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파리 인공지능(AI) 정상회의 로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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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파리=연합뉴스) 신재우 기자 송진원 특파원 = 인공지능(AI)의 효과적인 사용과 규제 방안을 모색하기 위한 제3차 '인공지능(AI) 행동 정상회의'가 10일(현지시간) 프랑스 파리에서 개막했다.

AI 정상회의는 급속한 AI 발전에 대응해 '인간의 통제'를 강화해야 한다는 게 행사의 취지지만 미·중의 AI 패권 대결이 격화하는 가운데 개최되는 터라 구체적이고 구속력 있는 합의는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과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가 주최하는 이번 회의에는 JD 밴스 미국 부통령,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유럽연합(EU) 집행위원장, 올라프 숄츠 독일 총리, 쥐스탱 트뤼도 캐나다 총리, 장궈칭 중국 부총리 등이 참석한다.

샘 올트먼 오픈AI 최고경영자(CEO), 브래드 스미스 마이크로소프트(MS) 회장, 순다르 피차이 구글 CEO 등 100개국 기업관계자와 시민사회단체 관계자까지 하면 참석자는 1천500명에 달한다.

프랑스 정부는 "AI는 우리 사회에 중대한 패러다임 변화를 가져올 잠재력이 있다"며 "이런 기술 개발에 내재한 위험을 억제하고, 신뢰의 틀 안에서 AI가 진보와 자유의 약속을 실현할 수 있도록 하는 게 이번 논의의 핵심 과제"라고 밝혔다.

개막 연설에 나선 'AI 대모' 페이페이 리 미국 스탠퍼드대 교수 역시 "우리가 AI를 만들 수 있다면, 공익을 위한 AI를 만들 수 있는지 스스로 물어야 한다"며 "인간 중심의 AI를 만들어보자"고 제안했다.

이날은 AI와 일자리, AI와 창작, 개인정보 보호 방안, 포용적 거버넌스 구현, 지속 가능한 AI 생태계 성장, 공익을 위한 방향성 등을 주제로 종일 발표와 토론이 이어졌다. 의료 분야나 직장, 아동 발달 과정 등에 AI가 어떻게 활용되는지를 소개하는 아틀리에 세션도 별도로 마련됐다.

AI 국제 정상회의 1일차 마무리하는 마크롱 대통령
(파리 로이터=연합뉴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이 10일(현지시간) 프랑스 파리 그랑팔레에서 열린 제3차 AI 국제정상회의 1일차를 마무리하며 연설하고 있다. 2025.02.10.

마크롱 대통령은 첫날 일정을 마무리하는 연설에서 "AI는 진보를 위한 과학과 기술의 엄청난 혁신"이라며 "따라서 인류를 위해, 더 나은 삶을 위해" 활용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AI는 많은 혁명을 가져올 것이지만, 창의성은 여전히 인간의 몫"이라며 "AI는 우리가 더 빨리 움직일 수 있도록 도와주는 조력자가 되겠지만, 우리가 믿는 세상을 포기하게 만드는 것은 아니다"라고 덧붙였다.

마크롱 대통령은 AI 시장 경쟁에서 프랑스의 강점이 될 수 있는 저탄소 에너지원, 즉 원자력 발전을 자랑하기도 했다.

그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을 겨냥해 "바다 건너편에는 '드릴 베이비 드릴'(Drill, baby, drill)이라고 말하는 좋은 친구들이 있지만, 이곳에서는 구멍을 뚫을 필요가 없다"며 "플러그 베이비 플러그(Plug, baby, Plug)다. 전기가 있으니 플러그만 꽂으면 된다"고 말했다.

마크롱 대통령은 그러면서 글로벌 AI 기업들이 프랑스를 비롯한 유럽에 투자하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마크롱 대통령은 11일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EU 집행위원장이 AI에 대한 유럽의 전략을 발표할 것이라며 "이 전략은 유럽이 속도를 내고 규제를 단순화하고, 단일 시장을 강화·심화하며 컴퓨팅 역량에 투자할 환상적인 기회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유럽이 다른 경쟁 시장보다 "일반적으로 너무 느리다"는 피드백을 받는다며 절차 간소화 등을 통해 "앞으로 나아가고 빠르게 전진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를 위해 2019년 불에 탄 파리 노트르담 대성당을 5년여 만에 복원해 낸 전략을 AI 개발에도 적용하겠다고 말했다.

파리 도착한 JD 밴스 미 부통령
(파리 로이터=연합뉴스) JD 밴스 미국 부통령이 10일(현지시간) AI 국제정상회의에 참석하기 위해 프랑스 파리 오를리 공항에 도착하는 모습. 2025.02.10.

11일 오전 폐막 세션에서는 주요 인사들의 릴레이 연설이 이어진다. 마크롱 대통령과 모디 총리, JD 밴스 미 부통령, 폰데어라이엔 EU 집행위원장, 피차이 구글 CEO 등이 순차로 연설한다. 최수연 네이버 대표도 발표자로 참여한다.

주최 측의 목표는 각국이 더 윤리적이고 민주적이며 환경적으로 지속가능한 AI를 위한 약속을 담은 공동 선언문에 서명하는 것이다.

하지만 중국의 저예산 생성형 AI 딥시크로 인한 충격파가 채 가시지 않은 상황에서 AI를 선도하는 미국이 '게임의 규칙'을 정하는 공동 선언에 동의할지는 미지수다.

이번 행사는 트럼프 2기 출범 이후 무역 전쟁 우려 등 긴장 관계가 높아지고 있는 미국과 유럽 간 상견례라는 정치·외교적 성격도 있다.

마크롱 대통령은 11일 밴스 미 부통령과 오찬 회동을 하며 양국 간 협력 방안을 논의한다. 밴스 부통령은 같은 날 모디 인도 총리와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EU 집행위원장과도 각각 회동한다.

한편 이날 행사장에서 400ｍ 떨어진 '콩코르드 극장'에선 AI에 타격받은 기업과 직업군(번역가·시나리오 작가 등) 종사자들이 모여 'AI 근본주의'를 규탄하는 반대 회의를 열었다.

이들은 "우리는 디지털 산업과 AI가 주도하고, 대부분의 정치인이 키운 권력의 시대에 살고 있다"며 "이런 AI 근본주의가 전 영역을 장악하고 있고, 유일한 길인 것처럼 제시되고 있다"며 위험을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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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진원([email protected]) 신재우([email protect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