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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0일 대전 서구 한 초등학교에서 1학년 A양이 교사에 의해 흉기에 찔려 사망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11일 범행이 발생한 학교 입구에 A양을 추모하는 국화꽃과 메모가 놓여 있다. 뉴스1

대전 초등생 살인 사건을 계기로 학교·교육청의 교원 관리가 부실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현장에서는 “위험 징후가 있는 교사도 교장이 강제로 일을 못하게 할 방법은 사실상 없다”며 제도 정비를 요구했다.



"위험 징후 보여도 업무 배제, 강제 못해"

11일 대전시교육청에 따르면 A교사는 지난해 12월 9일부터 29일까지 우울증을 이유로 질병휴직 상태에 있었다. 당초 6개월 휴직을 신청했지만, 20일 만에 조기 복귀했다. 최재모 대전시교육청 교육국장은 “업무 규정에 따르면 교사가 (휴직 요인이 된 질환에 대한) 의사 진단서 등을 첨부해 복직을 신청하면 교육청은 30일 이내에 반드시 복직시키게 돼있다”고 말했다.

살인 사건이 일어난 대전의 초등학교. 김성태 객원기자

현장에선 “정신 질환을 가진 당사자가 자발적으로 그만두지 않는 이상 학교가 업무 중단을 강제할 수 없는 현실이 고스란히 드러났다”는 지적이 나온다. 실제로 A교사가 복직 이후 동료 교사와 몸싸움을 벌이는 등 문제 행동이 벌여 학교는 재휴직을 권고했지만, A교사가 이를 거부했다.

몇 해 전 정신 질환 교원과 함께 일했던 서울의 한 초등 교사는 “질환 당사자가 본인의 질병을 인정하지 않는다는 점이 가장 큰 문제”라며 “당사자는 행동을 제지하고 주의를 주는 교장에게 오히려 ‘죽이겠다’고 협박하고 고소, 고발을 남발했다”고 말했다.

제도 상 이 같은 교사에 대한 직권 휴직·면직이 불가능한 건 아니다. 시·도교육청에는 정신적·신체적 질환이 있는 교원의 직무수행 가능 여부를 심의하는 ‘질환교원심의위원회’가 설치돼있다. 하지만 사실상 유명무실하다. 서울의 경우 최근 5년 간, 대전은 2년 간 심의 사례가 단 한 건도 없었다. 교육청 관계자는 “위원회에 회부되는 당사자의 항의 우려가 크다보니 심의 개최조차 힘들다”고 전했다.

이런 이유로 학교는 해당 교사에게 휴직을 권고하는 경우가 많다. 질병 휴직을 원하는 교원은 개인 의사에 따른 휴직신청서와 진단서 제출만으로 휴직할 수 있다. 이에 대해 교사 출신인 전수민 변호사는 “학교는 복직 시 진단서의 내용보다는 형식만 판단할 뿐”이라며 “질병휴직은 최대 2년인데, 이후에도 완치가 안 되면 직권면직이 가능하지만 인사권자인 교장 등은 항의가 부담스럽다 보니 묵인하고 넘어가는 경우가 많다”고 설명했다.

결국 동료 교원과 학생에게 위해를 가할 수 있는 문제 교원에 대한 적절한 조치가 이뤄지기 어렵단 얘기다. 이날 서울교사노조는 “교육청의 소극적 행태로 학교 현장에서 소위 ‘폭탄 교사’ 떠넘기기 관행이 계속되고 있다”이라며 관련 제도의 개선을 요구했다.



“즉각 분리 위한 법 개정 필요”

대전의 한 초등학교에서 40대 여교사가 1학년 학생인 김하늘(8)양을 흉기로 살해하는 충격적인 사건이 발생한 가운데 11일 하늘양의 빈소가 마련된 건양대병원 장례식장을 찾은 모교 교사 등이 고인을 추모하고 있다.김성태 객원기자

전문가들은 정신 질환 등으로 문제 소지가 있는 교사의 행동에 개입할 수 있는 법적 근거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전수민 변호사는 “현재는 질환을 이유로 교사를 교단에서 배제할 명시적 근거가 없다”며 “교사 징계 양정 중 해임, 파면 등이 아닌 즉각 분리가 가능한 조치를 법으로 신설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수정 경기대 범죄심리학과 교수는 “자해, 타해 가능성이 있는 교원이 업무에 복귀할 땐 직무 수행이 가능한지 여부를 엄격하게 따지는 별도의 절차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대전 초등생 살인 사건을 계기로 학교 구성원에 대한 정기적인 정신 건강 검진도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현재 교원은 신규임용 시 건강진단서를 제출하고 2년에 한 번 건강검진을 받지만 신체 검진 위주다. A교사 사례처럼 문제가 표면화 하지 않는 한 학교가 교사의 질환 유무를 확인하기 어렵다. 국민건강보험공단에 따르면 지난해 우울증 진료를 받은 초등학교 종사자는 9468명, 불안장애로 작년에 병원을 찾은 초등학교 종사자는 7335명이었다.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11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제6회 국무회의'에서 의사봉을 두드리고 있다.뉴스1

한편 이날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국무회의에서 “대전에서 발생한 초등학생 사망 사건에 깊은 애도를 표한다”며 “이 일로 큰 충격과 고통을 받으셨을 유가족께 깊은 위로의 말씀을 드린다”고 했다. 또 “교육부와 관계 기관은 이번 사건을 철저히 조사하고, 다시는 이와 같은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필요한 대책을 마련해 달라”고 지시했다.

이주호 부총리 겸 교육부장관은 이날 국회 교섭단체 연설 등 주요 일정을 취소하고 긴급 회의를 열었다.12일은 전국 시·도교육감들이 참석하는 긴급 협의회에서 대응 방안을 논의할 예정이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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