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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 하얼빈겨울아시안게임
결승전 직전 도핑 무리한 요구 뒤
경쟁자 5명 출발시켜놓고 출발 승인
경기 포기…혼성 릴레이도 출전 무산
김하나가 9일 중국 헤이룽장성 야부리의 산악스키경기장에서 열린 2025 하얼빈겨울아시안게임 산악스키 여자 스프린트에서 넘어져 다리를 다친 모습. 임정희 국가대표 코치 사진 제공

2025 하얼빈겨울아시안게임 개최국인 중국의 미숙한 경기 운영으로 한국 산악스키 국가대표 선수가 경쟁자들이 떠난 뒤 홀로 지연 출발한 사실이 드러났다. 대회 조직위 관계자가 도핑 검사를 이유로 경기 도중 선수를 붙잡아두는 바람에 스타팅 라인에 제 시간에 도착하지 못한 것이다.

산악스키 국가대표 김하나(24)는 9일 중국 헤이룽장성 야부리의 산악스키경기장에서 열린 2025 하얼빈겨울아시안게임 여자 스프린트 예선을 마친 뒤 결승선에서 도핑 검사 대상자로 통보받았다. 산악스키 국가대표팀은 경기 도중 도핑 검사가 진행될 수 있다는 고지를 사전에 받지 못한 상황이었다.

김하나는 결승선에서 곧바로 현장 자원봉사자의 손에 이끌려 도핑 검사 센터로 갔지만, 검사 직전 준결승 진출을 확정해 다시 경기장으로 되돌아가야 했다. 급히 택시를 타고 경기 시작 7분 전 경기장에 도착했지만, 현장 관계자들은 경기장 입구에서 김하나를 둘러싸고 서로 이야기를 나누며 준비를 지연시켰다. 이를 지켜봤던 임정희 코치는 “선수가 ‘장비를 가지러 가야 한다. 당신들이 원하는 게 무엇인가’라고 외쳤지만 그들끼리 영어와 중국어를 섞어 쓰며 시간만 지연시켰다”고 설명했다.

김하나는 라커룸에서 뒤늦게 장비를 다시 찾은 뒤 출발선에 섰지만, 이미 경기는 시작돼 중국 선수 2명을 포함해 5명의 선수가 출발한 뒤였다. 멘탈이 무너진 상황에서 급히 스키를 착용하고 출발했지만, 이후 하산 도중 발목 골절상까지 입고 김하나는 완주를 포기해야만 했다. 김하나는 “경기장 입구에 도착해서도 자원봉사자들이 제 팔짱을 끼고 이리저리 돌아다녔다”며 “장비 착용 당시 심판들이 ‘천천히 하라’고 말하길래 자신들의 실수를 인정하고 다음 조에 보내주려고 한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갑자기 출발하라고 해 엉겁결에 출발했다”고 토로했다.

산악스키 국가대표 김하나 선수가 9일 중국 헤이룽장성 야부리의 산악스키경기장에서 열린 2025 하얼빈겨울아시안게임 여자 스프린트 준결승 도중 부상을 입은 뒤 숙소에서 휴식을 취하고 있다. 김하나 선수 제공

생애 첫 아시안게임 출전인 김하나는 이러한 상황이 모두 생소했지만 아무런 도움을 받지 못했다. 현재 발목에 보호대를 차고 숙소에 누워있는 그는 “제가 국제대회 경험도 없고, 경험이 있다고 하더라도 이런 큰 무대에서 같은 상황이 발생하면 대처할 수 있는 사람이 얼마나 될지 의문이 든다. 문제가 있는 상황이다”라고 지적했다.

오는 12일 김하나와 함께 혼성 릴레이에 출전할 예정이었던 대표팀 오영환은 남은 경기에 도전할 수 없게 됐다. 김하나는 “어떻게든 진통제를 먹고 석고 붕대를 감고서라도 뛰고 싶었지만 남은 경기를 진행하지 못하게 됐다. 동료에게 너무 미안하다”고 말했다.

현장 코치진은 이러한 상황을 놓고 심판진에 강력히 이의를 제기했지만, 이날 밤 늦게까지도 공식적으로 답변을 받지 못했다. 조직위는 구두로 지연 출발에 따른 잘못을 인정하고 공식 사과를 하겠다는 입장만을 전했다. 대한체육회 역시 사건을 접수했지만, 관련 대응을 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임정희 코치는 “경기 시작이나 끝이 아닌 도중에 진행하는 도핑 검사는 선수의 심리에 큰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해서는 안 될 행동이다. 경기 진행 중에 갑자기 선수를 데리고 가는 게 말이 안 된다”고 꼬집었다.

산악스키는 이번 아시안게임에서 처음 도입됐다. 한국은 이날 남녀 스프린트에 각각 3명의 선수를 출전시켰다. 김하나는 “현장에서 아무런 힘이 없었다. 이의를 제기해뒀지만 이미 돌이킬 수 없는 상황”이라며 “준결승까지 진출한 게 기적이라 생각했는데, 비인기 종목이지만 아시안게임이라는 큰 대회에서 이런 일이 발생해 너무 답답하고 화가 나고 억울하다”고 답답한 마음을 토로했다.

한겨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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