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9일 플로리다주 웨스트팜비치의 팜비치 국제공항의 에어포스원 기내에서 멕시코만(Gulf of Mexico)의 명칭을 ‘미국만(Gulf of America)’으로 변경하는 선언문에 서명했다. 웨스트팜비치/AFP 연합뉴스
미국 정부가 이번 주 유럽에서 우크라이나 전쟁 종식을 위한 협상을 진행한다. 마이크 왈츠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9일(현지시각) 이렇게 밝히며 ‘향후 안보 보장은 유럽이 맡아야 한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왈츠 보좌관은 이날 엔비시(NBC)와 인터뷰에서 “이번 주 열리는 고위급 회담에는 국무장관, 국방장관, 부통령, 유럽 담당 특별 대사가 참여한다”며 “트럼프 대통령은 모든 당사국을 협상 테이블에 앉히려 한다. 이를 위해 각국 정상들과 논의를 진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왈츠 보좌관이 언급한 회담은 오는 14일 개막하는 뮌헨안보회의를 뜻하는 것으로 보인다.
실제 제이디 밴스 부통령은 10일 파리에서 열리는 인공지능(AI) 정상회의에 참석한 뒤 뮌헨 안보회의에 참가할 예정이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도 대표단을 이끌고 참석한다. 마르코 루비오 국무장관, 피트 헤그세스 국방장관, 키스 켈로그 러시아·우크라이나 특사도 뮌헨을 방문할 예정이다. 헤그세스 국방장관은 12일 우크라이나에 대한 군사 지원을 논의하는 국제회의에 참석한 뒤 13일 브뤼셀에서 열리는 나토(NATO) 국방장관 회의에 참여한다.
왈츠 보좌관은 전쟁을 종식하기 위해 러시아의 경제적 어려움을 활용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러시아 경제가 좋지 않다. 트럼프 대통령은 관세, 세금, 제재를 동원할 준비가 되어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번 논의가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 중동 지도자들과의 대화에서도 거론되었다며 “모두가 트럼프 대통령이 전쟁을 끝내는 것을 돕고 싶어 한다”고 덧붙였다.
그는 이번 주 회담에서 우크라이나 지원 비용 회수 문제도 논의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우리는 우크라이나 지원 비용을 회수해야 한다. 이를 위해 우크라이나의 희귀 광물, 천연자원, 석유 및 가스를 활용하는 방안을 논의할 것”이라며 “우크라이나가 미국의 에너지를 구매하는 문제도 협의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기본 원칙 중 하나는 유럽이 앞으로 이 분쟁을 책임져야 한다는 점”이라며 “트럼프 대통령은 이 전쟁을 끝낼 것이며, 이후 안보 보장은 유럽의 몫”이라고 강조했다.
앞서 지난 5일 블룸버그통신은 미국이 러시아에는 현재 점령 중인 우크라이나 영토를 인정해 주고 우크라이나에는 안전 보장을 제공하는 휴전안을 수립했다고 보도했다. 뉴욕포스트는 트럼프 대통령이 우크라이나와 5억 달러(약 7000억원)의 거래를 체결하려 한다고 전했다. 희토류 등 우크라이나 주요 광물에 대한 미국의 접근권을 확보하는 대가로 우크라이나에 안보 보장을 제공하는 것이 골자다.
한편 전날 뉴욕포스트는 트럼프 대통령이 푸틴 대통령과 전화 통화를 해 우크라이나 전쟁 종식을 위한 협상을 시도했다고 보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슈퍼볼이 열리는 뉴올리언스로 향하는 에어포스원에서 기자들과 만나 해당 통화 여부에 대해 확답을 피하며 “우리는 이 전쟁을 끝내야 한다. 전쟁이 끝날 것이다”라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푸틴과의 통화를 취임 전과 후 중 언제 했는지를 묻는 말에 “그냥 ‘했다’고만 하겠다. 그리고 앞으로도 많은 대화를 할 것이다”라고 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