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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료연대본부·시민건강연구소, 설문 공개
간호사 70% “업무범위 벗어난 행위 증가”
간호사 45% “의사 명의로 대리처방 증가”
[서울경제]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의료연대본부가 18일 서울 종로구 서울대병원에서 연 '의료대란 1년, 병원 현장 어떻게 변했나' 병원노동자 설문조사 결과 공개 기자간담회에서 조중래 경북대병원 분회장(왼쪽 첫번째)이 현장 증언 발언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의료연대본부가 18일 서울 종로구 서울대병원에서 연 '의료대란 1년, 병원 현장 어떻게 변했나' 병원노동자 설문조사 결과 공개 기자간담회에서 참석자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 연합뉴스


"지방 의대 증원을 하면 뭐합니까. (의사 인력의) 수도권 쏠림 현상을 해결할 수는 없습니다. 지역 필수의료 붕괴를 막고 공공의료를 강화할 수 있는 대책을 마련해야 합니다. " (조중래 의료연대본부 경북대병원분회장)

"대리처방이 당연하게 되었습니다. 너무 무서워요. " (A수련병원 간호사)

전공의들이 의대 증원에 반발해 집단 사직서를 내고 떠난 뒤 병원에 남아있는 노동자들은 의정 갈등이 1년 넘게 지속되며 병원 구성원은 물론 환자들의 고통이 가중됐다고 토로했다. 정부가 의료공백을 촉발한 의대 증원을 자화자찬하는 것과 달리, 현장에서는 준비되지 않은 간호사들이 의사 업무에 내몰리며 환자들의 안전을 걱정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의료연대본부와 시민건강연구소는 18일 서울 종로구 서울대병원에서 '의료대란 1년, 병원 현장 어떻게 변했나' 주제로 간담회를 열고 지난해 12월 수련병원 3곳의 노동자 848명(의사·관리자 제외)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를 공개했다. 국립대병원 2곳과 사립대병원 1곳에 소속된 829명이 응답한 설문 결과에 따르면 응답자의 32.4%는 전공의 사직 이후 병원에서 근접 오류를 포함한 환자 안전사고가 증가했는지 묻는 항목에 '동의한다'고 답했다. '보통'은 45.1%, '부동의'는 22.4%였다. 근접 오류란 환자에게 위해를 끼칠 수 있었지만 사고 발생 전 발견된 경우를 말한다.

전공의 사직이 환자에게 끼친 영향을 묻는 항목에는 환자 상태·치료계획에 대한 설명 부족, 비급여 항목 증가, 처치 지연으로 재원일수 증가 등의 답변이 나왔다.

간호사 475명을 대상으로 전공의 업무 전가 여부를 물었을 때 응답자의 44.9%는 '전공의 집단 이탈 사태 이후 의사 명의의 대리 처방이 증가했다'고 답했다. 전공의 집단 사직 이후 보건복지부가 진료지원인력(PA) 간호사 시범사업을 시행하면서 대리처방 등 의사가 해야 할 의료행위를 간호사들에게 전가하는 사례가 당연시되고 있다는 것이다. 전체 응답자의 69.7%는 '간호사 업무 범위를 벗어난 추가 업무가 증가했다'고 답했고, 59.7%는 이런 범위 외 업무 수행에 대해 우려했다.

수술 보조 등 진료지원 전담간호사(78명)의 42.9%는 '일방적 부서 배치·발령으로 비자발적으로 진료지원 업무를 맡았다'고 답했다. 그 중 10.3%는 임상 경력이 3년 미만이었다. '배치 전 교육을 받지 못했다'고 응답한 전담간호사 비율은 이론 교육은 35.9%, 술기(간호행위)는 46.7%였다. 58.7%는 업무와 관련된 어려움이 있다고 밝혔다.

전공의 이탈로 진료량이 줄면서 수익성이 급감한 병원들은 인건비를 줄이기 위해 PA간호사를 전공의 대체 인력으로 활용하거나 무급휴가 사용 권고, 병동 팀 인력 축소 등의 비상경영 대책을 강구하고 있다. 실제 응답자 830명 중 30.8%는 '무급휴가를 사용한 경험이 있다'고 답했다. 평균 사용일수는 7.3일이었다. 31.0%는 '무급휴가 및 연차 사용·임금 동결 등으로 실질 임금 감소가 우려된다'고 답했다.

전공의 사직이 병원 노동자의 건강에 미친 영향을 묻는 설문에서 응답자 816명 중 38.1%가 '새로운 건강 문제가 발생하거나 악화된 건강 문제가 있다'고 했다. 구체적인 건강 문제로는 근골격계 질환(23.0%), 수면장애(22.2%), 위장관질환(11.2%) 등이 꼽혔다.

병원 노동자들의 고충은 환자 안전 문제로 전가될 수 밖에 없다. 이날 간담회에서는 "29주 조산 위험 임신부가 신생아 중환자실 병상 부족으로 인해 헬기로 긴급 전원됐다", "지역 응급환자의 79%가 타 지역으로 이송됐다" 등 참석자들의 증언이 쏟아졌다. 작년 9월부터 경증 환자가 응급실을 이용하면 진료비의 90%를 부담하도록 규정이 바뀐 데 따른 영향 등으로 설 연휴 기간 응급실이 비교적 안정적으로 유지될 수 있었다는 식의 정부 발표는 현장과 괴리가 크다는 것이다.

의료연대본부는 "정치 실패와 의사 집단사직으로 병원의 비정상적인 환경과 모순이 드러났다"며 "전공의가 빠진 자리를 무엇으로 대체할 것인가에서 끝나지 말고 한국 의료의 문제를 근본부터 바꾸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공공병원을 확충하고 공공·지역의사를 양성하면서 적정한 보건의료인력 기준을 마련해 인력을 충원하라"고 정부에 요구했다.

서울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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