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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st하우스는 위기의 동물이 가족을 만날 때까지 함께하는 유기동물 기획 취재입니다. 사연 속 동물에게 도움을 주고 싶다면, 유튜브 개st하우스를 구독해주세요
신종펫숍은 거액의 파양비를 갈취한 뒤 양도 받은 동물들을 두고 잠적하는 수법으로 운영된다. 김윤지(28. 가명)씨는 별세한 할머니가 키우던 개를 모 신종펫숍에 맡기면서 150만원의 양육비를 냈으나 1개월 뒤 해당 업체와 연락이 두절됐다. 제보자 제공

“올겨울 시골에 계신 할머니가 갑자기 돌아가셨는데 마당개 삼복이가 갈 곳이 없더라고요. 어떻게든 키워보고 싶었지만 세입자 처지에 무리였어요. 급한 마음에 여기저기 맡길 곳을 찾아봤지만 받아주는 곳은 없었어요. 막막하던 그때 동물 요양원을 운영한다는 한 업체와 연락이 닿았어요. 150만원을 내면 삼복이를 평생 돌보고 그 근황도 알려준다고 했습니다.”
-신종펫숍 피해자 김윤지(가명·28)씨
갑작스럽게 병이 나거나 사고를 당해 키우던 동물과 더 이상 함께할 수 없는 경우가 종종 생깁니다. 어떻게든 새로운 가족을 찾아주려고 애써보지만 쉽지는 않습니다. 정부가 운영하는 사육포기동물 인수제라는 게 있기는 합니다. 파양을 공식적으로 인정해주는 제도인데 요건이 까다로워서 도움을 받기 어려운데다 그렇게 파양된 동물 대부분은 안락사가 집행되는 공공보호소로 이송된다는 문제가 있습니다.

이런 사회적 공백을 비집고 일명 신종펫숍이라고 불리는 파양 사기업체가 기승을 부리고 있습니다. 적게는 수백만원, 많게는 수천만원에 달하는 파양비를 갈취한 뒤 양도받은 동물들을 두고 잠적하는 수법으로 사기를 칩니다. 이들은 ‘안락사 없는 요양원’ ‘평생 돌봄’ ‘지속적인 안부 확인 가능’ 등의 문구를 내걸고 피해자들을 유혹합니다.

할머니가 키우던 마당개를 맡길 곳을 찾던 윤지씨도 이런 수법에 당했습니다. 동물을 위한 요양원을 콘셉트로 한 이 업체는 전국적으로 가맹점이 10곳이 넘을 정도로 규모가 큰 업체였습니다. 윤지씨는 거금을 들여 할머니가 남기고 떠난 백구 삼복이를 이 업체에 위탁했습니다. 하지만 해당 업체는 한달 만에 연락이 끊겨버렸고, 얼마 뒤 윤지씨는 동물구조단체로부터 삼복이가 열악한 사육시설에서 구조됐다는 소식을 듣게 됩니다.

“어떻게든 제가 키우고 싶었는데…보내면서 많이 울었어요”

이야기는 경남 사천의 외딴 시골집에서 시작됩니다. 이곳에는 여든 넘은 할머니와 순한 백구 삼복이가 살고 있었는데요. 윤지씨는 할머니와 사이가 돈독해 매달 할머니 댁을 찾아가 안부를 확인했습니다. 윤지씨를 반겨주는 건 친할머니뿐만이 아니었어요. 녹슨 대문을 열고 윤지씨가 마당에 도착하면 삼복이는 바닥에 벌러덩 누워 배를 드러내며 좋아했어요. 윤지씨가 방문하는 날이면 삼복이는 목줄을 벗고 한적한 시골길을 마음껏 달릴 수 있었거든요. 윤지씨는 “몸이 불편한 할머니를 대신해 삼복이를 산책시키면서 정이 깊어졌다”고 설명합니다.

지난해 11월, 할머니가 갑자기 세상을 뜹니다. 고인을 애도하는 가운데 모두에게 잊힌 존재가 있었으니 마당에 홀로 남겨진 백구 삼복이었습니다. 윤지씨는 삼복이를 어떻게든 돌보고 싶었지만 세입자 처지여서 거둘 수 없었다고 해요. 그는 갈 데 없는 삼복이를 위해 부산, 대구 등지의 공공보호소와 동물단체에 구조를 요청했지만 유족이 책임져야 한다는 답변을 받았어요. 유기견이 넘치는 마당에 상속받을 가족이 있는 반려견까지 구조할 수는 없었겠죠.

