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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이 11일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에서 열린 본인의 탄핵심판 7차 변론에 피청구인으로 출석해 발언하고 있다. 헌법재판소 제공

윤석열 대통령 쪽이 헌법재판소 탄핵 심판 과정에서도 ‘중국의 부정선거 개입설’ 등 음모론으로 노골적으로 부추기고 있다. 12·3 비상계엄을 정당화하고 극우 지지층을 결집할 가장 손위운 도구인 혐중 음모론을 방패 삼는 전략인데, 근거 없는 막무가내식 중국 때리기로 빚어질 외교적 부담은 안중에도 없는 모습이다. 미국 트럼프 2기 행정부가 출범하자마자 기존 국제질서가 요동치는 상황에서 한국 외교의 위기를 더욱 부추기는 행태에 우려가 커지고 있다.

지난 11일, 헌법재판소에 열린 윤 대통령 탄핵심판 7차 변론에서 윤 대통령 쪽 차기환 변호사가 신원식 국가안보실장을 상대로 ‘유도 질문’을 거듭하는 모습은 한편의 씁쓸한 블랙 코미디 같았다.

차 변호사는 “중국이 다른 나라 선거에 개입하는 게 세계적으로 이슈가 되고 있다. 중국이 타국 선거에 개입하는 정치공작, 가짜뉴스를 이용한 인지전·여론전 또는 사이버전 등을 종합해서 사용하는 것을 알고 있나”는 식의 질문을 계속 이어나갔지만, 윤 대통령 측근으로 꼽힌 신 실장마저 명확한 답변을 계속 피하는 모습이었다. 차 변호사가 “(중국이) 한국에 대해서도 얼마든지 선거 개입 의도가 있을 수 있다고 생각하죠”라고 묻자, 신 실장은 “가정을 전제로 답변하지 않겠다”고 선을 그었다.

그럼에도 차 변호사는 포기하지 않았다. 지난해 11월 관광객이 국가정보원 청사를 허락 없이 촬영하다 적발된 점, 지난해 12월 중국인이 제주공항을 드론으로 불법 촬영했다는 점을 들어 “중국 정부가 민간인을 활용해 하는 하이브리드전으로 평가하지 않느냐”고 다시 물었다. 이번에도 신 실장은 “단정적으로 평가하기엔 정보가 부족하다”고 답했다.

윤 대통령과 국민의힘 의원들은 12·3 비상계엄 선포 이후 줄곧 ‘혐중 음모론’을 부추기고 있다. 윤 대통령은 지난해 12월12일 “중국인들이 드론을 띄워 미국 항공모함과 국정원을 촬영하고, 중국산 태양광 시설들이 전국의 삼림을 파괴한다”며 유튜브에서 횡행하는 중국발 안보 우려를 계엄 선포의 정당화 근거로 들었다. 국민의힘 의원들은 윤 대통령 탄핵 찬성 집회에 중국인들이 참여한다고 주장했다. 윤 대통령 지지자들이 중국대사관 앞에서 ‘멸공 페스티벌’을 개최하고, 집회 현장을 지나가던 시민이나 언론인을 붙잡고 “중국인이냐” “시진핑 욕해보라”며 위협하는 일도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다.

헌재에서조차 ‘가짜뉴스’를 거리낌 없이 인용하고 있다. 지난달 2차 변론에서는 윤 대통령 쪽 배진한 변호사가 “수원 (선거)연수원에 있던 중국인 90명이 미국 오키나와 미군 부대 시설 내에 갇혀서 조사받고 부정선거에 대해 자백했다는 뉴스가 나왔다. 사실이든 아니든 그런 정도의 의혹이 발생했다”며 “그것을 밝히기 위한 비상계엄(이었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극우 인터넷매체 ‘스카이데일리’의 보도를 근거로 삼은 것인데, 이미 주한미군이 “전혀 사실이 아니다. 책임 있는 보도와 사실확인을 촉구한다”고 명백하게 부정한 내용인데도 아랑곳하지 않았다.

다이빙 중국 대사가 지난 10일 ‘중국 선거 개입설’을 반박하며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올린 글

윤 대통령과 국민의힘 등의 이런 행태는 한국을 국제적 웃음거리로 만들고 외교에도 큰 부담을 주고 있다. 특히 한·중 외교 문제로 번질 조짐도 보이고 있다. 지난 8일 중국대사관은 처음으로 ‘중국 배후설’을 반박하는 입장문을 내놓고 “한국 내정 문제를 중국과 무리하게 연계시키는 것을 반대한다”고 밝혔다. 지난 10일에는 다이빙 주한 중국대사가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글을 올려 “중국은 일관되게 내정 불간섭 원칙을 견지해 왔다”며 “한국 국민들이 국내 문제를 잘 처리할 지혜와 능력이 있다고 믿는다”고 밝혔다. 중국 관영매체 환구시보의 영문판인 ‘글로벌타임즈’는 훨씬 직접적으로 윤 대통령과 지지자들의 ‘중국 선거 개입설’을 “한국 극우보수가 조작한 정치적 술수이자 웃음거리”라고 비난했다. 신문은 “한국의 계엄령 이후 국민의힘 일부 당원들이 의도적으로 반중 정서를 부추기고 있다”고 했다.

외교부는 이런 상황에 곤혹감을 드러내고 있다. 외교부 당국자는 “헌재 탄핵심판에서 나온 말들에 대해 외교부가 코멘트하거나 공식 입장을 낼 수는 없다”면서도 “일부의 주장이 한·중 관계의 영향을 미치지 않도록 중국과 긴밀히 소통중”이라고 말했다. 외교관들은 “지금 우리가 중국과 이렇고 있을 때인가 싶은 생각이 든다”며 한숨을 쉬고 있다.

조구래 외교부 외교전략정보본부장은 12일 다이빙 주한중국대사를 접견하면서, 북한이 북-러간 불법적 군사협력을 통해 한반도와 세계 평화·안정을 위협하고 있는 데 우려를 표명하고, 중국이 이러한 상황을 멈춰 세우고 한반도 평화·안정 및 비핵화를 위해 건설적 역할을 해달라고 당부했다. 역설적으로 이는 한반도 상황과 한국의 안보 우려를 풀어나가려면 중국과의 협력이 없이는 어려운 현실을 반영하고 있다.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 이후 더욱 어려워진 한국 외교의 위기 상황을 헤쳐나가려면, 중국과의 외교 관계를 신중하게 관리하는 것이 너무나 중요하다는 것은 상식일 것이다.

윤석열 대통령이 15일(현지시각) 페루 리마 한 호텔에서 열린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계기 한-중 정상회담에서 기념촬영하고 있다. 리마/뉴시스

윤 대통령은 12·3 비상계엄 선포로부터 불과 보름 전인 지난해 11월15일 페루 리마에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정상회담을 하면서 “중국은 우리가 안보, 경제, 문화, 인적 교류 등 제반 분야에서 긴밀히 협력하고 있는 중요한 국가”라고 했던 것을 기억하고는 있을까.

한겨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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