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세계적으로 콜포비아(전화 공포증)를 겪는 Z세대가 늘고 있다. 이에 따라 전화 공포증 극복을 돕는 강의까지 등장했다.
17일(현지 시각) CNBC는 많은 Z세대가 전화벨 소리에 불안감을 느끼고 있다고 보도했다. 과거에는 전화가 주요 의사소통 수단이었지만, 이제는 다양한 소통 방식이 가능해지면서 Z세대가 전화를 기피하게 됐다는 설명이다.
영국 노팅엄 칼리지의 진로 상담사 리즈 벡스터는 CNBC에 “Z세대는 전화를 걸거나 받는 것 자체에 대한 두려움을 갖고 있다”며 “특히 코로나19 이후 사회적 상호작용이 줄어들면서 전화 공포증이 심화했다”고 분석했다.
그는 “학생 25~30명 중 3분의 2 이상이 전화를 사용하는 데 불안을 느낀다”며 “이들은 전화가 오면 나쁜 소식일 것으로 생각하거나, 통화 중 자신의 목소리가 어떻게 들릴지 걱정한다”고 덧붙였다. 목소리만 들을 수 있는 전화 통화는 상대의 반응을 직접 눈으로 보지 못해 자신감을 느끼기 어려운 환경이라는 것이다.
Z세대의 전화 기피 현상은 통계에서도 확인된다. 지난해 영국 소비자 사이트 USwitch의 조사에 따르면, 18~34세 응답자의 25%는 전화가 와도 받지 않는다고 답했다. 같은 연령대의 약 61%는 전화보다 메시지를 더 선호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18~24세의 절반 이상은 ‘예고 없는 전화는 나쁜 소식을 의미한다’고 인식하고 있으며, 48%는 소셜미디어(SNS)를 통한 소통을, 33% 이상은 음성 메시지를 선호한다고 밝혔다.
국내에서도 비슷한 현상이 확산하고 있다. 지난해 알바천국이 Z세대 765명을 대상으로 설문을 진행한 결과, 응답자의 40.8%가 콜포비아 증상을 겪고 있다고 답했다. 이는 2022년(30.0%)과 2023년(35.7%) 대비 꾸준히 증가한 수치다.
이들이 꼽은 대표적 증상으로는 전화를 받기 전 긴장과 불안(68.3%) ▲전화를 피하거나 받지 않음(54.2%) ▲통화 중 말실수를 걱정(48.7%) 등이 있었다. 반면 선호하는 소통 방식으로는 ‘문자 및 메시지 앱’(73.9%)이 압도적으로 많았으며, ‘전화 통화’ 선호 비율은 11.4%에 불과했다.
Z세대의 전화 공포를 해결하기 위해, 영국 노팅엄 칼리지는 ‘전화 공포증 세미나’를 개설했다.
수업에서는 전화 통화가 필요한 상황을 연습한다. 예를 들어, 병원 예약이나 직장 병가 요청처럼 일상에서 자주 접하는 상황을 다룬다. 이 과정에서 수강생들은 등을 맞대고 앉아 상대방이 보이지 않는 상태에서 대본을 사용해 통화를 연습한다.
벡스터는 “단 한 번의 참여만으로도 전화 통화의 흐름을 익힐 수 있어 학생들의 자신감이 향상된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