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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마 싶어 사전 지시 안 했다" 책임 회피
국무회의에 떠넘기거나 모르쇠하기도
준비 지시 모두 따르고 당일엔 적극 지휘
국회 사무처가 공개한 지난해 12월 4일 계엄군 병력 모습. 연합뉴스


12·3 불법계엄에 가담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군 지휘관들이 계엄 선포 전후 주변에 "윗선에서 반대하지 않겠냐" "설마 반신반의했다" 등의 발언을 했던 것으로 확인됐다. 윤석열 대통령의 계엄 암시 발언을 수차례 들어 강행 가능성을 인식했는데도 방관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군 지휘관들은 정작 계엄이 선포되자 윤 대통령의 위법한 지시를 앞장서서 이행했다.

곽종근 "설마 하겠나 싶어 사전 지시 안 했다"지만…

곽종근 전 육군특수전사령관이 6일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에서 열린 윤석열 대통령 탄핵 심판 6차 변론에 증인으로 출석해 청구인인 국회 측 대리인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10일 한국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검찰 비상계엄 특별수사본부(본부장 박세현 서울고검장)는 계엄 당일 곽종근 전 육군특수전사령관과 함께 있었던 군 관계자 A씨로부터 "곽 전 사령관이 (계엄 해제 발표 후인) 지난해 12월 4일 오전 8시쯤 나에게 '사실 김용현 (국방부) 장관이 이런 일을 벌일 것을 미리 알았다'고 말했다"는 진술을 확보했다.

윤 대통령의 검찰 공소장에 따르면 곽 전 사령관은 지난해 중반부터 김 전 장관, 여인형 전 국군방첩사령관, 이진우 전 수도방위사령관 등과 함께 윤 대통령 식사 자리에 참석해 '비상조치' 관련 발언을 수차례 들었다. 계엄 선포 이틀 전엔 김 전 장관으로부터 '계엄이 선포되면 국회 등에 특전사 부대를 투입하라'는 지시까지 받았다. 계엄이 해제되자 곽 전 사령관 스스로 이런 점을 A씨에게 털어놓은 셈이다.

곽 전 사령관은 사전에 계엄 가능성을 인식했지만 계엄에 동조한 건 아니라고 해명하기도 했다. 그는 계엄 해제 후 A씨에게 "장관에게 반대 의견을 피력했다. 실행되지 않을 가능성도 절반은 있다고 봤다"고 말했다고 한다. "설마 실행이 되겠나 싶은 마음에 여단장들에게는 사전에 아무 지시도 안 했다"거나 "(국회 내부에 침투한) 707특수임무단도 헬기 탑승 직전까지 임무를 몰랐고, 헬기 조종사들 역시 행선지를 몰랐다"는 얘기도 덧붙였다.

하지만 계엄 전후 곽 전 사령관의 행동을 보면 그가 불법 계엄을 막을 의지가 있었는지 의문이 든다. 그는 계엄 이틀 전 김 전 장관에게서 준비 지시를 받자 예하 부대에 '북한 도발 가능성'을 이유로 출동 준비 태세를 갖추라고 지시했다. 계엄 선포 당일 오전엔 특수작전항공단에 '출동 훈련'을 이유로 헬기 12대 출동 준비도 시켰다. 부하들에게 구체적 임무에 대해 함구했을 뿐, 사실상 준비를 마쳐둔 셈이다. 이후 계엄이 선포되자 그는 거침없이 작전 수행을 지시했다. 계엄 당일 오후 11시쯤 헬기 출동을 지시한 뒤 첫 헬기가 이륙할 때까지 수차례 항공단 측에 전화해 출발 여부를 물으면서 채근했다. 이후 '문을 부수고서라도 (의원) 끌어내'라는 윤 대통령 전화를 받게 되자, 지시를 그대로 전파하거나 테이저건 사용 등을 적극 검토한 정황도 검찰 수사 과정에서 포착됐다.

여인형 국무회의에 미루고, 이진우 모르쇠하고

여인형 전 국군방첩사령관이 4일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에서 열린 윤석열 대통령 탄핵심판 5차 변론기일에 증인으로 출석해 발언하고 있다. 뉴시스


다른 사령관들도 사전에 적극적으로 계엄을 막으려고 하지 않았다. 여인형 전 사령관은 계엄 선포 직전 참모들을 만나 "비상 상황이 되면 군이 따를까"라는 얘기를 꺼내면서 "어르신들이 반대하겠지"라고 언급했다. 당시 열리고 있던 국무회의를 염두에 둔 발언으로 해석된다. 여 전 사령관과 대화하던 다른 참모 역시 '한덕수 국무총리가 (윤 대통령을) 설득할 것'이란 취지로 얘기했다고 한다. 자신들이 나서기보다 누군가가 계엄 선포를 막아줄 것으로 기대한 것이다.

여 전 사령관은 막상 계엄이 선포되자 방첩사, 경찰, 국가정보원에 주요 인사 체포 명단을 전달하는 등 임무를 적극 수행했다. 방첩사 내부에도 '사령관이 대통령, 장관에게서 적법하게 지시받은 사안'이라는 지침이 하달됐다.

이진우 전 사령관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그는 '계엄 사전 모의는 모르고, 선포 직후엔 대통령이 법률 검토를 마친 것으로 생각했으며, 위법 여부를 생각할 여지가 없었다'는 입장을 견지했다. 하지만 검찰은 이 전 사령관이 김 전 장관으로부터 사전에 지시를 받았으며 계엄 선포 전날엔 '공포탄 개인 불출' 등의 내용을 담아 '대통령 대국민 담화 발표 시 임무'를 보고한 것으로 파악했다. 구체적인 계획까지 보고하고도 '모르쇠'로 일관한 셈이다.

이진우 전 수도방위사령관이 4일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에서 열린 윤석열 대통령 탄핵심판 5차 변론에 증인으로 출석해 발언하고 있다. 뉴시스


사령관 3명은 사전에 구체적인 준비를 시키지 않은 점 등을 근거로 계엄을 모의하지 않았다고 항변한다. 계엄 당일엔 갑작스러운 지시를 하달할 수밖에 없었지만, 적극 동조하진 않았다는 취지다. 하지만 이들이 사전에 계획을 전파하지 않은 것은 내부 반대와 정보 유출을 우려했기 때문일 수도 있다. 검찰은 현장에 있었던 군 간부들에 대한 추가 조사를 통해 사전 공모부터 실행까지 불법 계엄의 전모를 파악할 계획이다.

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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