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토·EU 등 비공식 긴급회의…특사 임명 목소리도
프랑스 이어 영국도 파병 의지…러 공격 억제 목적
프랑스 이어 영국도 파병 의지…러 공격 억제 목적
미국과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전쟁 종전 협상을 주도하고 유럽이 배제될 수 있다는 불안감이 커지는 상황에서 유럽이 대응책 논의에 속도를 내고 있다.
유럽 주요국 정상과 마르크 뤼터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 사무총장,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유럽연합(EU) 집행위원장 등은 17일(현지시간) 프랑스 파리에서 비공식 긴급회의를 열었다. 영국은 2022년 2월 우크라이나전 개전 이후 처음으로 지상군 파병 가능성을 거론했다. 키어 스타머 영국 총리(사진)는 16일 영국 일간 텔레그래프에 기고한 글에서 우크라이나의 지속 가능한 평화를 확보하는 것이 “러시아의 추가 공격을 억제하기 위해 필수적”이며 필요하다면 자국군을 우크라이나에 파병할 수 있다고 밝혔다.
지난해 2월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이 유럽 군대의 우크라이나 파병 필요성을 주장한 바 있으나, 영국이 자국군 파견을 시사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그간 러시아는 서방의 우크라이나 파병을 확전 신호로 간주하겠다고 위협해왔다.
스타머 총리는 “유럽은 자체적인 안보 수요를 충족하기 위해 더 큰 노력을 해야 한다”며 “우리가 소중하게 여기는 가치들을 지키고, 국가 안보를 위해서는 그렇게 하는 것이 옳다”고 썼다. 그러면서 “우크라이나의 안보는 유럽과 영국의 안보와도 연결된다”고 강조했다.
영국이 파병 가능성을 열어둠에 따라 마크롱 대통령이 제안한 유럽 평화유지군 논의가 급물살을 탈 것으로 보인다. 프랑스와 영국이 우크라이나 평화유지군 창설을 주도한다면 지금껏 파병에 소극적이었던 다른 유럽 국가들도 입장을 바꿀 가능성이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는 우크라이나의 안전보장에 관해 유럽의 책임을 강조해왔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미국은 지난주 유럽 동맹국들에 외교 문서를 보내 종전 협상이 이뤄질 경우 유럽은 우크라이나의 안전보장에 어떤 부분을 기여할 수 있는지 제시해달라고 요청했다. 미국의 우크라이나·러시아 특사인 키스 켈로그는 지난 15일 뮌헨안보회의에서 유럽을 향해 “협상 테이블 배석 여부를 불평할 게 아니라, 구체적 제안과 아이디어를 마련하고 방위비를 증액해야 한다”고 압박하기도 했다.
미·러 주도의 우크라이나전 종전 협상에서 유럽이 목소리를 내려면 EU 차원에서 특사를 임명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켈로그 특사처럼 유럽의 목소리를 전달하고, 협상 과정에 참여할 창구가 필요하다는 취지다. 유럽의 외교 당국자들은 여전히 트럼프 행정부가 우크라이나전 종전 협상을 위한 구체적인 계획을 갖고 있는지, 이를 주도하는 주요 인물이 누군지를 파악하지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
유럽의 한 외교관은 “미국이 2차 세계대전 이후 자신들이 만든 질서를 깨고 싶어 한다는 건 이제 분명해졌으며, 여기엔 EU 파괴도 포함된다”면서 “우리는 이에 대비해 우리의 태도를 완전히 바꿔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