춘천지법·서울고법 춘천재판부.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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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리 입영 적발 병무청 설립 이래 처음
군인 월급을 반씩 나눠 갖기로 하고 대리 입영한 20대가 징역형 집행유예를 선고받고 풀려났다. 대리 입영 적발은 1970년 병무청 설립 이래 처음이다.
춘천지법 형사3단독 박성민 부장판사는 13일 사기, 병역법 위반, 위계공무집행방해, 주민등록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조모(28)씨에게 징역 1년 6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박 부장판사는 “타인의 신분을 가장해 입영한 이 사건 범행은 국가 행정 절차에 대한 신뢰를 훼손하는 심각한 범죄로 엄중히 처벌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피고인은 이미 전역한 자로서 대리 입영 상대의 병역 회피를 목적으로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보이지 않고, 생활고로 인해 이 사건 범행에 이르게 된 것으로 보일 뿐 급여 수령 외 다른 목적도 보이지 않는다”며 “피고인이 앓고 있는 정신질환이 범행에 영향을 준 것으로 보이는 점, 구금 생활을 통해 반성하고 치료를 다짐하는 점 등을 종합해 형을 정했다”고 판시했다.
춘천지법.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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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7월 홍천 신병교육대 대리 입소
조씨와 함께 범행을 꾀한 20대 후반 최모씨는 현재 주소지 관할 법원에 불구속 상태로 기소된 상황이다. 조씨는 최씨 대신 입대하는 대가로 병사 월급을 반씩 나눠 갖기로 하고, 지난해 7월 강원 홍천군 한 신병교육대에 최씨 대신 입소했다.
경찰 조사 결과 두 사람은 인터넷 커뮤니티를 통해 알게 된 사이로, 최씨가 ‘군인 월급의 절반을 주면 대신 현역 입영을 해주겠다’는 조씨의 제안을 승낙하면서 범행이 이뤄졌다.
당시 조씨는 병무청 직원들에게 최씨 주민등록증과 군인 대상 체크카드(나라사랑카드)를 제출하는 등 최씨 행세를 하며 입영 판정 검사를 받았고 3개월간 최씨 신분으로 군 생활을 이어갔다. 조씨는 군인 월급이 예전처럼 적지 않은 데다 의식주까지 해결할 수 있어 범행한 것으로 조사됐다. 조씨는 군 생활을 대신하는 대가로 164만원을 받았다.
이들의 범행은 대리 입영 사실이 적발될까 두려워한 최씨가 지난해 9월 병무청에 자수하면서 드러났다. 조씨는 대리 입영 전 자신의 병역의무 이행을 위해 입대했다가 정신건강 문제로 전역했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