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두 번째 탄핵소추안 국회 표결이 이뤄진 지난해 12월 14일 오후 광주 동구 금남로에서 열린 '윤석열 정권 즉각 퇴진 광주비상행동'의 집회에서 시민들이 퇴진 촉구 구호를 외치고 있다. 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의 탄핵을 찬성·반대하는 대규모 집회가 광주 시내에서 각각 열릴 예정이어서 긴장감이 고조되고 있다. 광주 지역 시민·사회단체는 보수단체들이 대규모 탄핵 반대 집회를 예고한 데 대해 시민 2만여명 이상이 참여하는 맞불 집회를 선언한 상태다.
15일 광주경찰청에 따르면 보수 성향 개신교 단체인 ‘세이브코리아’가 이날 오후 1시부터 6시까지 광주광역시 동구 금남로4가역 일대에서 1만명이 참가한 국가비상기도회 및 시국대회를 개최한다.
당초 세이브코리아 측은 옛 전남도청 인근인 무등빌딩 앞에서 모일 계획이었으나 광주 지역 시민단체들이 먼저 집회신고를 한 장소여서 70m가량 떨어진 곳으로 변경됐다. 이날 집회에는 윤 대통령의 탄핵을 반대해온 한국사 ‘일타 강사’ 전한길씨 등이 참석한다.
강기정 광주시장과 광주시의회, 시민사회단체와 종교계, 오월단체 등은 지난 13일 광주 동구 5·18민주광장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주말 예정된 보수단체의 집회를 두고 비판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광주시 제공
광주 시민단체들이 주도하는 탄핵 찬성 집회도 인근에서 열린다. 광주지역 170여개 시민·사회단체로 구성된 ‘윤석열 정권 즉각 퇴진·사회대개혁광주비상행동’은 이날 오후 3시부터 6시까지 옛 전남도청 앞인 5·18민주광장과 금남로1가 일대에서 1만명이 참가하는 집회를 연다.
비상행동 측은 당초 5·18민주광장에서만 집회를 가질 계획이었으나, 집회 참가 인원이 늘어남에 따라 안전상 문제로 금남로 일대까지 장소를 확장했다. 5·18민주광장에서는 집회 1시간 전인 오후 2시부터 떡국·가래떡 나눔 등 시민 참여 부스를 운영한다.
탄핵 찬성·반대 집회 주최 측은 모두 “신고 인원보다 훨씬 많은 인원이 집결할 것”이라며 자신감을 내비쳤다. 세이브코리아 측은 “(광주로 가는) 버스 대절 문의 규모 등을 고려하면 지난 8일 동대구역 집회(경찰 추산 5만2000명)보다 더 많이 모일 것”이라고 했다.
한국사 '일타 강사' 전한길씨가 지난 8일 오후 대구 동구 동대구역 광장에서 열린 '세이브코리아 국가비상기도회'를 찾아 연설하고 있다. 뉴스1
광주비상행동 측도 “광주시민들이 민주주의 성지인 광주에서 탄핵을 반대하는 대규모 집회를 연다는 것에 매우 분노하고 있기 때문에 보수단체보다 많은 2만명 이상이 결집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양측의 물리적 충돌 우려도 나오고 있다. 광주비상행동 측은 ‘무대응’ 방침을 밝혔으나 “집회 참가자 개개인을 모두 통제하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기우식 비상행동 대변인은 “탄핵 찬·반 집회 장소가 인접한 만큼 극우단체나 유튜버 등이 5·18을 폄훼하는 행동과 발언으로 도발할 경우 우발적인 충돌이 일어날 수 있어 대응책을 마련하고 있다”고 말했다.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두 번째 탄핵소추안 국회 표결이 이뤄진 지난해 12월 14일 오후 광주 동구 금남로에서 열린 '윤석열 정권 즉각 퇴진 광주비상행동'의 집회에서 시민들이 퇴진 촉구 구호를 외치고 있다. 연합뉴스
보수단체 측이 1만명 이상 모여 광주에서 집회를 여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광주에서는 2019년 5월 18일 자유연대를 비롯한 보수단체 1000여명이 시위를 벌인 바 있다. 당시 이들은 5·18민주화운동 39주년 기념식 당일 집회를 열고 ‘5·18 유공자명단 공개’를 촉구하며 행진·시위를 벌였다. 이날은 진보단체도 100m가량 떨어진 5·18민주광장에서 2000여명이 참여한 집회를 열었지만, 양측은 충돌 없이 집회와 행진을 마무리했다.
경찰도 대규모 찬·반 집회에 바짝 긴장하는 모습이다. 경찰은 양측의 충돌에 대비해 기동대 등 20여개 중대(1400여명)를 투입해 집회에 대응할 방침이다. 경찰 관계자는 “성향이 다른 단체들의 다수 참가 인원을 고려해 적정 지점을 분할해 관리하고 차벽 등을 설치할 계획”이라며 “평화적 집회를 최대한 보장하되 불법행위에 대해서는 법과 원칙에 따라 엄정히 대응할 것”이라고 했다.
세이브코리아 국가비상기도회 및 윤석열 대통령 탄핵 반대 집회 일정. [세이브코리아 누리집 캡처]
각 집회 주최 측은 “물리적 충돌은 없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세이브코리아를 이끄는 손현보 부산세계로교회 목사는 “(집회는) 자기 의사를 발표하고 듣고, 그냥 가는 것뿐이다. 충돌이 일어날 이유가 전혀 없다”고 했다.
광주비상행동 측도 “각 시민·사회단체장들에게 보수단체의 집회·도발에 대한 무대응 방침을 전달했다”며 “양쪽의 충돌 없이 평화롭게 집회를 마무리하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