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4일 부산 기장군 반얀트리 복합리조트 신축 공사장 화재 현장에 검게 탄 인테리어 자재들이 남아 있다. 부산소방재난본부 제공

부산 기장군 반얀트리 복합리조트 신축 현장에서 발생한 화재로 숨진 6명의 사망원인이 모두 일산화탄소 중독으로 확인됐다.

부산경찰청은 17일 경남 양산시 부산과학수사연구소에서 사망자들 부검을 실시한 결과 이같이 나타났다고 밝혔다. 경찰 관계자는 "전원 일산화탄소 중독으로 숨진 것에 부합한다는 부검의의 구두 소견을 받았다"고 말했다.

숨진 근로자 6명은 불이 시작된 것으로 확인된 리조트 B동 1층 PT룸(배관관리실)에서 모두 심정지 상태로 발견됐다. 화재 발생 전 인테리어를 비롯한 가구 설치, 청소 등의 작업을 했던 이들은 발견 당시 얼굴에 짙은 그을음이 남아 있었다.

경찰은 화재 발생 전 배관관리실에서 용접이나 도장 등 여러 작업이 동시에 진행됐고, 주변에는 가연성 물질이 많았다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이로 인해 화염과 연기가 순식간에 퍼져 사망자들이 제대로 대피조차 못한 것으로 추정한다. 한 소방 전문가는 "가연성 물질이 타면 검은 연기가 삽시간에 시야를 분간하기 어렵게 만들고, 유독성 가스를 한 모금만 들이마셔도 매우 짧은 순간에 정신을 잃고 쓰러지는 경우가 많다"고 설명했다.

경찰은 화재 원인과 업무상 과실 등을 파악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 공사 업체와 현장 관계자 등을 상대로 산업안전보건법에 따른 화재 감시자 배치 유무, 자체 소방점검 과정이 정상적으로 진행됐는지 등에 대해 수사하는 중이다. 소방당국은 합동 정밀감식 과정에서 확보한 소방시설 작동 현황과 기록 등의 자료를 분석하는 한편 유사 사고 방지 대책 수립에 들어갔다.

이번 화재는 지난 14일 오전 10시 51분쯤 부산 기장군 '반얀트리 해운대 부산' 신축 현장에서 발생했다. 화재로 작업자 6명이 숨지고, 27명이 연기 흡입 등 경상을 입었다.

한국일보

부산= 권경훈 기자 ([email protect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