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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우크라 나토가입 불가"…영토수복·미군 파병도 선그어
'안보 직결' 유럽 반발…외신, '히틀러 못 막은' 1939년 뮌헨협정 빗대기도


트럼프-젤렌스키-푸틴
[AFP 연합뉴스 자료사진. 재판매 및 DB 금지]


(브뤼셀=연합뉴스) 정빛나 특파원 =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이 추진하는 우크라이나 전쟁 종전 협상을 두고 유럽 내부의 불만이 분출하고 있다.

러시아와의 협상에 방점을 둔 듯한 미국의 태도가 편향성 논란을 낳으면서 지금껏 이어져 온 서방의 가치동맹에 균열을 내고 있다는 관측을 낳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13일(현지시간) 백악관 기자회견에서 우크라이나 전쟁 발발 원인으로 우크라이나의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가입 시도를 지목했다.

그는 "협상에서 어떤 일이 일어날지 말하기는 아직 너무 이르다"면서도 "러시아는 결코 (우크라이나의 나토 가입을) 수용할 수 없다고 들었다"고 밝혔다.

전날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종전 협상 즉각 개시에 합의했다고 기습 발표해 우크라이나 및 유럽을 '패싱'했다는 논란을 낳은 마당에 나토 가입 문제를 두고도 러시아의 입장을 이해하는 듯한 뉘앙스를 내비친 것이다.

미국을 포함한 서방은 2022년 2월 전쟁 초기부터 러시아에 전적으로 책임이 있다는 점을 분명히 하면서 어떤 이유로든 주권 국가에 대한 무력 충돌은 정당화될 수 없다는 입장을 유지했다.

반면 트럼프 대통령은 '침공' 대신 '유혈 사태', '학살'이라는 용어를 주로 쓴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를 두 교전국으로 동일시하려는 인상마저 준다.

이런 트럼프 행정부의 시각은 대(對)러시아 제재와 우크라이나 군사지원 협력을 통해 어느 때보다 똘똘 뭉쳤던 대서양 동맹의 근간을 자칫 흔들 수 있다고 유럽 국가들은 우려한다.

트럼프식 '종전 가이드라인'도 논란이다.

피트 헤그세스 미 국방장관은 12∼13일 벨기에 브뤼셀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방문 기간 유럽 각국 장관들 면전에서 우크라이나의 나토 가입 및 영토수복, 평화유지군의 미군 참여 가능성에 선을 그었다. 평화유지군의 '나토 보호'에도 반대했다.

나토 보호를 받지 못하고 미군 참여가 없다면 평화유지군 파병 자체가 의미가 없을 뿐 아니라 위험을 감수하고 선뜻 파병하려는 국가도 없을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유럽이 일제히 우려를 표명하자 미국은 일단 수위를 조절하고 있다.

JD 밴스 미국 부통령은 이날 공개된 미 일간 월스트리트저널(WSJ)과 인터뷰에서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의 장기적인 독립을 보장하는 평화 협상에 동의하지 않을 경우 경제 제재 및 군사 행동을 취할 수 있다고 밝혔다.

러시아가 선의로 협상에 임하지 않는 경우에 대비해 우크라이나에 미군을 파병하는 선택지도 여전히 검토되고 있다고 덧붙였다.

미-러 정상 간 '톱다운' 협상 타결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적지 않다. 이는 트럼프 대통령이 선호하는 협상 방식이기도 하다.

트럼프 대통령은 12일 우크라이나가 '동등한 당사자'라고 생각하느냐는 질문에 "흥미로운 질문"이라고만 답했다. 이튿날에는 "그들(우크라이나)도 그것(협상)의 일부"라고 했지만, 최악의 경우 우크라이나가 협상 결과를 통보받는 데 그칠 수 있다는 관측이 제기된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독립 국가로서 우리가 배제된 어떤 합의도 받아들이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유럽의 협상 참여 여부도 쟁점이다. 유럽은 우크라이나 전쟁이 유럽 대륙 안보와 직결되는 만큼 반드시 참여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미국이 유럽에 우크라이나 안전보장을 책임지라고 요구하는 상태에서 유럽을 논의에서 배제하는 것 자체가 모순적이라는 목소리도 나온다.

카야 칼라스 EU 외교안보 고위대표는 "어떤 평화협정이건 간에 우리 없이는 작동하지 않을 것"이라며 "그것을 이행하려면 유럽과 우크라이나인들이 필요하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일부 외신은 최근의 종전 논의 흐름을 1938년 뮌헨협정에 빗대고 있다.

EU 전문매체 유락티브는 '유럽은 제2의 뮌헨 모멘트에 떨고 있다' 제목의 기사에서 "유럽내 전쟁 재발이 두려웠던 세계 정상들은 바이어리셔호프 호텔(뮌헨안보회의 장소)에서 엎어지면 코 닿을 거리에서 히틀러에게 (당시 체코의) 주데텐란트를 인도하는 데 합의함으로써 그를 회유했다"고 소개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종전협상 발표 직후 미국 및 유럽 고위 당국자들이 집결하는 뮌헨안보회의가 열리는 점에 주목한 것이다.

폴리티코는 유럽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구상을 두고 "유화정책"(appeasement)이라는 비판이 나왔다면서 "유화정책은 2차 세계대전 발발 전 아돌프 히틀러를 막지 못한 실패한 외교적 노력을 설명하는 데 사용되는 용어"라고 해설했다.

1938년 9월 나치 독일, 영국, 프랑스 제3공화국, 이탈리아 등 4개국이 체결한 뮌헨협정은 나치 독일이 체코의 주데텐란트를 할양받는 조건으로 더는 영토 확장을 추구하지 않는다는 내용이다.

그러나 히틀러는 이듬해 체코의 남은 국토까지 병합한 데 이어 폴란드에도 영토 할양을 요구했고, 폴란드가 이를 거절하자 1939년 9월 독일군이 폴란드를 공격하며 2차대전이 일어났다. 서방 외교정책의 대표적 흑역사로 꼽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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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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