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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14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공판에 출석하며 지지자들을 향해 손을 흔들었다. 뉴스1
“경제를 살리는 데 이념이 무슨 소용이냐”고 했던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실용주의 행보가 삐걱거리고 있다. 반도체 분야 ‘주52시간제 예외’, 1인당 25만원 지원금 포기 등이 민주당 정책으로 반영되지 못한 채 사실상 좌초되고 있어서다. “도로 좌클릭”이란 지적도 나온다.

여권은 “대선용 거짓말”이라며 공세를 취했다.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16일 “자신이 한 말을 며칠 만에 손바닥 뒤집듯이 뒤집으니 ‘이재명을 믿어도 되나’ 이런 말이 시중에 나오는 것”이라고 했다. 여권 차기 대선 후보들도 “조변석개(朝變夕改)가 실용이면 사기꾼도 경제인”(오세훈 서울시장), “이재명식 추경은 민생 해결이 아니라 민생 걱정”(안철수 의원)이라고 꼬집었다.

반면 민주당에선 “당의 정체성·노선을 바꾸는 것은 민주적 토론·숙의 절차를 반드시 거쳐야 하지 않을까 생각한다”(김경수 전 경남지사), “당의 본질을 규정하는 정책을 대표가 일방적으로 쉽게 바꿔서는 안 된다”(김부겸 전 국무총리)는 우려가 나왔었다.

이에 대해 이 대표는 14일 유튜브 방송에서 “저는 정치를 시작한 이후 성장을 해야 나누든지 더 잘 살든지 할 거란 입장이었다”며 “우클릭했다고 저를 자꾸 모는데, 저는 우클릭을 하지 않았다. 원래 제 자리에 있다”고 반박했다. 그러면서 “(보수 진영이) 마치 성장 담론이 자기들의 고유 상표인 것처럼, 저를 ‘원래 분배만 주장하던 사람이 선거 때가 되니 오른쪽으로 클릭했다’고 주장하면서 프레임 공격을 가하는 것”이라고도 했다.

①주52시간 예외 = 그간 진보 진영의 금기(禁忌)였던 근로시간 유연화에 대해 이 대표는 지난 3일 반도체특별법 토론회에서 “총 노동시간을 늘리는 것이 아니면, 특정 시기에 집중하는 정도의 유연성을 부여하는 게 합리적이지 않나”라며 사실상 이를 수용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3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행복하고 정의로운 대한민국, 반도체특별법 노동시간법 적용제외 어떻게?’ 토론회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 전민규 기자. 2025.02.03.
하지만 진성준 당 정책위의장은 사흘 뒤 6일 기자간담회에서 “반도체 산업 국가 지원 법안을 먼저 처리하자”며 ‘주 52시간제 예외’ 논의는 중단됐다. 당 핵심 관계자는 “한국노총 지도부 반발이 거셌다”며 “노동계 출신 의원도 가세하면서 시급한 반도체법부터 일단 처리하는 기류로 정리됐다”고 설명했다.

이 대표가 10일 국회 교섭단체 대표연설에서 “주 4일제”를 언급한 것도 혼란을 가중시켰다. 노동시간 유연화를 하지 않으면서 주 4일제를 하는 게 비현실적이라는 지적이었다. 이 대표 측은 “노동시간 단축은 장기적인 목표”라며 “다만 반도체 분야는 유연하게 운용하자는 게 이 대표 생각이고, 관련 논의도 계속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주원 기자
②25만원 지원금= 이 대표는 10일 교섭단체 연설에서 “추경 편성에 꼭 필요하다면 특정 항목을 굳이 고집하지 않겠다”며 민생회복지원금 포기를 시사했다. 하지만 13일 당 정책위가 공개한 35조원 규모 추경안에는 1인당 25만원씩 지급하는 ‘민생회복 소비쿠폰’ 사업 예산 13조원이 이름만 바뀐 채 담겼다. 이번에도 당 정책위가 이 대표의 발언을 사흘 만에 뒤집었다.

이에 대해 민주당 관계자는 “추경에 대해 국민의힘 응답이 없어 협상용으로 넣었다”며 “실제로는 얼마든지 물러설 용의가 있다”고 말했다.

③기본사회 = 이 대표의 기본사회(기본소득·기본주택·기본금융)는 대표적인 ‘이재명표 정책’인데, 막대한 재원이 든다는 점이 늘 걸림돌이었다.

이를 의식한 듯 이 대표는 지난달 23일 신년 기자간담회에선 “지금은 경제적 안정과 회복, 성장 문제가 가장 시급하다”며 기본사회 보류를 시사했다. 하지만 10일 연설에선 “초과학기술 신문명이 불러올 사회적 위기를 보편적 기본사회로 대비해야 된다”고 또 말을 뒤집었다.

전문가들은 이 대표의 발언이 신뢰의 위기로 이어질 수 있다고 지적한다. 윤태곤 더모아 정치분석실장은 “우클릭이든 중도 확장이든 결국엔 안정감을 주기 위한 것인데, 이는 내용과 스타일이 함께 가야 하는 것”이라며 “콘텐트를 풍성하게 하려는 의도였더라도 오락가락하는 듯이 보이면 불안감을 부추길 수 있다”고 말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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