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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집무실서 아폴로 17호 월석 철거
전임 바이든 재임 중 설치…NASA 반환
월석 전시는 달 재착륙 위한 미국 의지 상징
‘화성 개척 강조’ 머스크 부상과 맞물려 눈길
올해 미국 정부 우주정책 전환 가능성 주목
지난달 20일(현지시간) 취임 직후 미국 백악관 대통령 집무실에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발언하고 있다. AFP연합뉴스


# 두꺼운 솜이불 같은 우주복을 머리부터 발끝까지 입은 한 사람이 자동차를 몰고 달 표면을 질주한다. 골프 카트처럼 생긴 이 월면차가 달릴 때마다 바퀴 주변에서는 흙먼지가 풀풀 피어오른다. 1972년 달에 내린 아폴로 17호 우주비행사가 월면차를 타고 탐사에 나서는 장면이다.

아폴로 17호에 월면차가 실린 데에는 이유가 있었다. 도보보다 이동 속도를 높이고, 특히 더 많은 암석을 채취하기 위해서였다. 실제로 아폴로 17호가 지구로 운송한 달 암석은 모두 110㎏에 이르렀다.

이때 가져온 달 암석 일부는 최근까지 미국 백악관 집무실에 전시돼 있었다. 그런데 백악관이 새 주인을 맞은 지난달 돌연 철거 조치가 내려졌다. 이유가 뭘까.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재임 시절 백악관 집무실에 전시돼 있던 달 암석. 아폴로 17호가 지구에 가져왔다. 미국 항공우주국(NASA) 제공


집무실서 달 암석 ‘철거’

지난주 미국 과학기술전문지 스페이스닷컴은 백악관 대통령 집무실에 전시돼 있던 달 암석이 지난달 20일(현지시간)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취임과 함께 철거됐다고 전했다. ‘달 샘플 76015, 143’이라는 이름의 이 암석은 원래 소유기관인 미국 항공우주국(NASA)에 반환됐다.

사라진 암석은 바이든 전 대통령의 임기가 시작된 2021년 1월 백악관 집무실에 설치됐다. 내부가 훤히 들여다보이는 삼각기둥 모양의 투명 상자 안에 보관돼 있었고, 중량 332g에 한 손으로 쥘 수 있을 정도의 아담한 크기였다.

이 암석을 채취한 아폴로 17호를 끝으로 인간은 달에 다시 가지 못했다. 이 때문에 아폴로 17호가 가져온 달 암석이 백악관에 전시된다는 점은 인간의 달 재착륙에 대한 미국 정부의 의지를 상징하는 것으로 여겨져왔다.

실제로 바이든 정부 시절인 2022년 11월16일, 사람을 달에 보내는 용도로 제작된 우주선인 아르테미스 1호가 발사됐다. 미국이 주도해 세계 50여개국이 참여 중인 다국적 달 개척 프로젝트 ‘아르테미스 계획’이 본격적으로 가동된 것이다.

아르테미스 계획은 2030년대부터 달에 인간이 머무는 기지를 운영하는 것이 핵심 목표다. 이를 근거지로 지구에는 없거나 부족한 각종 광물자원을 캐내려는 것이다.

달을 향한 미국의 의지는 엄청난 비용 지출에서 잘 드러난다. 미국은 한 번 발사하는 데 41억달러(약 5조9000억원)나 들어가는 ‘우주발사시스템(SLS)’이라는 초대형 로켓을 아르테미스 계획에 따라 제작된 우주선을 쏘는 데 사용한다.

우주정책 전환 신호탄 가능성

이런 배경 때문에 달 암석 철거가 새 대통령 입주에 따른 집기 재배치 이상의 의미를 지닐 수 있다는 시각이 제기된다. 미국 정부가 달을 바라보는 시각이 차가워진 것 아니냐는 것이다.

정황은 이미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달 20일 취임 연설에서 “화성에 성조기를 꽂기 위해 미국인 우주비행사를 보낼 것”이라며 “별을 향해 우리의 ‘명백한 운명(manifest destiny)’을 이어갈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 미국이 사활을 걸고 추진 중인 달 착륙이 아니라 화성 착륙을 언급한 것이다.

다만 스페이스닷컴은 “달 암석 철거가 미국 우주 정책의 변화와 연관이 있는지는 아직 알 수 없다”고 전했다. 그렇지만 이와 관련해 일론 머스크 스페이스X 최고경영자(CEO)와 트럼프 대통령의 두터운 친분 관계가 주목된다. 머스크는 대선 때 막대한 자금을 지원하고 직접 지지 연설에도 나서면서 트럼프에게서 확실한 눈도장을 받았다.

머스크는 2050년까지 인류 100만명을 화성에 이주시킨다는 계획을 추진 중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취임 연설 때 화성 착륙을 언급했을 때에도 그는 취임식 참석자 누구보다 환호했다. 이 때문에 미국 우주정책의 무게중심이 달에서 화성으로 이동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시각이 제기되는 것이다.

게다가 트럼프 정부 출범과 함께 NASA 수장을 맡은 재러드 아이잭먼 시프트4페이먼트 최고경영자(CEO)도 머스크의 측근으로 분류된다. 그는 스페이스X에 대규모 비용을 대고 지구 궤도에 다녀온 이력이 있다. NASA의 우주개발이 머스크의 철학과 결을 맞출 가능성이 있다.

백악관에서 사라진 달 암석이 단순한 집 단장 때문인지, 아니면 미국 우주정책의 변화를 뜻하는 신호탄인지는 연방정부 예산의 윤곽이 나타나는 올해 봄을 전후해 가늠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경향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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