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18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제6차 수출전략회의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대통령실사진기자단.
건강식품 수출기업인 A사는 최근 해외 바이어들과 만남에 사활을 걸고 있다. 최근 트럼프 행정부 출범으로 통상 불확실성이 커진 데다 환율도 고공행진을 이어가고 있기 때문이다. A사 관계자는 “환율이 많이 올라 수입산 식품 원료 가격이 올랐다”며 “지금 같은 고환율이면 가격 경쟁력이 떨어져 수출 가능성은 점점 낮아질 수 밖에 없다”고 했다.
정부가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 부과 조치로 수출 기업의 피해 우려가 커짐에 따라 수출 기업에 법률상담 서비스 등을 제공하는 바우처를 지급하고, 수출 기업 전체에 366조원의 무역 금융을 지원하기로 했다. 다만, 대부분의 지원이 상반기에 한시적인 만큼 정부는 하반기에 추가 재정지원 방안을 강구하기로 했다.
정부는 18일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주재로 수출전략회의를 열고 이같은 내용을 담은 ‘범부처 비상수출 대책’을 발표했다.
이날 발표는 트럼프 미 행정부의 관세 부과 예고와 고금리·고환율, 중국 공급 과잉 등의 통상 환경에서 수출기업 피해가 우려가 커지면서 나왔다. 산업통상자원부 관계자는 “미 행정부 관세 부과로 아직 국내 기업의 피해가 현실화되지 않았지만, 수출기업이 불안해하는 만큼 우선 불확실성 최소화가 필요하다고 봤다”고 말했다.
대책의 핵심은 관세 부과로 피해를 받는 기업을 지원하겠다는 것이다. 정부는 미 관세로 피해가 우려되는 중소·중견 수출기업이 지원받을 수 있도록 ‘관세 대응 수출 바우처’를 신설했다. 지금까지 소재·부품·장비 분야나 소비재 분야 기업에 한해서만 발급한 수출 바우처를 관세 피해 기업에게도 확대해 해외시장조사, 홍보·광고, 브랜드 개발 등 수출 지원 서비스를 이용토록 했다.
관세·무역장벽으로 인해 피해가 발생한 기업을 대상으로 무역보험 한도도 최대 2배 늘린다. 구체적으로 피해 발생 중소·중견기업의 경우 상반기까지 단기 수출보험료 60% 할인 적용할 예정이다. 관세에 대응해 해외 생산시설을 옮기거나 신규 투자하는 기업에는 무역보험공사가 대출 보증을 지원한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4일(현지시간) 미 백악관에서 열린 행정명령 서명식에서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관세 피해로 다시 한국으로 돌아오는 ‘유턴 기업’은 해외 사업 축소를 마치기 전이더라도 법인세·소득세·관세를 감면받는다. 또 2026년까지는 유턴기업 요건에 포함됐던 ‘해외사업장 구조조정(청산·양도·축소)’도 면제하고, 지원 비율도 10%포인트 확대하기로 했다.
정부는 전체 수출기업을 대상으로 총 366조원의 무역금융을 지원하기로 했다. 정부가 올해 초 ‘2025년 경제정책 방향’을 통해 발표한 무역금융 지원 규모보다 6조원 확대됐다.
이 가운데 중소·중견기업에는 100조원을 공급한다. 정부는 올해 6월까지 중소·중견기업의 보험료·보증료를 50% 일괄 할인하고, 수출 100만달러 이하 중소기업 3만5000곳에는 보험료 90%를 특별 할인한다. 환율 변동 리스크에 특화한 무역보험도 8조5000억원으로 대폭 늘렸다.
이번 지원 대책 상당 부분이 상반기에 한정된 점은 한계로 꼽힌다. 수출보험 우대 제공, 수출 중소기업 보험료 할인 지원 기간은 모두 올해 6월에 종료된다. 특히, 정부는 범부처 수출바우처 예산 2400억원 중 90% 이상을 상반기에 집행하기로 했다. 정부는 일단 상반기 지원 상황을 보고 필요할 경우 추가 재정지원 방안을 강구할 방침이다. 최 권한대행은 “관세부과에 따른 기업 피해가 구체화하는 경우 추가적인 재정지원 방안도 적극 마련하겠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수출 기업에 유동성을 먼저 지원하되, 지원 대상 선별 작업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항구 아인스(AINs) 연구위원은 “경영이 어려워지면 금융권에서 돈부터 조이는 만큼 우대금리 제공 등 유동성 공급이 우선돼야 한다”면서도 “기업 규모보다는 실제 관세 등의 피해를 본 기업을 중심으로 지원이 돌아갈 수 있도록 면밀한 선별 작업도 필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