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 때도, 팔 때도 200억원 그대로
2021년부터 주가 내리막에 주담대 부담 커져
“구주 매각 통해 대출 상환할 듯”... 사실상 손해
이 기사는 2025년 2월 10일 16시 32분 조선비즈 머니무브(MM) 사이트에 표출됐습니다.
현대차그룹 총괄 부회장 출신 김동진 아이에이 대표이사 회장이 경영권 인수 15년 만에 회사를 넘긴다. 매각 대금은 200억원 규모로, 과거 김 회장이 아이에이 지분 매입에 들인 비용과 비슷하다. 15년이라는 긴 세월과 대출 이자 등을 감안하면 사실상 손해인 셈이다.
10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아이에이의 최대 주주는 오는 3월 17일 기존 김 회장에서 철강재 가공 업체 디씨이로 변경될 예정이다. 김 회장은 보유한 아이에이 구주 2474만7103주(지분 7.85%) 전량을 디씨이에 매각하기로 했다. 1주당 가액은 808원으로, 계약일 기준 1개월 평균 종가 대비 340% 수준의 프리미엄이 매겨졌다. 총 200억원 규모다.
디씨이는 지난해 3월 80억원 규모 유상증자에 참여하며 재무적 투자자(FI)로 등장했는데, 전략적 투자자(SI)로 회사 인수까지 나서게 됐다. 디씨이는 외형은 크지 않다. 지난 2023년 말 기준 매출액 45억원, 당기순손실 9억원을 기록했다.
화려한 경력을 가진 김 회장 입장에서는 다소 아쉬운 실패다. 그는 2001년부터 2008년까지 현대차 대표이사를 맡는 등 정몽구 명예회장의 복심이자 그룹 2인자로 통했다. 현대차 왕집사라는 별명도 있다.
현대모비스 대표를 끝으로 회사를 나온 그는 2010년 3월 반도체기업 아이에이(당시 씨엔에스테크놀로지)의 수장이 되며 인생 2막을 시작했다. 만성 적자였던 아이에이의 주력사업을 자동차 반도체로 바꾸며 체질 개선에 나섰다.
김 회장은 2010년 3월 유상증자와 장외 매수를 통해 133만주를 주당 4567원에 매수하며 아이에이 최대 주주에 올랐다. 이어 같은 달 19일엔 대표이사로 선임됐다. 그는 같은 해 4월 6일 전 대표였던 서승모씨 보유 주식 중 100만주를 62억5000만원에 추가로 사들였다. 이후에도 그는 2010년 4월 102만주를 장외매수하고, 2013년 9월 제3자 배정 유상증자(178만주)에 참여하는 등 지분을 꾸준히 늘렸다. 이렇게 지분 확보에 쓴 비용이 200억원가량이다.
10여 년간 1000억원에 달하는 자금을 조달하며 사세를 키운 아이에이지만, 성과는 좋지 않았다. 특히 2022년부터 부쩍 휘청이기 시작했다. 2010년 매출액이 298억원이었던 아이에이는 2021년 812억원으로 늘었고, 시가총액도 4000억원대로 올랐다. 하지만 2022년이 되면서 매출액이 전년 대비 역성장(8.6% 감소)하더니 적자로 돌아섰다. 사업 부진에 외부 자금 조달 비중이 늘면서 지난해 3분기 기준 매출액은 376억원, 영업손실 33억원을 기록했다. 주가도 내림세를 그렸다. 이날 기준 종가는 287원, 시총은 905억원에 불과하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업계에서는 김 회장이 유동성 압박에 ‘울며 겨자 먹기’로 매각을 결정한 것으로 보고 있다. 15년여 전 아이에이 지분을 모을 때 들었던 비용 정도만 회수하고 회사를 떠나기 때문이다. 그의 지분율은 14%대에서 10여년 만에 절반 수준인 7.85%로 떨어졌고, 상당량이 주식 담보 계약에 묶여 있다. 그는 지난해 초부터 약 39억원 수준의 주식 담보 대출을 실행했는데, 관련 내용을 제때 공시하지 않아 지난해 11월 불성실공시법인에 지정되기도 했다. 디씨이로부터도 지난해 말 20억원을 차입했는데, 디씨이는 대여한 금액을 계약금으로 전환할 예정이다.
금융투자업계 한 관계자는 “김 회장이 구주 매각을 통해 대출을 상환하려는 것으로 보이는데, 이 경우 실제로 회수하는 금액은 더 적을 전망”이라며 “2021년 원군이었던 폴라리스그룹과 계열 분리할 때도 지배력 약화와 주담대 리스크가 있었는데, 주가가 계속 떨어지면서 결국 사실상 원가 매각을 택한 것으로 풀이된다”고 했다.
