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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이 14세, 세종대왕, 나폴레옹의 공통점은 무엇일까요?

모두 통풍(痛風)을 앓았던 것으로 전해집니다. 과거엔 고기와 술을 즐길 수 있던 부유층이 주로 걸려 ‘왕의 병’이라 불렸지만, 지금은 누구나 언제든 겪을 수 있는 질병이 됐습니다. 특히 우리나라 환자 수는 10년 새 1.7배 넘게 늘었는데요. 통풍, 관절염 등을 20년 넘게 치료해 온 윤종현 교수(은평성모병원 류마티스내과)는 “최근엔 초등학생, 중학생 환자도 병원을 찾는다”고 말했습니다.
통풍으로 엄지발가락 관절이 심하게 부어오른 환자 사례. 사진 대한류마티스학회
오늘 ‘뉴스 페어링’은 윤 교수와 함께 통풍을 제대로 알고 관리하는 법을 알아봤습니다. 요산이 과도하게 축적돼 발생하는 통풍은 ‘악마의 통증’으로도 알려져 있는데요. 윤 교수는 “단순한 관절 질환이 아니다”라고 강조합니다. 통증 뒤에 숨은 통풍의 본질을 주목해야 한다는 건데요. 오랫동안 방치하면 뼈가 녹아내리는 건 물론 생명과 직결되는 합병증이 발생할 가능성이 커집니다. 통풍에 걸리면 우리 몸엔 대체 어떤 일이 벌어지는 걸까요?

혈중 요산 수치가 높더라도, 극심한 통증인 통풍 발작이 생길 확률은 10%에 불과합니다. 당장 아프지 않으면 문제가 없는 걸까요? 한 번 통풍 발작이 나타나면 70% 넘게 재발하는데요. 그렇다면 어떻게 예방할 수 있는지 짚어봤습니다. 많이 알려진 맥주뿐 아니라 건강식이라 알려진 몇 가지 음식도 통풍엔 위험하다는데요. 좋은 음식과 나쁜 음식, 명쾌하게 정리했습니다. 약 복용까지 무용지물로 만드는 최악의 습관은 뭘까요?

윤 교수는 “약을 제대로 먹지 않아서 고통을 키우는 환자가 있다”고 했는데요. 평생 약을 먹어도 괜찮을까. 통풍 약에 대한 오해와 진실도 살펴봤습니다. 놓치면 안 될 통풍 치료의 ‘골든타임’은 언제일까요.
윤종현 교수(은평성모병원 류마티스내과)는 "통풍은 단순한 관절 질환이 아니다"라고 강조한다. '뉴스 페어링'에서 올바른 치료 및 예방법을 정리했다. 임현동 기자
진행 : 최하은 기자
답변 : 윤종현 교수(은평성모병원 류마티스내과)


Q : 통풍은 어떤 병이고 왜 생기는 건가?

통풍은 요산이 몸 밖으로 빠져나가지 못하고 과도하게 축적돼 생기는 질병이다. 요산은 퓨린(purine)이라는 물질이 체내에서 대사되는 과정에서 나오는 부산물이다. 우리 몸에서 정확히 어떤 일을 하는지는 알려지지 않았다. 우리 몸에 꼭 필요한 물질일 것이라고 추정한다. 요산은 대부분은 소변으로 배출되지만, 농도가 일정 이상 높아지면 결정 형태로 체내에 쌓인다.

소금이 물에 녹는 원리와 똑같다. 농도가 높아지면 소금이 더 녹지 않고 결정 덩어리로 남고, 물을 넣으면 농도가 낮아져서 결정이 녹아 나오지 않나. 통풍도 혈중 요산 수치가 높은 걸 약이나 다른 방법으로 낮추면 쌓여 있던 결정이 녹아 나와 다시 건강하게 지낼 수 있다.


Q : 통증이 생기는 건 관절에만 유난히 잘 쌓여서 그런 건가?

그렇지 않다. 요산은 온몸에 다 쌓인다. 관절 외에 혈관과 신장 등에도 쌓이는데, 통증은 관절에서만 느껴진다. 관절에서 느껴지는 통증을 ‘통풍 발작’이라고 한다.

요산이 높은 상태로 두면 신장의 기능이 떨어져 고장 나거나, 혈관이 막혀버리는 병을 유발하는 데 작용하기도 한다. 따라서 통증이 없어도 요산 수치가 높은 상태로 방치하는 것은 매우 위험하다.
이중에너지 컴퓨터단층촬영으로 본 환자의 발. 초록색 부분이 요산 덩어리가 생긴 '통풍 결절'이다. 사진 대한류마티스학회


Q : 통풍이 어떤 병인지 잘 모르는 사람도 통증이 엄청나다는 건 많이 알고 있다. 도대체 어느 정도인지?

