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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당국 경영유의 지적에도…코리안리 "사외이사들이 찬성"


원종규 코리안리 대표
[연합뉴스 자료사진.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연합뉴스) 이율 기자 = 코스피 상장사인 재보험사 코리안리가 금융당국 지적을 받고도 동생은 사장, 형은 회장 겸 이사회 의장인 이례적 '형제경영 체제'를 고수하고 있다.

이처럼 형제가 경영진과 이사회 의장을 겸하는 지배구조에서는 이사회의 견제와 감독이 어렵고, 이해상충이 발생할 여지가 크다는 우려가 나온다.

금융당국은 건전하지 않은 구조라는 입장이지만, 현재로선 개선을 강제할 규정이 미비하다.

12일 금융권에 따르면 코리안리 회장 겸 이사회 의장은 지난해 3월 25일 재선임된 원종익(70)씨가 맡고 있다.

원 의장은 고(故) 원혁희 코리안리 회장의 큰 아들이자 원종규(66) 대표의 형이다.

원 의장은 1981년 건설업체 대림산업에 입사해 부장으로 퇴직하고 곧바로 2010년 코리안리 상근 고문으로 합류했으며, 2021년 지금 자리에 처음 앉았다.

경영진을 감독해야 할 이사회의 의장이 사내이사이고, 대표와 특수관계인인 데다가, 보험업 전문성이 없다는 3가지 이슈가 한꺼번에 제기되는 상황이다.

코리안리는 원혁희 회장이 작고하기 3년 전인 2013년 셋째 아들인 원 대표에게 경영권을 넘기면서 2세 경영에 돌입했다. 원종익 의장은 그보다 몇 년 앞서 회사로 들어왔다.

코리안리는 당초 '대한재보험'이란 국영 재보험사로 출범했다가 1978년 민영화됐다. 이후 외환위기였던 1998년에 원 회장이 지분을 인수하면서 대주주가 됐다.

코리안리
[연합뉴스 자료사진. 재판매 및 DB 금지]


코리안리는 원종익 의장이 처음 선임될 당시 '사외이사가 아닌 이사회 의장 선임 사유' 공시를 했다.

금융회사 지배구조에 관한 법률에선 금융회사 이사회는 사외이사 중에서 이사회 의장을 선임한다고 돼 있고, 그렇지 않을 경우 사유를 공시하도록 했기 때문이다. 또 사외이사를 대표하는 선임 사외이사를 별도로 선임하도록 했다.

코리안리는 이에 "대표이사와 이사회 의장 역할 분담으로 이사회 독립성 제고와 회사 책임경영체제가 강화될 것"이라고 공시했다.

사외이사가 아닌 사내이사를 이사회 의장으로 선임한 사유라기엔 아리송한 내용이다.

이후 금융당국은 지난해 3월 18일 코리안리 정기검사 결과 이런 지배구조를 경영유의사항으로 올리며 이사회 의장 선임시 적격성 검증절차를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당시 금융감독원은 "코리안리는 2021년 보험업 및 경영경력이 없는 대표이사의 특수관계인을 회장(사내이사) 및 이사회 의장으로 선임하면서, 그 선임 사유와 이사회의 책임과 역할을 고려한 적격성 여부 등에 대한 검증 절차가 미흡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앞으로 사외이사가 아닌 자를 이사회 의장으로 선임하는 경우 그 선임의 적정성 등에 대한 객관적 검증 절차를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금감원은 이어 "사외이사 중심의 이사회를 통해 경영진 견제 기능을 높이고 이사회의 독립성을 확보하기 위해 이사회 의장은 사외이사 중에서 선임하는 게 바람직하고 예외적으로 사내이사를 이사회 의장으로 선임하는 경우 적격성 여부 등에 대해 충분한 논의를 거쳐 투명하게 선임 절차를 운영할 필요가 있다"고 짚었다.

하지만 코리안리는 불과 1주일 만에 원 의장의 재선임을 강행했다.

코리안리는 금감원의 경영유의사항 지적에 따라 "이사회 전에 사외이사 회의를 별도로 개최해 기존 이사회 의장의 보험업 전문성과 직무 적격성뿐만 아니라 이사회의 독립성 확보장치 등에 대해서 깊이 있게 논의하고 평가했다"면서 "이를 바탕으로 이사회에서 사외이사가 아닌 기존 이사회 의장을 의장으로 추천·선임했고, 선임사외이사도 선임했으며, 해당 내용을 객관적으로 공시했다"고 설명했다.

코리안리의 지난해 3분기 말 분기 보고서에서 따르면 지난해 코리안리 이사회 중요 의결 사안 중 사외이사들이 찬성표를 던지지 않은 경우는 한 건도 없었다.

금감원 관계자는 "코리안리는 금감원의 경영유의사항 지적에도 기존 구조를 유지하고 있다"면서 "사내이사이자 특수관계인이 이사회 의장을 하는 상황은 바람직하지 않지만, 달리 강제할 수는 없는 게 현실"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현행 금융회사 지배구조 관련 법령에는 이사회 의장이 반드시 사외이사가 돼야 한다는 규정은 없고, 관련해서 갖춰야 할 경력도 규정되지 않은 상황"이라며 "강제로 이사회 의장을 교체할 수는 없지만, 이사회 의장은 사외이사가 하는 게 더 모범적인 사례로 평가되고 있다"고 말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기업 거버넌스 원칙에는 이사회의 이사 선출시 "이사회의 기존기술을 보완할 수 있는 적절한 지식, 역량, 전문성을 고려해야 한다"고 규정돼 있다. 영국이나 일본 등은 이런 원칙을 준용하고 있다.

이효섭 자본시장연구원 금융산업실장은 "금융회사에서 특수관계인이 이사회 의장과 대표를 겸하는 경우는 흔하지 않은 것으로 알고 있다"면서 "경영진 견제와 감시를 해야 하는 이사회가 일반주주보다 대주주에게 유리하게 의사결정을 하는 등 이해상충이 생길 여지가 충분히 있다"고 말했다.

그는 "금융회사는 지배구조에 문제가 있는 경우 소비자 피해가 클 수 있고, 금융시스템 리스크 우려 때문에 지배구조법을 통해 더 엄격한 규제를 받고 있다"면서 "우리나라에는 이사의 자격이 규정돼 있지는 않지만, OECD 거버넌스 코드나 영국, 일본 등에서는 이사의 자격 등을 명시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정선섭 재벌닷컴 대표는 "가족 경영이자 혈족 경영으로 주주들은 완전히 무시해버리는 이사회 운영"이라며 "2세 형제경영까지는 탈이 나지 않는다고 해도 3세 경영으로 넘어가는 경우 경영권 분쟁도 생길 수 있다"고 말했다.

코리안리는 고 원 회장의 부인인 장인순씨(6.11%) 등 가족 등이 작년 11월 26일 기준 총 20.33%를 보유하고 있다.

이 중 원 의장(3.76%), 원 사장(4.64%), 이필규 이사(2.40%) 3명이 이사회(총 7명)에 속해 있다.

이 밖에 2대 주주인 신영증권이 8.68%에서 최근 9.99%로 지분을 늘렸다. 국민연금은 작년 9월 말 기준 7.4% 보유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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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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