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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 음주운전 후 심각한 악플 시달려
언론의 '악플 중계' →새 악플, 악순환 반복
"언론이 악플 조장...인격살인 보도 멈춰야"
"연예인이니까 감내?... 제도적 보완 시급"
배우 김새론. 골드메달리스트 제공


나이 스물다섯의 배우 김새론이 사망하면서 과도한 악성댓글(악플)과 악성 보도 문제가 다시 도마에 올랐다. 가수 설리와 구하라, 배우 이선균 등 연예인들이 악플에 시달리다 숨지는 비극이 반복되면서 사회적 인식 전환과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

"언론의 인격살인, 죽음의 행렬 멈춰야"



김새론은 2022년 5월 음주운전 사고 후부터 심각한 악플에 시달렸다. 연예계 활동을 중단했지만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게시물을 올릴 때마다 비난이 쏟아졌다. 그의 카페 아르바이트와 취미생활, 생일파티까지 사사건건 문제 삼으며 자숙의 태도와 진정성을 의심하는 내용의 댓글이 대부분이었다.

악플을 '중계'하는 악성 보도도 쏟아졌다. 언론들은 악플을 기사에 그대로 인용하거나, 악플러나 유튜버가 제기한 인신공격성 의혹을 검증 없이 보도했다. 조회수를 노린 자극적인 제목의 기사가 SNS와 커뮤니티에서 확산되면, 그 아래 또 악플이 달리는 악순환이 반복됐다.

전문가들은 악성 보도가 악플을 부추겼다고 지적했다. 김헌식 중원대 사회문화대 특임교수는 “악플러들은 자신의 악플이나 의혹 제기를 언론이 기사화하면 성취감을 느껴 계속 악플을 다는 경우도 많다”고 했다. 민주언론시민연합도 18일 성명서를 내고 "생전 고인을 향한 비난 여론을 조성하며 가십성 유튜브 콘텐츠와 악성댓글 조장에 앞장섰던 대부분 언론이 고인의 죽음 앞에서 뻔뻔하게 유튜버와 악성댓글만 탓하고 있다"며 "언론의 인격살인으로 인한 죽음의 행렬을 이젠 멈춰야 한다"고 비판했다.

2019년 가수 설리와 구하라, 2023년 배우 이선균 사망 전에도 악플과 악성 보도 행태는 반복됐다. 설리는 SNS에 사진 한 장을 올릴 때마다 악플에 시달렸다. '설인업(설리 인스타그램 업로드)' 이라는 단어가 온라인상에서 공공연히 나돌 정도로 악플러들의 집중 공격을 받았다. 구하라 역시 일거수일투족이 보도되며 고통을 겪었다.

2019년 설리와 구하라가 숨지면서 악성 댓글을 막기 위한 인터넷 준실명제 등을 골자로 하는 '설리법' 등이 마련됐지만 국회를 통과하지는 못했다. 악의적 허위 사실을 담은 댓글에 대한 규제와 처벌을 강화하는 정보통신법 개정안도 21대 국회에서 발의됐으나 임기가 만료되며 폐기됐다.

2023년 마약 투약 의혹으로 수사를 받다 숨진 이선균도 악성 보도의 피해자였다. 당시 KBS는 사건과 무관한 이씨의 통화녹취록을 보도해 비판을 받았다. 심석태 세명대 저널리즘스쿨 교수는 "이선균 인신공격성 보도가 연예매체에만 나왔다면 상황이 달랐을 수 있다"며 "기성 언론까지 트래픽을 위해 이런 보도를 하는 것은 심각한 문제"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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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선균 사생활 '모를 권리'도 지켜달라"...경쟁적 보도가 남긴 숙제
(www.hankookilbo.com/News/Read/A2024010316560002859)
2023년 12월 27일 사망한 배우 이선균씨의 영정 사진. 사진공동취재단


"연예인이니까 감내?"...제도적 보완 시급



잇단 비극의 고리를 끊기 위해서는 성숙한 시민 의식을 위한 사회적 성찰이 급선무다. 언론이 여론의 '연예인 단죄'에 동조하는 행태도 문제다. 김 교수는 “우리 사회에는 연예인이 뭔가 잘못을 하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모욕하면서 ‘연예인이니까 감내해야 한다’고 믿는 ‘집단 광증’이 있는 것 같다”며 “언론이 이런 행위를 막지 않고 부화뇌동해 조회수만 올리면 앞으로 더 많은 비극이 생길 것”이라고 우려했다. 황진미 대중문화평론가는 “김새론의 음주운전 사고가 발생하자 ‘물어뜯는’ 수준의 보도가 이어졌다”며 “범죄를 저지른 남성 배우에 비해 여성인 김새론에게 너무 가혹했다”고 지적했다.

제도적 보완도 필요하다. 네이버와 다음 등 국내 대형 포털 사이트는 2020년 연예 기사 댓글을 폐쇄했지만, SNS나 온라인 커뮤니티 등에서는 악플이 기승이다. 악성 보도도 계속되고 있다. 김성수 대중문화평론가는 “김새론은 어릴 때부터 아동학대, 납치, 위안부 피해자 등을 연기했지만 우리 사회는 연기 트라우마를 관리해주지 못했다”며 “음주운전이라는 결과보다 우리 사회가 한 아역배우가 건강하게 성장하도록 보호하지 못했다는 점에 언론이 집중했어야 했다”고 말했다. 그는 또 “이런 비극을 막기 위해선 악플이나 악성 보도로부터 연예인을 보호할 방법이 무엇인지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17일 서울 송파구 서울아산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된 배우 김새론의 빈소에 띄워진 고인의 영정사진. 연합뉴스


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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