윤지씨는 가능한 모든 시도를 했습니다. 그는 “오죽하면 조문객들에게도 혹시 백구를 키울 수 있겠느냐고 물어봤다”며 “하지만 평생 마당개로 살아온 삼복이를 받아주는 분은 없었다”고 털어놓았습니다. 윤지씨는 전셋집 주인에게 양해를 구해 1개월간 삼복이를 직접 임시보호하며 실내견 교육을 시도하기도 했습니다.

집주인과 약속한 한달이 끝나갈 즈음, 더이상 방법이 없었던 윤지씨는 인터넷을 검색하다가 한줄기 희망을 발견합니다. ‘안락사 없는 보호소’ ‘동물 요양원’ ‘책임비 파양’이라는 광고 문구를 내건 동물 요양업체를 찾은 겁니다. 업주는 150만원을 내면 삼복이를 평생 돌보며 입양자를 찾아주겠다고 했습니다. 포털 사이트에서 쉽게 검색되고 가맹점이 10곳이 넘어서 윤지씨는 의심하지 않았다고 해요. 그는 삼복이를 태우고 경기도에 위치한 요양업체를 찾아갔습니다.

제보자 윤지씨는 별세한 할머니의 백구의 입양처를 마련하기 위해 노력했다. 동물단체, 보호소 등을 수소문하고 지인들에게 문의했지만 소용 없었다. 결국 '동물 요양원' '안락사 없는 보호소' 문구에 속아 신종펫숍에 백구를 맡겼다. 제보자 제공

시설은 훌륭해 보였습니다. 농구장 넓이의 애견 운동장에 반평 남짓한 개별 견사 10여개를 갖추고 있었습니다. 업체 측은 보호자가 요청하면 반려견 근황이 담긴 사진도 보내준다고 윤지씨를 안심시켰습니다. 윤지씨는 “할머니에게는 가족같은 반려견이었는데 제가 어떻게든 끝까지 키우고 싶었다”며 “삼복이를 맡기러 가는 길에 정말 많이 울었다”고 전합니다.

하지만 이후 업체는 돌변했습니다. 삼복이의 근황을 물어봐도 약속했던 근황 사진은 보내주지 않았습니다. 한달 후부터는 아예 연락이 두절됐습니다. 그렇게 발만 동동 구르던 중 윤지씨는 시민단체 동물자유연대(동자연)로부터 오물 속에 방치된 학대 현장에서 삼복이를 구조했다는 놀라운 소식을 전해 들었습니다.

“오물 속 방치된 파양견들을 구조했습니다”

지난해 12월, 동자연은 경기도의 동물위탁 A업체에서 동물 학대가 이뤄진다는 제보를 받았습니다. 해당 업체가 동물 파양을 원하는 보호자들에게 1마리당 최대 1000만원에 달하는 고액의 파양비를 받은 뒤 굶주림과 질병에 방치하고 있다는 내용이었습니다. 2023년 40여 마리의 파양 견묘가 수개월간 방치돼 굶어 죽어가던 경기도 광주의 신종펫숍 사건과 그 수법이 유사합니다. 동자연은 지난해 12월 19일 관할 지자체와 함께 문제의 A업체를 불시에 점검했습니다. 이날 현장에는 개st하우스 취재팀도 동행했습니다.

방문 당시 A업체는 단기 아르바이트 직원이 홀로 시설을 지키고 있었습니다. 담당 공무원의 요청에 직원은 마지못해 시설을 개방했습니다. 내부 상황은 처참했습니다. 배설물로 뒤덮인 견사, 심한 피부병을 앓는지 털이 숭숭 빠진 개들이 무더기로 보였습니다. 사료 급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듯 비쩍 말라 몸무게가 6㎏에 불과한 코커 스패니얼도 있었습니다. 기록을 보니 입소 당시 이 개의 몸무게는 12㎏. 그 와중에도 개들은 대부분 배변패드에만 산더미처럼 배설물을 모아뒀더군요. 가정견의 습성이 남아있었던 겁니다.

취재팀이 오늘의 주인공인 백구 삼복이를 처음 만난 것도 그곳에서였습니다. 아직 윤지씨에게는 연락이 가기 전이었습니다. 오랜 방치로 인해 갈빗대가 드러날 만큼 야위었지만 여전히 사람 손길을 반겼습니다. 조사팀의 추궁에 직원은 “하루 2시간씩 주 4일 출근하는 것 외에 돌봄 인력은 없다”면서 “아픈 동물이 많아 사비로 치료하려 했으나 업주가 제지했다”고 털어놓았습니다. 돌봄비, 치료비 명목으로 고액의 파양비를 받았으나 정작 동물들은 질병과 굶주림에 방치하고 있었습니다.

