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준환이 13일 열린 하얼빈 동계아시안게임 피겨 남자 싱글 금메달을 차지한 뒤 태극기를 어깨에 두르고 기뻐하고 있다. 하얼빈 | 연합뉴스
한국남자 피겨 사상 첫 AG 금
프리 187.60점 ‘무결점 연기’
“하나도 후회가 없었던 경기”
여자 김채연도 일본에 역전승
차준환(24·고려대)이 아시아 정상에 올랐다. 한국 남자 피겨 역사상 첫 금메달이다.
차준환은 13일 중국 하얼빈 헤이룽장 빙상훈련센터 다목적홀에서 열린 피겨 남자 싱글 프리스케이팅에서 기술점수(TES) 99.02점, 예술점수(PCS) 88.58점을 합해 총점 187.60점을 받았다. 무결점 연기였다. 그는 쇼트프로그램 94.09점을 합한 최종 총점 281.69점으로 1위에 올랐다.
차준환은 전날 쇼트프로그램에서 103.81점으로 1위에 올라 있던 가기야마 유마를 누르고 역전승했다. 9.72점의 격차를 단숨에 뛰어넘었다. 가기야마는 프리에서 실수를 연발하며 168.95점을 받았다. 그는 총점 272.76점으로 최종 2위로 물러났다.
한국 남자 피겨 선수가 아시안게임에서 싱글 종목 메달을 딴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고질적 발목 부상을 이겨내고 얻어낸 성과이기에 의미가 더 크다. 아시아에서 경쟁력을 증명한 차준환은 2026 밀라노·코르티나담페초 동계올림픽을 향해 나아갈 동력을 얻었다. 그는 이번 금메달로 병역 혜택도 얻게 됐다.
차준환은 쇼트 순위 역순에 따라 마지막에서 두 번째로 프리 연기를 펼쳤다. 그는 상기된 표정으로 공동취재구역(믹스트존)에 들어와 인터뷰를 하던 도중 TV 화면으로 자신의 금메달 소식을 확인했다.
차준환은 잠시 숨을 고른 뒤 “제 경기에 너무 만족했고 하나도 후회가 없다. 원래 목표였던 개인 최고점수를 기록하진 못했지만 프리스케이팅에서는 만족할 수 있는 경기 결과를 냈기 때문에 너무 좋다”고 말했다.
앞서 열린 여자 싱글에서는 김채연(19·수리고)이 2017년 삿포로 대회 최다빈 이후 8년 만에 여자 싱글 금메달을 따냈다.
김채연은 프리스케이팅에서 기술점수(TES) 79.07점, 예술점수(PCS) 68.49점을 합해 147.56점을 받았다. 전날 열린 쇼트프로그램에서 71.88점으로 2위에 오른 김채연은 쇼트와 프리스케이팅을 합쳐 총점 219.44점으로 최종 1위를 기록했다.
김채연은 여자 피겨 세계 최강자로 꼽히는 일본의 사카모토 가오리를 제치고 아시아 정상에 우뚝 섰다. 사카모토는 쇼트에서 1위를 차지했으나 이날 프리 경기 도중 착지에 실패해 넘어지며 감점당해 211.90으로 2위로 물러났다.
김채연은 “금메달에 대해서는 생각을 안 하고 편하게 사카모토 선수의 경기를 보고 있었는데 제가 금메달이라고 해서 믿기지 않았다”며 “너무 잘하는 선수라 이길 수 있을 거라는 생각을 못해봤다. 한 번쯤 이겨보고 싶었는데 이렇게 큰 아시안게임에서 이길 수 있어 영광이다. 행복하다”고 말했다.
이로써 한국 피겨스케이팅은 최초로 남녀 싱글 모두 금메달을 따내는 사상 최고의 성적으로 하얼빈의 열전을 마무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