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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장원 전 국가정보원 1차장이 윤석열 대통령 탄핵 정국의 핵심 인물이 됐다. 그의 행적과 발언을 놓고 진영에 따라 ‘의인(義人) vs. 배신자’로 보는 시각이 확 나뉜다. 홍 전 차장은 윤 대통령의 정치인 체포 지시설을 공식적으로 처음 알린 정부 고위 공직자였다. 당시 과정을 정리하면, 출발점은 갑작스러운 그의 해임이었다.

홍장원 전 국가정보원 1차장이 지난달 22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윤석열 정부의 비상계엄 선포를 통한 내란 혐의 진상규명 국정조사 1차 청문회에 출석해 질의에 답하고 있다. 뉴스1
12·3 비상계엄 사태 발생 사흘 뒤인 지난해 12월 6일 오전, 홍 전 차장의 해임 소식이 전해지자 국회가 술렁였다. 비상시국에 해외ㆍ대북 업무를 관장하는 정보기관 고위직의 해임 소식이 뜻밖이었기 때문이다. 국정원을 피감기관으로 둔 국회 정보위원회는 발 빠르게 움직였다. 신성범 정보위원장이 전화로 홍 전 차장에게 해임 여부를 묻자, 그는 “전화로 드릴 수 있는 말이 아니다”라며 국회로 향했다.

그 직후 한 종편 방송이 내보낸 ‘홍 전 차장 국회 보고’ 자막을 보고 홍 전 차장이 여의도로 향한다는 사실을 확인한 국정원은 비상이 걸렸다. 조태용 국정원장은 신성범 위원장에게 전화해 “국회 보고가 사실이냐. 그렇다면 나도 가겠다”라며 곧장 국회로 향했다.

이후 국회에 도착한 조 원장 등 국정원 고위 간부들이 대기하는 동안 홍 전 차장은 일부 여야 정보위원들에게 “계엄 선포 직후 윤 대통령이 ‘방첩사를 도와 정치인을 싹 다 잡아들이라’는 지시를 했고, 여인형 방첩사령관이 이재명 민주당 대표와 한동훈 전 대표를 포함한 체포 명단을 불러줬다”는 말을 털어놨다. 윤 대통령의 정치인 체포 지시설은 이 말로 공식화됐다. 여기까지는 여야가 모두 인정하는 객관적 사실에 가깝다. 문제는 그다음부터다.

홍장원 전 국정원 1차장 3박4일간 행적 그래픽 이미지.


◇정치 중립 의무 위반했나
홍 전 차장이 경질된 이유를 놓고 주장이 갈린다. 윤 대통령과 국정원 측은 ‘정치 중립 의무 위반’을 경질 사유로 든다. 이들에 따르면 홍 전 차장은 계엄 선포 다음 날인 4일 오후 조태용 원장에게 “민주당 이재명 대표에게 전화하는 게 어떻겠냐”고 말했다. 그다음 날인 5일 오전 7시 47분엔 서울 마포고 동문인 김태효 국가안보실 1차장에게 “(윤 대통령이) 눈물을 흘리고 무릎을 꿇어야 한다”는 텔레그램 메시지를 보냈다. 대국민 사과를 하란 의미였다.

홍 전 차장의 주장은 다르다. 그는 12월 7일 KBS 인터뷰에서 두 가지 행위에 대해 “정무직 고위공무원으로서 현재 상황을 타개할 두 가지 방안을 제시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재명 대표와의 통화 권유에 대해선 “북한이 남쪽에 군사 도발을 일으킬 만한 상황이 아니라는 것을 국민의 절반이 지지하는 야당에도 알릴 필요가 있다고 정무적으로 판단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자신이 해임된 건 윤 대통령의 정치인 체포 지시에 불응했기 때문이며, 경질 사유로 정치 중립 의무 위반을 든 건 자신의 입을 막기 위한 것이라는 게 홍 전 차장의 주장이다. 국정원법 21조는 국정원 직원이 정치에 관여할 경우 7년 이하의 징역에 처하도록 하고 있다.

이에 대해 국정원 관계자는 “홍 전 차장의 주장대로라면, 이 대표와 통화를 권유할 당시인 4일 오후에 북한 관련 이유라고 설명했어야 했다”며 “홍 전 차장은 다음날에야 다시 조태용 원장을 찾아 북한 안보 상황 때문이란 말을 덧붙였다”고 반박했다.

