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2월 19일 오후 서울 동작구 흑석동 중앙대학교 의과대학 대강당에서 열린 제48회 의과대학 학위수여식에서 학위복을 입은 졸업생이 두 손을 가지런히 모은 채 식을 지켜보고 있다. /뉴스1
전남대 의과대학은 올해 졸업식을 하지 않기로 했다. 1944년 설립 후 졸업식을 거르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고 한다. 작년에 본과 4학년을 포함한 의대생 650여 명이 신입생 정원 확대에 반발해 휴학하면서 ‘졸업생 0명’이 된 것이다. 동아대 의대도 같은 이유로 졸업식을 하지 못하게 됐다고 한다.
“집단 휴학으로 졸업생 0명… 졸업 알리고 싶지 않은 졸업생들도”
15일 대학가에 따르면 고려대, 성균관대, 경희대, 강원대, 경상국립대, 전남대, 부산대 등이 의대 졸업식을 취소하기로 했다. 부산대 의대는 이번에 졸업생이 총 5명인데 이들이 모두 졸업식 참석을 원치 않았다고 한다.
한 대학 관계자는 “의대생 사이에서 휴학을 강요하거나 휴학에 불참하는 학생을 색출하는 분위기가 있었다”며 “굳이 수업을 듣고 졸업한다는 사실을 알리고 싶지 않은 의대생들도 있을 텐데 이들을 보호하는 차원에서 졸업식을 취소한 사례도 있을 것”이라고 했다.
졸업식 규모를 축소하는 의대도 있다. 전북대, 가천대, 대구가톨릭대, 중앙대, 연세대 서울캠퍼스 의대 등이다. 전북대 의대는 졸업생이 1명이라 간소하게 학위를 수여하기로 했다. 가천대 의대는 졸업생 2명 가운데 1명만 참석 의사를 밝혀 의대 학장실에서 졸업장을 준다고 한다. 대구가톨릭대와 중앙대 의대는 각각 졸업생이 10명 안팎이다. 연세대 서울캠퍼스 관계자는 “졸업식 규모가 평소보다 줄었다”고 했다.
지난해 12월 11일 서울 한 대학병원 응급실 모습. /연합뉴스
의대 10곳 중 8곳, 올 1학기 개강도 미뤄
의대 신입생 정원 확대에 따른 여파는 계속되고 있다. 보통 의대는 실습 일정을 고려해 2월에 개강한다. 그러나 국회 교육위원회 소속 고민정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교육부에서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전국 의대(의전원 포함 40곳)의 80%(32곳)는 3월에 개강할 예정이다. 의대 증원에 반발해 휴학하고 학교를 떠난 의대생이 돌아오지 않아 수업 일정을 늦출 수밖에 없다는 게 대학들 설명이다.
국회 교육위 소속 진선미 민주당 의원실이 교육부에서 받은 자료에 따르면, 올해 1월 기준 전국 의대 재적생(1만9373명) 가운데 95%(1만8343명)가 휴학했다. 이주호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학생들이 학업을 멈춰 안타까운 마음”이라며 “(대학) 총장들이 의대생들이 복귀하도록 최선을 다해달라”고 했다.
지난해 3월 22일 대구의 한 의과대학 강의실이 의대 증원 정책에 반발하는 의대생들의 동맹휴학으로 텅 비어 있다. /뉴스1
정부·의료계, 내년 의대 신입생 정원 논의 중
현재 의정(醫政) 갈등의 핵심은 2026학년도 의대 정원이다. 앞서 정부는 2025학년도 의대 정원을 기존보다 2000명 늘린 5058명으로 정했다.
정부는 2026학년도 의대 정원 확대 규모는 제로(0) 베이스에서 의료계와 협의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이에 대해 의료계는 2026학년도 의대생을 아예 뽑지 말거나, 뽑더라도 증원 이전 규모로 돌아가야 한다는 반응이다.
정부와 의료계는 의대 정원 등을 논의하기 위한 의료 인력 수급 추계위원회(추계위)를 구성하기로 했다. 추계위 설립과 운영에 대한 의견을 듣기 위해 국회 보건복지위원회는 전날 공청회를 개최했다. 대한의사협회(의협)는 공청회에 참여해 추계위를 독립적인 의결 기구로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대학들은 이달 말까지는 2026학년도 의대 정원이 확정돼야 한다고 보고 있다. 입시 일정에 맞추려면 시간이 촉박하다는 것이다. 대학들은 의대를 포함한 대입 전형 계획을 세운 뒤 한국교육협의회에서 4월쯤 승인을 받을 예정이다. 대학들은 늦어도 5월까지 2026학년도 신입생 모집요강을 홈페이지에 올려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