쉽게 표현하자면 의사들끼리는 세상에서 가장 아픈 5개 질환 통증 중 통풍이 들어간다고 말한다. (의사 개인마다 의견이 다르지만 산통(출산), 암성 통증, 요로결석 등이 포함된다.) 통풍 발작이 발생하면 몇 시간 만에 꼼짝할 수 없을 만큼 아프게 되고, 무릎이나 발목이 아프면 구급차를 타야 병원에 올 수 있는 상태가 된다.


Q : 우리나라 통풍 환자는 2014년 30만 명이었는데 10년 만에 53만 명으로 늘었다. 특히 20대부터 40대 연령대 비율이 높아졌다. 그 이유는 뭘까?

정확하게 연구돼 발표된 내용은 없다. 다만 식생활이 과거에 비해 많이 바뀐 점, 고기를 많이 먹는 서양식 식생활의 영향이 클 것 같다. 한국인이 사랑하는 치킨과 맥주 조합은 요산 수치를 높이는 데 치명적이다.


Q : 가장 어린 환자는 몇 살이었나?

10대 초반 환자도 본 적 있다. 특히 어린 나이에는 비만과 통풍의 상관관계가 높다. 고기와 탄산음료를 많이 섭취하면서 살이 찌거나 집안 내력의 영향도 크다. 아버지가 통풍 환자라면 아들도 발병할 수 있다. 비만과 가족력, 생활 습관 등의 위험 요소 때문에 초등학생, 중학생도 통풍 치료를 받으러 온다.
김경진 기자


Q : 통풍은 한 번 발생하면 평생 약을 먹어야 하나?

그렇다. 통풍은 원인 자체를 해결해서 근본적으로 치료하는 약이 아직 없다. 따라서 병이 없어지지 않기 때문에 평생 병원을 오셔야 한다. 그래도 최근에는 요산 수치를 관리하는 좋은 약이 나와서 꾸준히 약만 잘 먹으면 평생 통풍 발작이나 불편함 없이 지낼 수 있다.


Q : 요산 수치가 높으면 반드시 통풍 발작이 생기나?

아니다. 이 병의 아이러니는 요산 수치가 높아도 통풍 발작이 생기는 확률은 약 10%에 불과하다는 점이다. 나머지 90%는 통풍 발작 없이 지낸다. 물론 요산 수치가 9㎎/dL나 10㎎/dL 이상으로 높아지면 통풍 발작 발생 확률이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난다. (※요산 수치의 정상 범위는 7㎎/dL 미만이다.)

문제는 통풍 발작이 없어도 요산 수치가 높으면 요산이 계속 몸에 쌓인다는 것이다. 수십 년 뒤 심장마비나 중풍이 올 확률이 상대적으로 높다는 걸 기억해야 한다. 일본의 경우 혈중 요산 수치가 9㎎/dL를 넘으면 통풍 발작이 없어도 약을 쓰는 것이 좋지 않냐는 임상 진료 지침을 발표하기도 했다.

전 세계적으로는 통풍 발작이 일어나면 약을 먹는 게 좋다고 권하고 있다. 이유는 간단하다. 이전에 아픈 적 없던 환자가 약을 꾸준히 먹는 경우가 드물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요산저하제를 먹고 요산 수치가 10㎎/dL에서 6㎎/dL로 떨어졌다. 그런데 이 상황에서 약을 끊으면 요산 수치가 10㎎/dL까지 오르면서 통풍 발작이 온다. 그렇기 때문에 환자와 이야기를 충분히 나눈다. 환자가 본인 상황을 잘 이해하고 꾸준히 약을 먹겠다고 했을 때 처방하는 게 좋다고 생각한다.
통풍 진행의 4단계 ①무증상 고요산혈증: 혈중 요산 농도가 높지만 통풍 증상은 아직 나타나지 않은 상태
②급성 통풍성 관절염: 첫 통풍 발작이 나타난다. 엄지발가락 통증이 가장 흔하지만 발등, 발목, 무릎, 손가락 등에서도 발생할 수 있다.
③간헐기 통풍: 급성 발작 사이 증상 없는 시기. 통풍 환자 대부분은 6개월~2년 사이에 두 번째 발작을 경험한다.
④만성 결절성 통풍: 통풍을 관리하지 않으면 첫 발작 후 몇 년 뒤 관절 손상이 진행된다.


(계속)

통풍에 특히 나쁜 음식은 뭐가 있을까요. 윤 교수는 딱 하나만 피해야 한다면 맥주를 꼽습니다.
또 의외로 등푸른 생선은 절대 권하지 않았습니다. “멸치 육수를 진하게 내려서 맛있게 국수를 말아 드시면 통풍 발작이 올 수 있다.”고 합니다. 건강에 좋다고 챙겨 먹는 생선인데 왜 그럴까요.
통풍에 대한 몰랐던 사실들, 더 자세히 보시려면 아래 링크를 클릭해보세요.
https://www.joongang.co.kr/article/253110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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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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