오동운 공수처장, 양승조 전 충남지사 등이 그와 함께 그곳에서 2년을 보냈다. 윤 대통령의 생사여탈권을 쥐고 있는 정계선 헌법재판관 역시 그의 연수원 동기다. 하지만 같은 반도 아니었고, 별다른 접점이 없어 둘 사이에 교분은 없었다.

연수원을 수료한 뒤 법무관으로 군 생활을 마친 그는 2001년 5월 1일 만 28세의 나이에 검사로 임관했다. 사법시험과 연수원 성적이 우수했기에 그 부류의 다른 엘리트 검사들이 그러했듯 그 역시 서울지검에서 초임 검사 생활을 시작했다.

그가 배치된 곳은 신설 부서인 형사9부. 꽤 묘한 조직이었다.

(계속)

“상당히 가학적으로 수사를 했지.”

한동훈 검사는 훗날 주변인들에게 그때를 이야기하면서 반농담조로 ‘가학적’이라는 표현을 썼습니다.
검찰 경력 만 2년이 채 못 된 그 햇병아리 검사는 어쩌다 대기업 거물을 치는 일등공신이 되었을까요.
한 검사의 더 자세한 일화는 아래 링크를 통해 보실 수 있습니다.
https://www.joongang.co.kr/article/25312651


〈윤석열 vs 한동훈〉 더 많은 기사를 보시려면?

“그렇게 생긴 사람을 어떻게…” 한동훈만 기억하는 尹 첫만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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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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