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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고록 '소스 코드: 더 비기닝'…어린 게이츠는 야영·하이킹 즐기던 소년


마이크로소프트 창업자인 빌 게이츠(왼쪽)와 폴 앨런
[ⓒBarry Wong/The Seattle Times·열린책들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연합뉴스) 이세원 기자 = 1960년대 후반, 또래와 산에서 며칠씩 하이킹과 캠핑을 즐기던 열 세살 소년이 있었다. 그저 힘들게 먼 거리를 걷고, 먹거나 야영하는 게 전부인 '탐험'이지만 소년은 남다른 재미를 만끽했다. 소년과 같은 베이비붐 세대는 부모의 통제가 느슨한 시절을 살았지만, 10대들끼리 연락이 닿지 않는 산속을 일주일 이상 배회하는 일이 흔하지는 않았다. 일흔살이 된 소년은 이렇게 회상한다.

"우리 모두는 그런 하이킹 여행에서 우정과 성취감을 넘어서는 무언가를 찾고 있었던 것 같다. 우리는 한계에 도전하고 다양한 정체성을 실험하고픈 나이였다."

10대 시절 하이킹하는 빌 게이츠
[ⓒ Mike Collier·열린책들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소년은 수년 후 학교 선배인 폴 앨런과 함께 마이크로소프트를 만든 인물, 바로 빌 게이츠다. 세계 최대의 개인용 컴퓨터(PC) 소프트웨어 회사를 일군 게이츠는 최근 출간한 회고록 '소스 코드: 더 비기닝'(열린책들)에서 인생의 토대가 된 유년 시절과 청소년기, 창업 초기의 이야기를 들려준다.

게이츠 스스로가 "불로 소득 같은 특권"을 누렸다고 말한 것처럼 그는 유복한 환경에서 자랐다. 변호사 아버지와 활달하고 진보적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나 성장하는 도시인 미국 시애틀의 백인 중산층 동네에서 성장했다.

빌 게이츠(나비넥타이 착용)와 가족
['소스 코드: 더 비기닝' 저자 개인 컬렉션·열린책들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그렇지만 유년 시절이 평범하지도 마냥 순탄치도 않았다. 게이츠는 마음의 리듬이 다른 아이들과는 달랐다. 과도한 그의 에너지는 끊임없이 몸을 흔들어대는 평생 버릇으로 표출됐다. 21개월 먼저 태어난 누나는 부모님 말씀을 잘 듣고 다른 아이들과 잘 어울렸으며 애초에 성적도 좋았지만, 게이츠는 전혀 그렇지 않았다. 그는 "내가 오늘날 어린 시절을 보내고 있다면, 아마 자폐 스펙트럼 진단을 받았을 것"이라고 얘기할 정도다. 게이츠가 지진아라며 유급을 권한 언어치료사도 있었다.

부모의 노력을 빼놓고 오늘날의 게이츠를 생각하기는 어렵다. 그의 부모는 아들이 내향적으로 치우치지 않도록 야구팀, 컵 스카우트 등의 활동을 시키고 밖으로 나가 사람들과 교류하도록 독려했다. 어머니는 아침 식사 준비를 하면서 주방과 침실을 연결하는 인터컴으로 "굿모닝 투유, 굿모닝 투유"라고 노래해 게이츠를 깨우는 자상하면서도 재치 있는 인물이었다.

한국 방문한 빌 게이츠(2022.8.16)
[국회사진기자단=연합뉴스 자료사진]


게이츠는 어린 시절부터 숫자와 수학에 강한 흥미를 느낀다. 그는 수학을 통해 세상의 많은 부분이 합리적으로 구성돼 있다는 인식을 재확인하고 듀이 십진분류법에 따라 수많은 책을 체계적으로 배치한 도서관의 매력에 빠져든다.

학교는 게이츠의 인생을 바꾸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 그가 다닌 중고교 과정의 레이크사이드스쿨은 전화선으로 접속해 컴퓨터를 나눠 사용하는 이른바 시분할(timesharing) 방식으로 컴퓨터를 도입한다. 텔레타이프 임대료와 컴퓨터 사용료 등 막대한 비용을 충당하려고 학부모들이 모금까지 한다. 마이크로소프트 창업자와 컴퓨터는 이렇게 많은 사람의 노력에 힘입어 인연을 맺는다. 때마침 다트머스대의 교수 두 명이 프로그래밍 언어 베이식(BASIC)을 내놓은 지 4년밖에 지나지 않은 시점이었다. 베이식에 매료된 게이츠는 시분할 컴퓨터에 빠져든다.

마이크로소프트 본사의 로고
[Getty Images via AFP]


"나는 그렇게 1968년부터 컴퓨터를 사용하게 되었다. 그런 환경이 조성되기까지 얼마나 많은 이질적인 요소가 합쳐져야 했는지를 생각하면, 그 오랜 세월이 지난 지금도 여전히 놀랍다."

게이츠가 컴퓨터실에서 만난 사람 중 한 명이 두살 많은 폴 앨런이다. 훗날 게이츠와 함께 마이크로소프트를 창업한 앨런은 "빌, 네가 그렇게 똑똑하다고 생각하면 그것을 한번 해결해 봐"라며 게이츠에게 자극을 준다. 컴퓨터실 감독자인 젊은 교사가 방임에 가까울 정도로 항상 문을 열어둔 덕에 게이츠는 코드 작성과 문제 해결에 몰입할 수 있었다.

고교 시절의 빌 게이츠
[ⓒ Lakeside School Archives·열린책들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같은 학교 선배의 어머니는 마침 시애틀에 미국 최초로 컴퓨터 시분할 회사 설립을 추진하고 있었고 사업파트너인 DEC사 컴퓨터에 게이츠가 무료로 접속할 수 있게 해준다. 대신 게이츠에게는 컴퓨터를 이용하면서 버그나 오류를 알려주는 임무가 부여됐다. 이는 코드와 컴퓨터에 관한 경험을 확장하는 좋은 기회가 됐다.

게이츠는 1973년 가을 하버드대에 입학한다. 학부생으로는 예외적으로 하버드 에이킨 연구소가 보유한 컴퓨터 PDP-10 사용 허가를 받아 크게 고무된다. 저렴하고 실용적인 컴퓨터 시장이 형성되리라는 것에 주목한 게이츠와 앨런은 1975년 마침내 마이크로소프트를 만든다.

앞만 보며 살아온 게이츠는 회고록을 쓰면서 지난날을 돌아보는 것의 의미를 새롭게 깨달았다고 고백한다.

빌 게이츠(2023.9.13)
[Getty Images via AFP]


"기억들을 하나씩 꿰맞춰 나가는 과정은 나 자신을 더 잘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된다. (중략) 정신을 바짝 차리고 모든 것을 이해하게 되길 열망하는 어린아이가 여전히 내 안에 남아 있다."

게이츠는 회고록을 3권 분량으로 기획했으며 '소스 코드: 더 비기닝'은 그중 첫 번째다. 그는 마이크로소프트 운영 시절에 초점을 맞춘 2편과 현재의 삶과 게이츠 재단을 조명한 3편도 내놓을 계획이다.

안진환 옮김. 520쪽.

책 표지 이미지
[열린책들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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