◇정보위 보고 전 여야에 따로 흘렸나
여권에선 홍 전 차장이 국회 정보위 보고 전, 정치권에 윤 대통령의 체포 지시 사실을 사전에 누설한 것 아니냐는 의구심도 있다. 홍 전 차장은 12ㆍ3 계엄 직후인 4일 새벽, 민주당 박선원 의원과 문자메시지를 주고받았다. 박 의원은 현직 정보위 야당 간사이자, 문재인 정부에서 각각 차관급인 국정원 기조실장과 1차장을 지냈다. 박 의원은 이에 대해 12월 9일 김어준씨 유튜브에 출연해 “4일 0시 2분에 ‘무슨 일이냐’ 하니까 홍 전 차장이 ‘저도 TV만 보고 있다’고 해서 제가 ‘그래야 한다. 아무런 행동을 하지 말라’고 했었다”고 말했다.

지난해 12월 6일 당시 국민의힘 한동훈 대표와 추경호 원내대표가 국회에서 열린 긴급최고위원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연합뉴스
야당뿐 아니라 한동훈 전 국민의힘 대표 측에도 관련 사실을 흘려 여권 분열의 실마리를 제공했다는 시각도 있다. 자신을 체포하라고 지시했다는 사실을 전해 들은 한 전 대표가 윤 대통령의 직무정지를 촉구하고 나섰다. 홍 전 차장이 정보위에서 체포 지시 사실을 공식화한 당일인 12월 6일 오전, 정보위 보고에 앞서 긴급 최고위원회의를 소집한 한 전 대표는 “윤 대통령이 정치인 체포를 위해 정부기관을 동원했단 사실을 신뢰할 만한 근거를 통해 확인했다”며 “대한민국과 국민을 지키기 위해 윤 대통령의 조속한 직무집행 정지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신뢰할 만한 근거’가 바로 홍 전 차장이란 것이다.

당시 한 여권 인사는 “이런 말을 다른 데 한 적 있느냐”고 물었고, 홍 전 차장은 “너무 답답해서 이병기 전 대통령 비서실장에게 하소연한 게 전부”라고 답했다고 한다. 그는 이 전 실장이 국정원장이던 당시 의전비서관이었다. 그의 발언을 토대로 여권에선 “인맥이 넓은 이 전 실장을 통해 홍 전 차장의 토로가 정치권에 전파된 것 아니냐”는 말이 나왔다. 이에 대해 이 전 실장은 본지 통화에서 “홍 전 차장 해임 보도를 보고 내가 먼저 전화를 걸어 ‘무슨 일이냐’고 물은 적이 있을 뿐”이라며 “들은 말을 다른 데 전한 적은 없다”고 말했다.

복수의 소식통에 따르면 정보위 보고 전 홍 전 차장은 민병환 전 국정원 2차장과도 통화했다. 다만, 홍 전 차장 해임 사실을 외부에 알렸다는 소문에 민 전 차장은 “절대 그런 적 없다”고 했다. 또 홍 전 차장은 본인의 마포고 동문이자 한 전 대표 측근인 김종혁 당시 최고위원을 통해 관련 사실을 미리 전달했다는 전언도 있다. 이에 대해 김 전 최고위원은 “홍 전 차장 증언의 본질은 윤 대통령의 체포 지시가 있었느냐 여부”라며 “본질이 아닌 것에 대해선 답하지 않겠다”고 했다.

◇메모 진실성 논란도
홍장원 전 국정원 1차장이 12·3 비상계엄 당일 여인형 전 방첩사령관에게 듣고 작성했다는 메모. 홍 전 차장은 위의 ‘체포 대상자’는 보좌관이 다시 썼고, 아래 흘려 쓴 글씨는 본인이 적은 것이라고 말했다. 중앙포토
홍 전 차장의 석연치 않은 행적과는 별개로 그가 공식화한 윤 대통령의 정치인 체포 지시에 부합하는 정황은 여럿이다. 조지호 경찰청장과 김대우 방첩사 수사단장 등 홍 전 차장과 같은 맥락으로 진술하는 이도 상당하다. 그러나 홍 전 차장이 핵심 증거로 제시한 체포명단 메모는 재작성 논란이 일면서 윤 대통령 지지자들은 ‘메모 조작설’을 제기하고 나섰다.

홍 전 차장은 4일 헌법재판소에서 “(메모 원본은) 내가 봐도 알아보기 어려워 보좌관을 불러 정서(正書)를 시켰다”며 “메모엔 보좌관 글씨와 흘려 쓴 내 글씨가 섞여 있다”고 말했다. 여권의 “조작 의심” 주장에 대해 홍 전 차장은 “그 메모는 그냥 낙서처럼 내가 기억하려고 했던 메모”라며 “기억나는 대로 진술만 했다면 오히려 거짓말이라고 했을 것 아니냐”고 반박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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