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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일 오전 서울 한 대형병원 전공의실 앞 복도가 비어 있다. 연합뉴스
사직한 전공의들은 1년째 이어진 의·정 갈등을 풀 해법을 무엇으로 생각하고 있을까. 17일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전국 211개 수련병원 전공의 출근율은 8.7%(지난 14일)로, 1만3531명 중 1만2357명(91.3%)이 돌아오지 않았다. 중앙일보가 최근 인터뷰한 사직 전공의 10명은 "병원으로, 환자 곁으로 가고 싶다"면서도 "돌아갈 명분이 확실하게 있어야 한다"고 입 모았다.

정부가 지난해 6월 전공의 사직서 수리를 허용한 이후 동네 병·의원 등 의료기관에 재취업한 전공의는 절반 이상인 것으로 추정된다. 서울대병원을 사직했던 장재영 씨는 지난 1년에 대해 "주변을 보면 대부분 일(의료기관 취업)을 하며 지냈다"며 "시간이 지나면서 관심도가 점점 떨어졌다. 강성 성향 전공의들의 목소리가 부각되다 보니 정부와 협상이 더 어려웠던 것 같다"고 했다.

경기도의 한 요양병원에서 6개월째 근무 중인 한 산부인과 전공의는 "(전공의가 개원가로 대거 나오면서) 일반의 페이(월급)가 평소 60% 수준으로 떨어졌다. 다들 억지로 버티고 있다"면서도 "정부가 양보를 하나도 안 하려고 하는 것 같다. 이대로라면 복귀할 명분이 없다"고 말했다. 365의원에서 일하는 전공의 A씨는 "요양병원이나 미용 쪽으로 많이 취직했는데, 의국에서 취직 못 한 딱 한 명은 전공의들이 갹출해 생활비를 마련해주고 있다"고 전했다.

미복귀로 현실적인 고민이 가장 큰 이들은 병역 미필자다. 이들은 지난 1월 군 복무를 수련 이후로 연기하겠다는 정부의 입영 특례에 응하지 않으면서 언제 입영할지 짐작하기 어려운 상태다. 오는 22일 항의 집회를 예고한 사직 전공의 송하윤 씨는 "군 미필 사직 전공의는 현역병으로 입대할 수 없어 군의관·공중보건의로 가야 하는데, 순번이 밀려서 길게는 4년 기다려야 한다니 말이 되느냐"며 반발했다.

인터뷰에 응한 전공의들은 "사태 이전처럼 전체 전공의가 복귀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각자가 생각하는 '엔드 포인트(End Point·종료점)'가 다 다르기 때문(장재영 전공의)"이라서다. 다만 복귀가 가능한 타협선으로는 의대 정원 감원을 꼽는 이들이 6명으로 제일 많았다. '빅5' 병원 전공의 출신은 "국민 대부분이 12·3 비상계엄을 받아들이지 못하는 것처럼 전공의들도 정부의 일방적인 증원을 받아들일 수 없다"고 말했다.

의료 소송에 대한 부담을 걸림돌로 꼽는 이들도 적지 않았다. 데이트폭력 피해자 치료 중 발생한 의료사고 책임을 폭행 가해자와 의료진에게 모두 지운 법원 판결과 관련 있다. 응급의학과 사직 전공의 전호씨는 "타인 생명을 구하려는 의료행위를 가해와 동일하게 바라보는 법적 처리에 대한 해결을 호소한다"고 말했다.

사직 전공의인 임진수 전 대한의사협회 기획이사는 "'정부가 우리를 버렸다'고 생각하는 전공의가 돌아와 전문의 자격을 딴들 의사·환자 간 무너진 신뢰를 어떻게 회복할지에 대한 사회적 고민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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