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월 23일 디지털자산과 금융기술 분야에서 미국의 리더십을 강화하기 위한 행정명령에 서명했습니다. 대선 과정에서 공약으로 내세웠던 비트코인 전략비축(Bitcoin Strategic Stockpile) 구상이 드디어 첫발을 내디뎠습니다.
코인 업계는 이번 행정명령이 미국의 관련 정책에 있어 새로운 전환점이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습니다. 이번 행정명령은 디지털자산(digital asset)이라는 포괄적 표현을 사용하여 기존의 암호화폐(cryptocurrency)나 가상자산(virtual asset) 개념을 아우르고 있습니다. 핵심은 크게 다섯 가지입니다. 180일: 새로운 규제 체계 수립 기한 첫째, 연방 당국이 압수한 코인 등을 활용한 국가 디지털자산 비축 가능성을 검토합니다. 이는 비트코인을 국가 자산으로 인정하는 첫발이 될 수 있습니다. 특히 법 집행 과정에서 확보한 디지털자산을 국익에 활용한다는 점에서 혁신적인 접근입니다.
둘째, 180일 이내에 디지털자산 산업을 위한 규제·입법 제안을 개발합니다. 이를 통해 업계가 오랫동안 요구해온 규제 명확성이 확보될 전망입니다. 특히 코인이 증권이냐 아니냐를 두고 맞섰던 증권거래위원회(SEC)와 상품거래위원회(CFTC) 간의 관할권 중복 문제 해결이 기대됩니다.
셋째, 중앙은행 디지털화폐(CBDC) 개발 계획을 중단합니다. 이는 민간 주도의 디지털자산 생태계를 지지하는 명확한 신호이며 스테이블코인을 포함한 민간 디지털자산의 혁신을 촉진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넷째, 합법적인 코인 기업들의 공정한 금융서비스 접근을 보장합니다. 그동안 은행들이 코인 기업을 차별하는 관행이 존재했다는 점을 고려할 때 의미 있는 변화입니다. 코인을 건드리면 금융권에서 배제시키던 이른바 ‘질식작전’의 종식을 의미합니다.
다섯째, 디지털자산과 블록체인 기술의 건전한 성장과 활용을 지원합니다. 이는 미국이 글로벌 디지털 경제에서 주도권을 잡기 위한 포석으로 해석됩니다. 특히 중국의 디지털 위안화와 같은 국제 경쟁에 대응하는 전략적 의미가 있습니다.
이번 행정명령의 실무를 맡을 디지털자산시장 워킹그룹의 구성도 주목할 만합니다. 트럼프 대통령의 AI·디지털자산 특별보좌관인 데이비드 색스가 의장을 맡는 이 워킹그룹은 재무부 장관, 법무부 장관, 상무부 장관, 국토안보부 장관, 관리예산국장, 국가안보보좌관, 국가경제정책보좌관, 과학기술보좌관, 국토안보보좌관, SEC 위원장, CFTC 위원장 등 주요 부처 수장들로 구성됩니다. 주목할 만한 점은 연방준비제도(Fed)와 통화감독청(OCC), 연방예금보험공사(FDIC) 등 연방 은행 규제당국은 제외됐다는 점입니다. 기존 금융시스템의 보수적인 시각에서 벗어나 혁신적인 접근을 하겠다는 의지로 해석됩니다.