무엇보다 걱정되는 것은 동물들의 건강 상태였습니다. 대부분은 심한 피부병에 혈변 증상을 보였습니다. 현장에 파견된 수의사들이 검진한 결과, 전염성 강한 인수공통 피부병인 옴이 검출되기도 했습니다.

동물자유연대가 신종펫숍에 방치된 파양견과 파양묘 20여 마리를 구조하는 모습. 최민석 기자

현장 도착 4시간 만에 동자연은 어렵게 업주와 연락이 닿았고, 30대 초반의 젊은 업주가 현장에 도착했습니다. 업주는 방치와 학대 혐의를 순순히 인정했고, 업체를 폐업하고 20여 마리의 동물 소유권을 포기했습니다. 업주가 소유권 포기각서에 서명하면서 마침내 동물들은 하나둘 안전한 이동장에 담겼습니다. 구조되는 와중에도 사람 손길이 그저 좋은지, 주인공 삼복이는 구조대원의 장갑에 얼굴을 비비더군요. 이동장에 담긴 동물들은 동자연이 운영하는 경기도 파주의 온 입양센터로 입소했습니다.

확인해보니 구조된 개 가운데 8마리의 몸에서는 전 견주의 연락처가 담긴 인식칩이 검출됐습니다. 동자연은 이를 통해 견주들과 연락이 닿았습니다. 그 와중에 연락을 받은 게 윤지씨였고요. 윤지씨가 그랬듯 전 보호자들은 파양한 동물들의 비참한 현실을 알고 놀랐습니다. 그 중 6명은 재입양 의사를 밝혔습니다. 송지성 동자연 구조팀장은 “파양자들의 재입양 여부는 엄정한 심사를 거쳐 결정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위기에서 행복으로, 백구 삼복이의 가족을 모집합니다

지난 6일 개st하우스는 신종펫숍에서 구조된 동물들의 근황을 확인하기 위해 동자연이 운영하는 경기도 파주의 온 입양센터를 방문했습니다. 다행히 구조된 동물들은 치료를 마치고 청결한 개별 견사에서 지내며 사회화 교육을 받고 있었습니다. 가족과 실내에서 생활하던 개들이 대다수여서 사람을 좋아하고 산책도 얌전히 잘 해냈습니다.

그중 철창 너머로 앞발을 내밀며 취재진에게 애교를 부리는 백구가 있었는데요. 주인공 삼복이었습니다. 입소 동물을 돌보는 이민주 활동가는 “삼복이는 워낙 성격이 밝고 애교가 많다”며 “사람을 만나면 좋아서 흥분도가 다소 높아 진정시키는 교육을 중점적으로 해주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백구 삼복이는 신종펫숍에서 구조된 뒤, 동물자유연대의 온 입양센터에서 보호 중이다. 건강을 회복하고 사회성을 기르고 있다. 전병준 기자

삼복이의 행복한 근황을 전하자 누구보다 반가워한 사람이 있었습니다. 할머니가 기르던 삼복이를 돌보다 위탁한 손녀딸 윤주씨였습니다. 윤주씨는 인터뷰 내내 삼복이 걱정 뿐이었는데요. 그는 “동자연 측에 면회를 신청했고 삼복이를 만나러 갈 예정”이라며 “삼복이에겐 그저 미안한 마음뿐인데 부디 좋은 가족의 품에 안기면 좋겠다”고 심경을 밝혔습니다.

위기에서 구조된 순둥이 백구 삼복이의 가족을 모집합니다. 희망하는 분은 기사 하단의 입양 신청서를 작성해주세요.


■신종펫숍에서 구조된 순둥이 백구, 삼복이의 가족을 모집합니다
- 7살, 중성화 수컷(12kg)
- 사람을 좋아하고 애교가 많음
- 기다려, 손 가능. 산책시 조급함이 있어 교육 필요. (실외 배변 중. 실내 배변 교육 필요)

■입양을 희망하는 분은 아래 입양신청서를 작성해주세요
- https://www.animals.or.kr/center/adopt/69399

■삼복이는 개st하우스에 출연한 150번째 견공입니다 (108마리 입양 완료)
-입양자에게는 반려동물 사료 브랜드 로얄캐닌이 동물의 나이, 크기, 생활습관에 맞는 '영양 맞춤사료' 1년치(12포)를 후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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