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정부 당시의 이른바 '탈북 어민 강제북송 사건'에 대해 1심 법원이 선고를 유예했습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21부는 오늘 정의용 전 국가안보실장, 서훈 전 국정원장에게 징역 10개월의 선고를 유예했습니다.
또, 함께 기소된 노영민 전 대통령 비서실장과 김연철 전 통일부 장관에게는 각각 징역 6개월의 선고를 유예했습니다.
'선고유예'는 혐의를 유죄로 인정하되, 그 정도가 가볍다고 판단되는 경우 형의 선고를 미뤄뒀다가 2년이 지나면 처벌 자체를 면하게 하는 판결입니다.
재판부는 "피고인들에게 형을 선고하기보다는 선고를 유예해 행위의 위법성을 확인하면서 실제 불이익은 가하지 않는 것이 현 단계에서 가장 합리적인 양형이라고 판단한다"고 밝혔습니다.
그러면서 "남북이 분단된 이래 법정 논리로 해결하기 어려운 모순이 도처에 있다"며 "이를 적절히 피해 행정 집행을 하는 데 상당한 어려움이 있을 수밖에 없다"고 했습니다.
재판부는 또 "피고인들이 속한 정권에만 해당되는 게 아니라 현 정권도 똑같다"며 "잘못을 했으니 처벌하자는 것보다는 이런 송사가 반복되지 않게 하는 게 훨씬 더 유익하다"는 지적도 덧붙였습니다.
앞서 이들은 2019년 동료 선원 16명을 살해한 것으로 지목된 탈북 어민 2명이 귀순 의사를 밝혔음에도 북한으로 돌려보내도록 직권을 남용한 혐의 등으로 2023년 2월 재판에 넘겨졌습니다.
당시 '강제북송' 사건은 발생 후 3년이 지나고 윤석열 정부가 들어선 2022년 국정원의 자체 조사와 고발이 이어지며 재점화해 정치적인 논란이 일기도 했습니다.
검찰은 앞선 재판에서 "정 전 실장 등이 탈북 어민들의 재판받을 권리 등을 무시하고 위헌적으로 강제 북송을 결정했다"고 주장했지만, 정 전 실장 등은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위해 흉악범의 우리 사회 진입을 막은 것"이라며 "사법적 판단의 대상이 아닌 정치적 책임의 영역에 해당하는 일"이라고 맞섰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