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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글·애플공화국 한국만 ‘봉’]

졸속 입법 자체 취약성도 있지만
법망 회피 ‘법꾸라지’ 관행 큰 문제
게티이미지뱅크

한국은 구글과 애플 등 대형 빅테크의 인앱 결제 수수료 ‘갑질’에 대응하기 위해 3년여 전 세계 최초로 ‘인앱 결제 강제금지법’(전기통신사업법 개정안)을 시행했다. 규제 첫발은 가장 먼저 내디뎠지만 여전히 국내 업체들은 구글과 애플에 30%의 높은 수수료를 ‘통행세’처럼 내고 있어 무용지물과 다름없다는 평가다. 구글과 애플의 횡포에 대한 처벌과 보상이 이뤄지는 세계적 추세에 맞춰 더불어민주당은 징벌적 손해배상을 포함한 더 강력한 규제 법안을 준비 중이다.


인앱 결제 강제금지법은 졸속 입법에 따른 법안 자체가 지닌 취약성이 크다. 특히 인앱 결제 방식에 문제를 제기하는 게임사의 경우 구글과 애플이 특별한 이유 없는 앱 출시 심사 지연, 업데이트 거절 등 사실상의 영업 보복이 이뤄지고 있다는 게 업계의 목소리다.

교육용 게임을 만드는 스타트업 A사 관계자는 12일 국민일보와의 인터뷰에서 “구글과 애플에 내는 수수료는 ‘애초에 우리 돈이 아니다’라고 생각할 만큼 당연히 여기는 통행세 같은 것”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인앱 결제 강제금지법이 있어봤자 그들이 앱 출시와 관련한 전권을 쥐고 있는데 꼬투리 잡기 시작하면 끝이 없어 적당한 선에서 타협하고 넘어가는 게 이 바닥 관례”라고 전했다. B사 게임개발 담당자도 “구글과 애플이 선정성이나 폭력성 같은 모호한 조항으로 딴지를 걸기 시작하면 사업 자체를 갈아엎어야 할 만큼 영향력이 크다”면서 “작정하고 괴롭히기 시작하면 버텨낼 수 없다”고 토로했다.


인앱 결제를 강제할 수 없는 ‘갑질 방지’도 일부 법적으로는 보장돼 있지만 현장에서는 무의미하다. 정호철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경제정책팀 부장은 “인앱 결제 강제방지법이 도입된 이후 구글이 제3자 마켓을 통한 인앱 결제를 허용은 하지만, 이런 입점사에 대해서는 수수료율을 대폭 올리는 식으로 보복 조치가 이뤄진다”고 말했다. 실질적으로 대부분 소비자가 구글·애플을 통해 인앱 결제를 한다는 점을 고려하면 게임사로서는 제3자 마켓을 이용하면 오히려 손해를 볼 가능성이 크다. 그렇다고 구글을 압도하는 자사만의 자체 결제 시스템을 게임사마다 일일이 만드는 것도 비현실적인 이야기다.


이에 국회와 법조계에서는 구글 등 빅테크의 영업 보복 행위에 대해 무관용 처벌 등 보호 조치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눈에는 눈, 이에는 이’ 식으로 징벌적 손해배상 조항 등을 넣어 법과 제도를 강화하는 쪽으로 법안을 개정해야 한다는 것이다. 민주당 임오경 의원실은 구글과 애플 등 글로벌 앱 마켓 사업자가 불합리한 보복 행위 등을 했을 때 최대 3배의 징벌적 손해배상이 가능하도록 하는 ‘보복 금지법’ 개정안 대표 발의를 준비 중이다. 징벌적 손해배상제는 보복 조치로 얻는 이익보다 과징금 등 금전적 처벌을 훨씬 강하게 만들어 수지타산을 맞추는 게 핵심이다. 현행 전기통신사업법은 금지 행위를 한 기업에 매출의 최대 2%에 해당하는 과징금을 부과할 수 있도록 한다. 여기에 더해 손해액의 3배에 달하는 철퇴를 때려 보복 행위에 대한 유인을 없애겠다는 것이다. 경실련 관계자는 “현행 인앱 결제 강제금지법이 막는 행위는 말 그대로 ‘강요 행위’에 그치는 한계가 있다”면서 “구체적으로 금액이나 수수료율과 관련된 내용을 세부적으로 규정해 입점사를 불이익으로부터 보호하자는 취지”라고 밝혔다.

개정안에는 보복 행위에 대한 입증 책임 전환 관련 내용도 포함된다. 구글과 애플의 특정 행위가 보복이 아닌 정당한 조치라는 의혹에 대한 입증 책임을 게임사가 아닌 구글·애플에 부과하자는 것이다. 현행 게임법 개정안이 확률 오류 등 게임 관련 ‘갑질’에 대한 입증 책임을 소비자가 아닌 게임사에 부과하는 것과 비슷한 논리다. 개정안이 통과되면 앞으로는 게임 업체들이 시간과 돈을 들여 구글·애플과의 힘겨운 법적 싸움에 휘말리는 일이 적어질 것으로 기대된다. 임 의원실 측은 “현실적으로 구글 같은 빅테크와 법정 싸움에 나설 여력이 부족하다는 업계의 목소리를 반영했다”고 말했다.


구글과 애플 입장에서 한국은 ‘ATM(현금자동입출금기)’ 시장이다. 지난해 말 매출 기준 구글 플레이스토어 게임 순위를 보면 1위(리니지M)를 시작으로 4개 게임이 10위권 안에 포진해 있다. 과도한 수수료율을 낮추기 위해 정부당국에 신고하거나 소송을 걸지도 않지만 돈은 지속적으로 쏟아져 나오는 편한 시장이다. 미국보다 경쟁력이 높은 게임업계에서 내는 이익을 미국 플랫폼 기업에 다시 돌려주는 상황인 셈이다.

법조계에서는 이번 집단소송의 필요성이 큰 이유 중 하나로 미국법상 ‘청구태만(Laches)’을 꼽는다. 청구태만이란 정당한 권리를 가졌음에도 이를 적절한 기간 내에 주장하지 않으면 불이익을 주는 법적 개념이다. 국내 게임사가 추후 2차, 3차로 집단소송을 제기하더라도 구글 측이 ‘1차 때 충분히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었음에도 비합리적으로 지연 청구했다’는 논리를 내세우기 시작하면 소송이 최소 10년 이상 지속되면서 게임업체들이 고사 위기에 처할 수 있다. 정당한 보상을 받기 위해서는 소송 제기가 시급한 셈이다. 이철우 문화법률사무소 대표변호사(한국게임이용자협회장)는 “현재 구글이 불합리한 수수료에 대한 반발을 국내 대형 게임사와의 결탁을 통해 억누르고 있는 모양새”라며 “구글이 중소 게임사들의 집단행동을 위축시키기 위한 행동에 나설 수도 있다”고 말했다.

국민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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