2021년부터 주가 내리막에 주담대 부담 커져
“구주 매각 통해 대출 상환할 듯”... 사실상 손해
2007년 4월 25일 체코슬로바키아 노소비체에서 열린 현대자동차 공장 기공식에서 정몽구 현대차 그룹 당시 회장(왼쪽에서 여섯번째)과 김동진 현대차 부회장(왼쪽에서 두번째). /현대차 제공
이 기사는 2025년 2월 10일 16시 32분 조선비즈 머니무브(MM) 사이트에 표출됐습니다.
현대차그룹 총괄 부회장 출신 김동진 아이에이 대표이사 회장이 경영권 인수 15년 만에 회사를 넘긴다. 매각 대금은 200억원 규모로, 과거 김 회장이 아이에이 지분 매입에 들인 비용과 비슷하다. 15년이라는 긴 세월과 대출 이자 등을 감안하면 사실상 손해인 셈이다.
10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아이에이의 최대 주주는 오는 3월 17일 기존 김 회장에서 철강재 가공 업체 디씨이로 변경될 예정이다. 김 회장은 보유한 아이에이 구주 2474만7103주(지분 7.85%) 전량을 디씨이에 매각하기로 했다. 1주당 가액은 808원으로, 계약일 기준 1개월 평균 종가 대비 340% 수준의 프리미엄이 매겨졌다. 총 200억원 규모다.
디씨이는 지난해 3월 80억원 규모 유상증자에 참여하며 재무적 투자자(FI)로 등장했는데, 전략적 투자자(SI)로 회사 인수까지 나서게 됐다. 디씨이는 외형은 크지 않다. 지난 2023년 말 기준 매출액 45억원, 당기순손실 9억원을 기록했다.
화려한 경력을 가진 김 회장 입장에서는 다소 아쉬운 실패다. 그는 2001년부터 2008년까지 현대차 대표이사를 맡는 등 정몽구 명예회장의 복심이자 그룹 2인자로 통했다. 현대차 왕집사라는 별명도 있다.
현대모비스 대표를 끝으로 회사를 나온 그는 2010년 3월 반도체기업 아이에이(당시 씨엔에스테크놀로지)의 수장이 되며 인생 2막을 시작했다. 만성 적자였던 아이에이의 주력사업을 자동차 반도체로 바꾸며 체질 개선에 나섰다.
김 회장은 2010년 3월 유상증자와 장외 매수를 통해 133만주를 주당 4567원에 매수하며 아이에이 최대 주주에 올랐다. 이어 같은 달 19일엔 대표이사로 선임됐다. 그는 같은 해 4월 6일 전 대표였던 서승모씨 보유 주식 중 100만주를 62억5000만원에 추가로 사들였다. 이후에도 그는 2010년 4월 102만주를 장외매수하고, 2013년 9월 제3자 배정 유상증자(178만주)에 참여하는 등 지분을 꾸준히 늘렸다. 이렇게 지분 확보에 쓴 비용이 200억원가량이다.
최근 5년간 아이에이 주가 추이. /네이버페이증권 캡처
10여 년간 1000억원에 달하는 자금을 조달하며 사세를 키운 아이에이지만, 성과는 좋지 않았다. 특히 2022년부터 부쩍 휘청이기 시작했다. 2010년 매출액이 298억원이었던 아이에이는 2021년 812억원으로 늘었고, 시가총액도 4000억원대로 올랐다. 하지만 2022년이 되면서 매출액이 전년 대비 역성장(8.6% 감소)하더니 적자로 돌아섰다. 사업 부진에 외부 자금 조달 비중이 늘면서 지난해 3분기 기준 매출액은 376억원, 영업손실 33억원을 기록했다. 주가도 내림세를 그렸다. 이날 기준 종가는 287원, 시총은 905억원에 불과하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업계에서는 김 회장이 유동성 압박에 ‘울며 겨자 먹기’로 매각을 결정한 것으로 보고 있다. 15년여 전 아이에이 지분을 모을 때 들었던 비용 정도만 회수하고 회사를 떠나기 때문이다. 그의 지분율은 14%대에서 10여년 만에 절반 수준인 7.85%로 떨어졌고, 상당량이 주식 담보 계약에 묶여 있다. 그는 지난해 초부터 약 39억원 수준의 주식 담보 대출을 실행했는데, 관련 내용을 제때 공시하지 않아 지난해 11월 불성실공시법인에 지정되기도 했다. 디씨이로부터도 지난해 말 20억원을 차입했는데, 디씨이는 대여한 금액을 계약금으로 전환할 예정이다.
금융투자업계 한 관계자는 “김 회장이 구주 매각을 통해 대출을 상환하려는 것으로 보이는데, 이 경우 실제로 회수하는 금액은 더 적을 전망”이라며 “2021년 원군이었던 폴라리스그룹과 계열 분리할 때도 지배력 약화와 주담대 리스크가 있었는데, 주가가 계속 떨어지면서 결국 사실상 원가 매각을 택한 것으로 풀이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