워킹그룹의 임무는 매우 구체적이고 시간적 제약도 명확합니다. 우선 30일 이내에 디지털자산 분야에 영향을 미치는 모든 규제, 지침, 명령 등을 파악합니다. 이는 현재의 규제 환경을 종합적으로 점검하는 작업입니다. 60일 이내에 이들 규제의 폐지·수정·채택 등 향후 유지 여부에 대한 권고안을 제출해야 합니다. 이를 통해 불필요한 규제는 제거하고 필요한 규제는 강화하는 선별적 접근이 이뤄지게 됩니다. 끝으로 국가경제정책보좌관에게 규제·입법 제안을 담은 보고서를 180일 이내에 제출하도록 합니다. 또한 공청회를 열고 디지털자산 업계 리더들의 의견을 청취하도록 했습니다. 이는 업계의 실질적인 요구사항을 정책에 반영하겠다는 의지를 보여줍니다. 비트코인 전략비축, 어떻게 실현되나 이번 행정명령의 핵심은 단연 비트코인 전략비축 구상입니다. 비록 명시적으로 비축을 지시하지는 않았지만 연방 당국이 각종 범죄 수사 과정에서 압수한 코인을 국가 자산으로 비축해 활용할 가능성을 워킹그룹이 검토하도록 했습니다. 그 결과가 긍정적이라면 트럼프가 지난해 여름부터 공언했던 대로 비트코인을 단순한 투기 자산이 아닌 전략적 국가 자산으로 인정하게 될 수 있습니다. 시장은 이 같은 변화를 반기고 있고 업계 전문가들은 향후 비트코인 전략비축과 관련된 입법이 진전될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합니다.
미국의 비트코인 전략비축을 옹호하는 이들은 크게 네 가지 기대효과를 강조합니다.
첫째, 총량이 제한됐고 가격이 꾸준히 상승해온 비트코인의 특성이 인플레이션과 경제 불안정성에 대한 효과적인 위험 방어 수단이 될 수 있습니다. 현재 글로벌 경제의 불확실성이 높아지는 상황에서 이는 중요한 의미를 갖습니다.
둘째, 전통 자산과의 낮은 상관관계로 국가 준비금 포트폴리오 다각화에도 도움이 됩니다. 이는 미국의 국가 자산을 지정학적 리스크와 경제적 충격으로부터 보호하는 데 기여합니다. 국가 부채 감축과 지정학적 유연성 확보에도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
셋째, 블록체인 기술을 활용한 투명성 제고도 중요한 이점입니다. 모든 거래가 공개적으로 검증 가능하다는 점에서 전통적인 금이나 외화 보유고와는 차별화됩니다.
넷째, 미국이 디지털자산 분야의 혁신적 리더로 자리매김하는 데 도움이 될 것입니다. 이는 디지털자산 기업과 투자자, 인재들을 미국으로 끌어들이는 효과도 기대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전략비축 구상에는 세 가지 핵심적인 우려사항이 있습니다. 가장 큰 위험은 비트코인 가격의 극심한 변동성입니다. 이는 정부의 재정 계획을 불안정하게 만들 수 있고, 하락장에선 납세자들 모두가 피해를 봐야 하므로 정치적 반발을 초래할 수 있습니다. 일관된 글로벌 규제 체계가 부재한 상황에서 규제 변화로 투자가 좌초자산이 될 위험도 존재합니다.
둘째, 안전성 문제입니다. 대규모 디지털자산 보관에 따른 보안 위험이 심각한데 해킹이나 개인키 분실 등의 위험을 방지하기 위한 고도의 보안 시스템이 필요합니다. 비트코인 채굴에 따른 에너지 소비 증가는 환경 문제를 야기할 수 있으며 자금세탁과 불법 거래에 악용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습니다. 트럼프 부부 밈코인의 이해상충 우려 셋째, 부의 집중 심화 우려입니다. 소수 주체의 대규모 비트코인 보유는 부의 집중을 심화시키는 구조인데 국가가 이를 조장하는 결과가 될 수도 있습니다. 심지어 트럼프 본인과 멜라니아 여사가 자신들의 이름을 딴 밈코인을 발행하고 투자하는 등 개인적 이해관계가 있어 정책의 공정성과 객관성을 훼손할 우려도 제기됩니다.
결국 워킹그룹이 이러한 우려사항들을 어떻게 해소하고 구체적인 실행 방안을 제시할지가 관건입니다. 향후 180일간의 워킹그룹 활동은 단순한 정책 제안을 넘어 미국 디지털자산 정책의 새로운 이정표가 될 것으로 기대됩니다.
김외현 비인크립토 한국·일본 리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